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름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학교 내신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공신력을 갖춘 영어 인증 시험에 더 많은 시간 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특목고 전형에서 공인 인증시험 성적표 제출이 금지되고, 대입 전형에서 수시 비중이 확대되면서 영어 내신의 중요성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TOEFL, TOEIC, TEPS 등의 인증 시험보다 학교 영어 내신 시험이 훨씬 더 쉽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많은 학생들이 학교 시험에서 만점 혹은 고득점을 얻기 쉽지 않다고 불평한다. 항시 모든 결과에는 다양한 원인과 변수들이 상호 작용을 하지만, 내신 관리의 어려움은 서술형 비중의 확대 및 난이도 제고에 그 주요한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내신에서 고득점을 맞을 수 있을까? 지난 20여년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경험을 통해 “학생의 학습 태도”적 측면과 “영역별 영어 공부 방법”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바람직한 학습 태도
요즈음 아이들은 본인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동기부여가 된 상태에서 배우고자 하는 욕망으로 학원을 오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판에 박힌 듯 아무런 “생각”없이 수업을 듣는 “수동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기 주도적(Self-Oriented)인 학습이 아니라 교사 주도적(Teacher-Oriented)인 학습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 학생들은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워야 할 시기에 역설적으로 기계적이며 수동적인 수업 태도를 보인다. 그렇다보니 사고력이 떨어지고, 응용력이 떨어지며, 수업 내용을 완전히 ‘자기화’하지 못하고 단순한 명제로서만 기억을 한다.
현대 논리학에서는 진위(眞僞)를 물어보는 뜻이 담긴 글을 ‘명제문(命題文)’이라고 하지만, 원래 전통적인 논리학에서의 ‘명제(proposition , 命題)’는 “‘판단’을 ‘언어’로 표현한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빈도 부사는 Be동사나 조동사의 뒤, 일반 동사 앞에 쓴다.”라는 설명을 듣는 동시에 그 문장을 ‘참’이라는 명제로만 기억할 뿐, ‘왜?’ 라는 생각, 혹은 ‘빈도가 무슨 뜻이지?’ 라는 생각 등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수업에 대한 “자발적, 능동적”참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원인은 앞서 언급한 대로 지나치게 꽉 짜인 일정과 스스로를 위한 “사고(思考)”를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일 게다.
영역별 영어 공부 방법
몇 년 전의 일이다. 한 초등학생이 ‘TOEIC'' 단어장을 외우고 있기에 무슨 단어를 외우나 지켜보았다. 그 당시 4학년이었던 한 여학생이 외우던 단어는 “wage ledger”였다. 그 단어를 연습장에 옮겨 적더니 옆에 한글로 ’임금 대장‘이라고 적기에,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해 학생에게 물어보았다. “얘! 임금 대장이 무슨 뜻인지 아니?” 그랬더니, 놀랍게도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아이가 답을 했다. “네!” “무슨 뜻인데?” “임금이요. 월급. 그러니까 월급 주는 대장이요.”라고. 듣고 나서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임금대장(賃金臺帳)이라는 문서 한 권이 “대장(大將, general)”이라는 사람으로 둔갑하던 순간 잠시 할 말을 잊었던 기억이 난다.
위 사례에서 보듯 요즈음 학생들은 기계적이고 수동적으로 단어를 암기하고 있다. 아마도 진도에 급급해 혹은 단어 시험 통과에 조급해 암기한 탓일 게다. 단어를 암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라고 모두들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과정의 기회비용이 너무 커서 부득이 단어만이라도 암기해야 할 경우, 그 단어가 지니고 있는 뜻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예문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소위 말하는 ‘독해’ 영역을 짚어보겠다. 요즘은 ‘직독직해(直讀直解, Speed Reading)가 대세인 듯싶다. 수학능력시험에서는 지문 1개에 2분, TEPS에서는 지문 하나당 1분 정도의 시간만 할애 한다. 그러다보니 문장을 다 읽고 뒷부분에부터 차근차근-한국어 어순에 맞추어-해석해 올라오다보면 시간도 문제고 해석하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의미 단위(Thought Unit)''로 읽어 나가는 동시에 해석을 해야만 주어진 시간에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꾸준한 반복과 연습을 통해 가능하다.
또한, 읽기(Reading) 영역은 단순히 해석(독해) 위주의 문제에서 벗어나, 글의 주제 찾기, 글의 전개방식. 주어진 예로 결론 도출하기 등 사고력과 독서량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많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직독직해(Speed Reading)로 시간을 확보하고, 더불어 ''행간읽기(Reading between the lines)''를 통해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어떠한 주장을 했다면 그러한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구체적인 예가 몇 가지 등장한다면 그러한 사례들을 통해 무엇을 주장하고 싶은지? 등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즉, 글쓴이의 ‘글’을 통해 글쓴이와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단순히 단어 한글 뜻의 배열을 벗어난 제대로 된 “글읽기(Critical Reading)”를 해내야만 한다. 반복되겠지만, 그러기 위해 많은 독서와 사색이 필요함은 두 말 없음이다.
카르마플러스어학원 금문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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