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주민 챙기는 우리는 ‘사회주부’

감골주민회, 마을 동아리 꾸리고 이웃 돌보는 봉사 일꾼

지역내일 2013-03-27

주부들이 모였다. 집안에서 가족 뒷바라지와 살림을 도맡아하던 이들이 가정을 넘어 동네와 지역사회로 그 활동 반경을 넓혔다. 가정주부에서 사회 주부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 집 아이 뿐 아니라 이웃의 아이까지 함께 교육하고 내 부모뿐만 아니라 이웃 어른들까지 보살핀다. 사회주부의 길을 신나게 걸어가는 ‘감골주민회’(회장 이영임) 회원들을 만났다. 


who? 석호초 ‘샘골사랑회’ 주민모임으로 발전
감골주민회에서 활동 중인 회원들은 대부분 석호초등학교 도서관 봉사회 ‘샘골사랑’ 회원들이다. 도서관 자원봉사활동으로 만난 이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석호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는 활동을 해왔다. ‘내 아이’를 위해서 시작한 활동은 점차 우리 마을 아이들, 우리 학교 아이들로 관심이 옮겨갔고 샘골사랑회 회원들은 학생들을 위한 인형극 공연, 책 축제 등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회원들이 아이가 초등학교 울타리를 벗어나자 학교가 아닌 지역에서 모임을 이어가기 위해 감골 주민회를 만든 것이다. 정식 모임으로 출범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사1동 놀이터 축제와 청소년 역사동아리 지도를 이어왔다. 올해부터는 공공기관 공모 사업비를 받아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서 본격적인 창립총회를 열고 모임을 재정비 했다. 감골주민회에는 사 1동 주부 30여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후원회원과 가족회원까지 합치면 100명이 넘는다.
회원들은 함께 활동한지 3~4년이 넘은 데다가 같은 마을에 살기 때문에 흔한 말로 ‘집집마다 숟가락이 몇 갠지도 아는 사이’가 되었다. 이 처럼 오랜 시간 다져온 끈끈한 우정이 감골주민회의 가장 큰 보물이다.


what?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동아리 운영
그런데 주민회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 흔히 들어보던 부녀회도 아니고 청년회도 아닌 주민들이 참여하는 주민회이다. 감골 주민회가 지난해 진행했던 일을 돌아보면 올해 혹은 앞으로 해나갈 일이 보인다. 지난해 감골주민회는 공모사업으로 마을놀이터 축제와 주민자치학교를 진행했다. 또 연령별 동아리 모임도 운영한다. 초등 저학년이 참가하는 ‘마을 숲 이야기’ 고학년을 위한 ‘역사탐험대’ 중고등학생을 위한 ‘1318 청소년 동아리’ 성인이 참여하는 ‘손질’이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올해 사1동 주민자치센터의 토요프로그램으로 등록 했다. 교육프로그램은 주민회 회원들이 진행한다. 그 중 가장 핵심인 활동은 바로 주부 동아리인 ‘손질’이다. 굳이 문화센터에 배우러 가지 않아도 회원들 중 솜씨 있는 사람이 재능을 기부해 함께 배우는 모임이다. 지난해 손질 회원들이 손뜨개로 목도리를 만들어 이웃 어르신들에게 나눠줘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함께 텃밭도 일구고 전통음식을 만들기도 배워 볼 참이다.
동아리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배움’과 ‘나눔’이다. 함께 모여 작은 성과라도 이뤄지면 꼭 지역사회와 나누면서 그 의미가 배가 되는 것이다.


why? 마을공동체 살려야 모두가 잘 살 수 있어
감골주민회 회원들은 왜 이곳으로 모여드는 것일까? 여유 있는 시간, 낮잠을 자도 좋고 사우나를 가도 좋고, 친구와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어도 좋은 시간에 왜 이들은 굳이 모여서 일을 만들고 책임을 지려고 하는 걸까?
이영임 감골주민회 회장은 “아마 우리가 남들보다 적게 가졌기 때문일 것”이라며 소박한 웃음을 짓는다. 이 회장은 “가진 것이 적다보니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서로 힘을 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서로 가진 재능을 꺼내놓고 도우면서 키우다 보니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는 것이다.
요즘 한창 주목받는 ‘마을만들기’사업도 감골주민회에게 활동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 줬다. 마을 공동체 복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이곳에서 진행 중이다. 감골주민회 회원들은 마을이 살아나야 현대 사회의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감골주민회의 올해 목표는 마을 카페를 만드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스스럼 없이 드나드는 마을카페를 만들어 이웃의 정을 채워갈 계획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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