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풀어가는 수학세상 (18)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지역내일 2013-03-29 (수정 2013-03-29 오전 1:20:17)

흡연은 하나의 질병이다. 어느 질병보다도 무서운 질병이다. 세계적으로 모든 암의 3분의 1은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의 경우 사망원인 중 31%가 흡연과 관련 있다. 단일 질병으로 이렇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흡연 말고는 없다. -2012년 11월 30일 조선일보 기사




심근경색을 겪은 사람 중에선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더 오래 산다는 ''흡연자의 역설(smoker''s paradox)''이 국내 연구에서도 처음 확인됐다. 하지만 이는 통계적인 착시현상일 수 있다며 "흡연이 건강에 좋다"는 메시지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연구자들이 강조했다. -2012년 12월 16일 아시아경제 기사







두 신문의 기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흡연은 건강에 매우 나쁘지만 심근경색을 겪은 환자에게는 도움이 된다(?)’. 읽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기사이다. 위 기사에 대해 독자들은 어떤 판단을 할까 ?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성장기에 키가 커지면 체중도 같이 증가한다.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대체적으로 그 상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한쪽이 증가하면 다른 한쪽도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일 때, 이 둘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상관관계가 원인과 결과를 나타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처럼 두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면, 먼저 일어난 사건이 나중에 일어난 사건의 원인이라고 쉽게 단정한다.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상관관계는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가능성을 나타내주는 일종의 추측에 불과할 뿐이며, 그 관계를 설명해주는 타당한 근거가 없다면 실제로는 쓸모없는 것에 불과하다. 즉, 상관관계 성립여부가 인과관계의 성립여부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상관관계는 현상의 원인을 알아내도록 하여 인과관계에 대한 의미 있는 자료와 올바른 의사 결정의 근거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성립시키는 통계 자료들이 타당한 신뢰성을 가지지 못하면, 흡연자의 역설에서 보듯이 사람들에게 엉뚱한 판단을 유도하기도 한다. 둘의 관계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동일한 관계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겠다.
그러나  논리적 사고에 익숙하지 많은 사람들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이 두 단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우연히 관찰된 상황들을 상관관계로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다음 신문 기사를 읽어 보자.




''불황기에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부산지역 유통가에서 그대로 입증되고 있다. - 중략 -  ''미니스커트'' 판매 실적을 확인해 본 결과, 경기가 비교적 좋았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불황이 깊어진 올 상반기 매출이 평균 10% 이상 더 늘었다고 28일 밝혔다.
-2012년 6월 28일 파이낸셜 뉴스 기사




위 기사를 읽으면 마치 치마 길이와 경제 상황과 어떤 관계가 성립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기사는 치마 길이가 여자들의 경기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표시라는 인상을 심어 주고 있다. 스커트의 길이와 경기전망 사이에는 우연히 관찰된 관계가 있을 뿐인데도 마치 상관관계가 성립한다는 억측을 정당화 하고 있다.




● 한걸음 더
다음은 비행청소년과 일반청소년을 대상으로 식습관의 비교 및 폭력성향의 영향에 관한 논문의 일부이다. 이 논문은 비행청소년과 인스턴트 식품 섭취 사이에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중 어떤 관계가 성립한다고 말하고 있는가?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관계를 선택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해보자.




비행청소년의 불규칙적인 식사습관과 결식과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식습관이 도출되었으며 일반청소년에 비해 주로 단맛과 짠맛 등의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였다. 또한 간식을 자주 섭취함으로 인해 식사를 거르는 양상을 보였으며, 주로 탄산음료 및 분식이나 과자, 빵류 등 자극적이고 밀가루가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였다.




이 연구 결과를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섭취하면(원인) 비행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결과) 해석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비행청소년들은 일반청소년들에 비해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으므로 식사를 자주 거르게 되고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인스턴트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식사를 하더라도 분식집 등을 더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음식점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가정에서 만드는 음식에 비해 더 자극적인 맛을 내는 음식들을 판매한다. 인스턴트 음식은 특성상 밀가루를 사용하여 만드는 간식류가 대부분이며 탄산음료도 함께 섭취하게 된다. 그러므로 인스턴트 음식 섭취와 비행 청소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다만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궁금한 점은 아래의 메일이나 블로그를 활용해 주세요.
 
E-mail:istiger@hanmail.net
Blog:http://blog.daum.net/istiger




신인선 진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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