많은 발명 꿈나무들이 선망하는 아주중 발명교실. 2002년 부임 이후 이곳의 주춧돌을 놓고 발명 아지트로 만든 주인공이 박인수 교사다. 뿐만 아니라 발명교육 프로그램에 목말라하는 전국 각지의 교사들을 위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보급했다. 몇 년간 신천중에서 근무하다 올해 아주중으로 복귀, 발명교실 업그레이드 버전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발명 조련사’를 만났다.
발명 첫 걸음 ‘다르게 생각하기’
첫 질문으로 발명에 재주가 있는 학생 감별법을 물었다. “보는 눈이 남달라요. 다들 그러려니 지나치는 것을 색다르게 바라보죠.” ‘보도블록 둔덕을 오르기 힘든 쌍둥이용 유모차 바퀴 쪽에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지지대를 달면 편리하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용 보행기에 간이 의자를 접이식으로 달면 유용할 것이다’ 모두 학생들이 생각해 낸 발명 아이디어다.
그는 수업 중에 일상 생활 속 불편을 개선할 수 있는 ‘나만의 아이디어’를 학생들에게 적어보라고 권한다. 예상치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학생들 속에서 ‘발명 새싹’들을 찾아낸다.
“이런 학생들은 예민해서 잘 다뤄야 합니다. 수업 중 눈여겨 봐두었다가 따로 불러요.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듬뿍 칭찬을 해준 뒤 여러 가지 힌트와 정보를 주죠. ‘내가 인정받고 있구나’ 라는 그 경험이 아이들을 쑥쑥 성장시킵니다.” 발명에 매료돼 심화 교육을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방과후수업이나 방학특강을 열어 체계적으로 지도한다.
“제일 먼저 관찰 훈련을 시켜요.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기를 늘 강조하죠. 가령 정류장에 다닥다닥 정차돼 번호를 알아보기 힘든 버스들 사진을 먼저 보여줘요. 그런 다음 어떻게 하면 승객들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을 지 아이디어를 물어요. 각양각색의 대답들이 나오죠. 이렇게 호기심 유발과 창의적인 발상, 아이디어 보안 단계를 거쳐 새로운 발명품이 탄생합니다.” 집중 훈련과 노력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제자들은 발명 대회를 휩쓸고 특허출원까지 하며 성장해 나간다.
“지난 해 가르친 중1 남학생은 마트에서 장볼 때마다 쇼핑카트가 깊어 물건 꺼내기가 불편한데서 착안해 편리한 쇼핑카트를 고안했어요. 이 아이템으로 발명대회에서 상도 받고 특허청에서 발명 영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IP영재기업인교육원에 합격까지 했어요.”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묻어난다.
영재딸들 덕분에 영재 교육에 눈 떠
전기공학을 전공한 기술교사인 그가 발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 “부부교사라 이웃집 아주머니가 두 딸을 돌봐주셨어요. 큰딸이 다섯 살 무렵 우리 부부에게 아이의 어휘력, 숫자 감각이 남다르다며 영재테스트를 넌지시 권하더군요.” 수학 분야에서 영재성이 발견된 큰딸은 그 후 체계적인 영재 교육을 받게 되었으며 뒤이어 둘째딸도 미술 영재 판정을 받았다.
우수한 창의력 DNA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부모나 교사의 지속적인 자극이 필수적이라는 걸 깨달은 박 교사는 곧바로 1999년 건대 영재교육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정부차원의 영재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일찌감치 영재교육 분야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운이 좋았죠.” 그는 겸손하게 덧붙인다. 영재교육을 공부하다보니 창의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2002년부터 시작된 학교 발명영재교실을 떠맡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주중학교가 이 일대 ‘발명의 허브’로 성장하면서 송파, 강동구내 초중학교 발명 영재들 지도까지 도맡게 되었다.
“창의력올림피아드 같은 여러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부쩍 성장해요. 7명이 팀을 짜서 구조물을 만들고 연극까지 선보여야 되죠. 시나리오 준비부터 연기 연습, 무대, 음향까지 준비할 게 무척 많죠. 개성 강한 녀석들이라 다툼도 많지만 그러면서 팀워크, 소통 능력을 배워요.”
10년 넘게 발명교실을 운영하면서 풍부한 현장 지도 경험을 쌓았다. 때문에 그에게는 전국 각지의 발명반 교사들로부터 SOS가 끊이지를 않는다. 2007년에는 교사들을 위한 원격 연수프로그램을 개발해 발명의 날 녹조근정훈장까지 받았다. 게다가 현직 교사로는 드물게 건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로 2년간 대학 강단에 서기까지 했다.
발명 창업의 롤모델 만들기 도전
박 교사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중고교 시절 발명의 재능을 살려 대학에 진학한 제자들이 취업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더군요. 발명창업의 롤모델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현재 그는 대학 3학년생 애제자의 벤처창업을 적극 돕고 있다. 영재교육용 교구를 완성해 특허출원을 내며 차근차근 준비중이다.
“중고교시절은 좋아하는 분야를 발견하며 대학 가서는 그걸 집중적으로 공부한 뒤 직업으로까지 연결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인생입니까. 소중한 발명 인재들이 그런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싶습니다.” 26년차 교사의 얼굴에는 열정이 엿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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