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전지은
펴낸곳 웅진지식하우스
값 13,000원
“아무리 힘든 병마와 싸운 환자라도 마지막 모습은 참 편안하다. 얼굴을 찌푸린 채로 죽는 이는 보지 못했다. 중풍의 후유증으로 손을 꽉 움켜쥐었던 사람들도 죽음과 동시에 손을 놓는다. 병에 걸린 후 아무리 애써도 되지 않았던 일이 죽음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중환자실 간호사나 의사들은 가능하면 거짓 희망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무리 작더라도 희망적인 말을 하게 되면 환자나 보호자는 그 한마디에 매달려서 기력을 소진하고는 더 큰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중환자실 간호사가 들려주는 감동 스토리
이 책은 미주 한국일보에 연재돼 한인들의 가슴을 울렸던 에세이를 엮은 것이다. 저자는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가 20여 년간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했으며 현재 콜로라도 펜로즈 병원 중환자실에서 케이스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케이스 매니저는 환자에게 필요한 전반적인 과정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마음속에는 언제든 기회만 되면 다른 곳으로, 가능하면 조금 더 높은 자리로 가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레드넥(보수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멋있게 펀치를 한 방 먹이고 싶었다.”
매 순간 생과 사가 교차되는 중환자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어린 두 아이의 엄마인 환자를 포기할 수 없어 눈물 흘리는 담당 의사, 이혼을 결심하고 충동적으로 자살을 택한 이민 2세대 한인, 아흔둘 고령에도 불구하고 심장 수술 후 1주일 만에 퇴원한 할아버지,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다가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17세 소년 등….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을 간호하고 도와주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는 저자는 비록 50대 중반의 나이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여긴다. “일흔이 넘어서도 손톱을 곱게 단장하고 은은한 향수 냄새를 풍기면서 빨간 힐로 병원 복도를 또박또박 밟아가는 나를 상상한다. 풋풋하고 싱그러운 젊음은 없지만 연륜이 밴 그윽한 간호사, 케이스 매니저였으면 좋겠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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