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좁은 골목을 걷는다. 당연히 다른 골목과 연결되겠거니 싶어 가면 막다른 골목이고 막혔을까 조심스레 다가가면 또 다른 길이 나온다. 골목마다 색다른 벽화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신들의 담벼락을 기꺼이 내어준 주민들의 협조가 있기에 탄생 가능한 벽화.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아니지만 다정한 사투리, 재치 있는 글귀, 아기자기한 재미로 잔잔한 감동을 준다. 따스한 봄날,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을 찾았다.
알록달록 꿈이 담긴 동피랑 마을
창원에서 2시간 달려 도착한 통영 동피랑 마을. 벽화마을의 원조 격인 통영의 동피랑은 명실공히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랑, 즉 비탈의 지역 사투리인 ‘동피랑’은 통영시 정량동, 태평동 일대의 산비탈 마을로 서민들의 오랜 삶터였다. 이 마을은 재개발 계획이 수차례 진행, 변경되는 과정을 겪는 동안 지역의 역사와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독특한 골목 문화로 재조명해보자는 의견을 모아 ‘벽화 그리기’라는 공공미술을 통해 통영의 새로운 명소가 된 곳이다.
동피랑은 통영항 중앙시장 뒤편 언덕배기에 자리하고 있다. 주말이면 많은 여행객이 찾는 ‘한국의 몽마르뜨’라고도 불린다. 여전히 알록달록한 동심을 품고 있다.
중앙시장에서 동피랑 오르는 길은 여러 곳에서 시작된다. 나폴리 모텔 옆길과 충무데파트 옆, 그리고 수월 참기름집과 통영수산 사이 계단을 오르면 동피랑에 이른다.
따뜻한 추억을 채워주는 낡은 골목과 벽화
동피랑 마을은 달팽이처럼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걸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동피랑의 벽화마을 시작은 ‘퍼뜩 오이소’라는 구수한 인사가 그려져 있는 벽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느집 담벼락에는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민들레 홀씨가 날아 갈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또 다른 벽화에는 귀여운 앵그리버드 벽화도 방문객을 반긴다. 또 말뚝박기 그림 앞에서는 어릴 적 추억도 새록새록, 재미난 상상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 벽화 마을의 마스코트라 할수 있는 날개벽화는 최고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골목 중간중간 작은 가게들도 눈에 들어온다.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좁은 비탈진 골목길을 올라 동피랑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동피랑 점방과 구판장에 도착한다. 동피랑 점방과 구판장에서는 관광객들이 쉬어가는 쉼터 역할과 함께 간단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드라마 ‘빠담빠담’과 ‘착한 남자’ 촬영지로 유명한곳으로 이곳에 서면 아래로 통영항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과거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이곳이 고깃배가 들어올 시간이면 마을 아낙들이 구판장에 앉아 고기 잡으러간 남편을 기다렸다고 한다.
구판장을 지나 골목 사이를 걷다보면 끊어질듯 지그재그로 이어진 모퉁이의 벽화는 보물 찾기 하는 것 같은 재미를 더한다. 해와 달이 가깝고 바다가 보이는 동피랑 마을 구석구석 돌다보면 정겹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동피랑은 발길 따라 닿는대로 걸으면 동화 속 마을에 꿈을 꾸고 있는 기분에 잠긴다. 동피랑의 벽화는 2년에 한 번 씩 새롭게 그려진다고 한다.
싱싱한 수산물 천국 중앙시장
동피랑 초입에 지나치는 중앙시장은 싱싱한 활어코너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도미,우럭, 돔, 쥐치등 싱싱한 활어들과 멍게, 전복, 해삼도 좌판에 가득 놓여져 있다. 말린 가자미, 조기 등 건어물 파는 곳들도 즐비하다. 활어의 싱싱함에 비하면 값도 착하다. 싱싱한 횟감을 사서 주위에 있는 초장집으로 가면 된다. 1인당 기본 요금을 내고 회와 매운탕을 먹으면 된다.
또 전통의 원조 충무김밥 맛집 들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고슬고슬 하얀밥에 김을 싼 김밥 한 무더기와 매콤한 어묵과 오징어, 무김치 그리고 이쑤시개가 전부다. 통영의 유명한 꿀빵 집도 만나 볼 수 있다.
김한숙 리포터soksook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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