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단골이었던 3월이 가고 새 생명 물오르는 4월이 왔다. 겨우내 움츠린 어깨는 따뜻한 햇살 한 줌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아지랑이 너울대는 도로는 활성비타민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나른한 입맛 깨워주는 봄내음 가득한 밥상을 받고 싶다. 가격도 착하고 입맛도 찾아주는 우리 동네 보리밥집. 봄이라 더 당기는 보리밥집 3곳을 소개한다.
추억의 꽁당보리밥 배방점 =
웬 밥주걱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문 앞에서부터 줄을 섰다. 끼니때가 되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통에 조명래 사장(29)이 밥주걱을 번호표로 나눠준다. 색다른 번호표에 기다림도 짧다.
사람들은 기다림과 동시에 문 앞에 잔뜩 쌓아둔 보리강정과 미숫가루 슬러시로 시장기를 달랜다. 무한리필로 맘껏 먹을 수 있다. 후식으로도 인기다.
6000원짜리 보리밥 정식(정식 이름은 옹기보리밥)은 나물이 10가지나 나온다. 조명래 사장은 “우리집은 10가지 나물을 사람 수대로 개인접시에 차려주기 때문에 나물 모자랄 일이 없다”고 말했다. 기본 반찬은 물론이고 6000원짜리 보리밥 정식에 콩비지 순두부 된장국, 수육 한 접시까지 포함이다.
분명 2인을 주문했는데 옹기에 담아온 보리밥이 수북하다. 조 사장은 “밥 먹으러 와서 밥이 모자라면 되겠냐”며 “항상 넉넉히 담아준다”고 말했다. 보리밥에 주인장의 후한 인심을 담았다.
* 나물을 모두 얹고 고추장을 뿌린 보리밥. 보기엔 투박하지만
나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맛을 끌어당기기 충분하다.
10가지 나물을 싹 쓸어 담아 기름을 넣고 싹싹 비볐더니 향긋한 냄새가 올라온다. 방앗간에서 직접 짠 들기름을 사용한 이집만의 차별화전략이 비빔밥의 맛을 더했다. 옹기에 적당히 눌어붙은 누룽지로 숭늉을 만들어 먹고 나니 입안이 개운하다.
점심때만 4500원에 나물 5가지가 나오는 꽁당보리밥 메뉴가 있다. 옆 테이블은 이 메뉴에 4000원짜리 고등어구이 하나를 추가로 주문했다. 중년여성 2명이 “아, 잘 먹었다”를 외치고 만족스러운 듯 자리를 떠났다.
보리밥을 싫어하는 아이와 함께 와도 걱정할 것이 없다. 9000원짜리 청국장 보리밥을 2인 이상 주문하면 씬 피자가 공짜다.
아산시 배방읍 북수리 1068번지 플러스마트 건너편
설·추석만 휴무
예약 문의 041-546-3669
보릿골 =
보릿골은 주차 걱정을 잊게 할 만큼 주차장이 널찍하다. 프랜차이즈 식당인 보릿골은 최근 본사 식재료를 거부하고 과감히 질 좋은 재료로 업그레이드한 음식을 자신 있게 선보였다.
박정은(38) 사장은 “조미료 맛이 나던 본사 청국장을 받지 않고 경남 거창 귀농 농가가 직접 띄운 청국장을 받아 청국장버섯전골을 만든다”며 “묵은지를 넣고 육수를 끓여 감칠맛이 깊다”고 말했다.
보릿골은 특히 울타리콩을 섞어 지은 보리밥이 맛있다. 박 사장은 “보리와 찹쌀로 밥을 짓기 때문에 보리밥이 여느 집보다 차져서 입안에 착착 감긴다”고 설명했다. 차진 보리밥과 함께 이집의 인기 반찬은 아삭이고추 된장무침. 아삭거리는 고추의 질감과 감칠맛 나는 된장이 어우러져 식감을 살려준다. 푸짐한 청국장버섯전골을 포함한 보리밥 정식은 11시에서 3시까지 점심할인으로 6000원에 먹을 수 있다.
* 6000원 하는 점심메뉴.
청국장버섯전골은 양도 푸짐해 든든하게 속을 채워준다.
점심시간만 각 5000원에 반짝 제공하는 ‘더하기 제육’과 ‘더하기 보쌈’은 이집의 인기메뉴다. 국산 한돈 유황 먹은 돼지고기에 특제양념을 바른 후 숯불에 직화해 내 온다. 여럿이 먹을 때 더하기 메뉴를 하나 추가하면 점심상이 푸짐해진다. 밥 때가 되자 입맛을 다시며 들어오는 손님들로 줄을 잇는다.
천안의 백세주라 불리는 입장주조의 대표 웰빙주 ‘연미주’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저녁에는 바다의 신선함을 한가득 맛볼 수 있는 골목길조개찜이 술안주로 잘 나간다.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 148-4번지
설·추석만 휴무
예약 문의 041-522-4086
자연과 사람들 =
자연과 사람들은 20년 가까이 생활도자기를 빚어 온 박영애(49) 사장이 남다른 음식솜씨를 선보이며 유명해졌다. 오전 11시 반에 문을 여는 식당은 온 벽을 빙 둘러 박 사장이 만든 생활도자기로 가득하다. 그가 자신이 만든 그릇에 음식을 담아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보리밥 밥상을 차려주면 손님들은 함박 웃으며 잘 먹었단 감사의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순천향대학교 글로벌 경영대학 학사지원팀 직원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대기 팀장은 “새로 구성된 팀원들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보리밥 정식을 주문하면 맨 처음 부추전을 내온다. 잘 부쳐진 전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 저절로 군침이 돈다.
다음에 나오는 야채샐러드는 박 사장이 특별히 만든 솔잎청과 매실청을 섞어 만든 소스를 얹었다. 독특한 향긋함에 입맛이 살아난다.
잠시 후 보리밥과 손맛 깊은 나물이 같이 나온다. 보리밥에서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밥이 따뜻할 때 참기름을 뿌려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박 사장이 주방에서 밥을 푸는 즉시 참기름을 뿌려 내 온다. 따뜻한 밥에 나물과 ‘듬뿍장’을 넣고 비벼 한 숟갈 뜨면 입 안 가득 건강한 봄이 찾아든다. 듬뿍장은 박 사장이 보리밥에 비벼먹기 좋게 개발한 일종의 강된장이다.
7000원 하는 보리밥 정식은 꽁보리밥, 쌀과 보리를 반씩 섞은 밥, 흰 쌀밥 등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어 꽁보리밥이 싫은 사람도 무리가 없다.
이집의 또 다른 인기 메뉴는 보리밥 돈가스. 2인 이상 주문하면 보리밥정식과 유자청 소스를 얹은 돈가스를 같이 먹을 수 있다. 값은 8000원.
보리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면 사람들은 예쁘게 음식이 담겨있던 주인장의 솜씨 좋은 생활도자기를 탐낸다. 마음에 드는 그릇은 살 수 있다. 그릇과 음식을 함께 즐기러 멀리서도 찾아오는 이가 많다.
식혜처럼 누룽지 밥알이 동동 뜬 숭늉이 새롭다. 함께 맛보는 보이차로 깔끔한 점심식사를 마친다.
아산시 용화동 804번지
설·추석과 매주 일요일 6시 이후 휴무
예약 문의 041-534-6765, 010-5532-6765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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