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평준화 시행이 되면서 학부모들은 안산시 대중교통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했지만 안산시가 내 놓은 대책은 통학시간대 노선 변경 임시운행, 증차 등 임시 미봉책에 그쳤다. 근본적인 대중교통 대책 없이 맞이한 평준화, 학부모들은 먼 거리 학교에 배정된 자녀들을 아침 저녁으로 실어 나르고, 같은 학교에 배정된 아이들을 모아 전세버스를 임대하고, 그것도 어려울 때는 택시비를 주서 학교에 보낸다. 운 좋게 가까운 학교에 배정되지 않은 이상 앞으로도 똑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평준화 시행 후 한 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안산시는 뒷짐을 지고 선 가운데 해당학교만 문제해결을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신길고, 대중교통 대책 간담회, 입장 차 뚜렷
대중교통 문제를 접근하는 시각이 학부모와 안산시, 버스업체가 근본적으로 달라 대중교통 대책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3월 19일 신길고등학교 통학문제 해결을 위해 신길고 학부모와 안산시, 경원여객 대표가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 뚜렷한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간담회는 지역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김명현국회의원(새누리당)측이 마련한 자리였다. 신길고등학교는 선부동 동명아파트에서 출발해 선부고를 거쳐 신길고등학교로 오는 버스 33번과 33-1번 버스 중 한 노선을 선일중학교에서 삼일로를 따라 신길고등학교로 바로 오는 노선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안산시와 버스업체가 거부했다.
신길고 윤갑희 교장은 “많은 학생이 거주하는 선부동 와동지역에서 학교를 직통으로 오는 버스 노선 하나 없이 앞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어떻게 유치할 수 있겠느냐”며 “두개 노선 중 하나만이라도 돌아오지 않고 직선으로 운행해 등교시간을 단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안산시와 버스업체의 반응은 완고했다. 안산시는 “노선을 임의대로 변경하면 기존 이용하던 시민들이 혼란을 느끼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논리를, 버스업체측은 “변경을 하더라도 이용하는 학생들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에는 직통버스가 생길 경우 170여명의 학생이 이용할 것이라는 조사 자료를 제시했지만 버스업체는 조사의 신뢰도가 낮다며 학생 이름과 동네를 표시한 설문지를 작성해 줄 것을 다시 요구하고 나서 학교 측을 당황케 했다.
신길고등학교가 안산시 녹색교통과에 “운수업체가 수익성이 낮아 못한다면 안산시가 노선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자 경원 여객측은 “버스 노선은 독점권”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간담회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광덕고, 버스노선 하나라도 있었으면
개교한지 4년차 광덕고등학교 앞을 지나는 정규버스 노선은 하나도 없다. 학교근처 광덕시장에서 회차해 오이도까지 운행하는 30번 버스가 등 하교시간에 광덕고등학교까지 임시운행한다. 그러다 보니 등 하교시간대를 놓친 학생은 20분 이상을 걸어야 버스를 탈 수 있다. 광덕고등학교 추교영 교장은 “제발 학교 앞을 지나는 버스가 한 대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우리학교는 소규모로 체험활동을 많이 진행하는데 수업시간에 이동하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러 나가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광덕고등학교도 문제해결을 위해 버스업체와 안산시를 수 없이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교육 관계자들은 이 같은 대중교통의 어려움이 이후 평준화가 제자리를 잡아가는데 방해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교육희망네트워크 측은 “평준화가 하루빨리 자리잡기 위해서는 버스 노선에 상관없이 학교만 보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대중교통 여건이 나빠 기피학교가 된다면 안산 교육 전체에 큰 손실이다”며 “하루빨리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대중교통 대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경기교육개발원은 이 문제에 대한 정밀조사를 위해 대중교통 불편학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해 학생들의 대중교통 이용실태를 파악 중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고교 평준화 한 달, 학교 밖 모습
학교 풍경 1
평일 아침 7시30분. 신길고등학교 앞. 관광버스와 25인승 버스를 타고 온 학생들이 서둘러 내린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학생들이 차를 빌려 매일 등교시간에 이용한다. 학교가 조사한 바로는 와동, 선부동 고잔동 학생들이 2대의 전세버스와 6대의 25인승 버스를 이용해 등교한다. 학생들은 전세버스를 이용하면 대략 한 달 편도기준 5만원을 부담한다. 전세버스를 타고 오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교장선생님의 마음이 무겁다.
학교 풍경 2
금요일 오후 4시 20분 안산고등학교 앞. 수인산업도로 길가에 택시 20여대가 긴 줄을 늘이고 서있다. 곧 하교하는 안산고등학교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서다. 쏟아져 나온 아이들은 넷씩 짝을 이뤄 택시를 타고 휭하니 사라진다. 그 많던 택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다. 버스 정류장에 모인 다른 무리의 아이들은 목을 길게 빼고 버스를 기다린다. 남들보다 일찍 나온 아이들은 널찍한 버스를 타고 사라졌지만 다음버스는 오지 않고 학생들은 점점 불어난다. 한참 만에 도착한 버스. 이번엔 타고자 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결국 버스 타기를 포기한 한 학생의 표정에 짜증이 묻어난다.
학교 풍경 3
학교가 끝날 무렵 광덕고등학교 한 교사가 버스회사로 전화를 한다. 아이들 하교시간 맞춰 버스를 보내달라는 내용이다. 회차 지점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광덕고등학교까지 올라와 아이들을 싣고 내려간다. 신도시에 사는 한 학생은 이 버스를 타고 성포동까지 와서 99-1번으로 갈아타고 집으로 간다. 버스노선이 안산 시내를 지그재그로 돌아다녀 등교시간이 1시간 넘게 걸린다. 가끔 부모님이 태워다 줄 경우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데 버스를 타고 갈 때마다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그나마 아이들과 함께 하교를 할 경우는 나은 편이다. 어쩌다 상담이나 청소가 걸리는 경우 20분 이상을 걸어 내려와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시간은 더 길어진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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