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로운 고3들이 그들의 도전을 시작했다. 수년간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고3학생들과의 첫 만남에 대해 ‘가슴이 짠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초조함과 불안감이 뒤섞인 수십 개의 긴장된 눈빛이 그의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고3’이라면, 그래서 피할 수 없다면 좀 더 현명하게 보내는 것도 고3을 즐기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터.
우리 지역 고3 담임교사, 그리고 진학부장교사들이 고3학생들을 위해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들이 말하는 고3의 정의, 이 모든 글을 고3 수험생들에게 전한다.
박지윤 오미정 오현희 리포터
고3은 ‘꿈꾸는 청춘’이다
이을규 교사(광문고)
인생을 살다보면 몇 번의 전환기가 온다. 고3시절은 그 중 가장 중요한 인생의 터닝포인트(Turning Point)다.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막연하게 꿈꾸어 오던 것들을 구체화해야 하는 시기이며 이를 실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은 어떤 존재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생각해 보고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어느 대학에 입학하여 어떤 학문을 전공할 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점수에 맞추어 결정한 대학과 학과 때문에 대학진학 후에 오히려 진로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들이 많다. 자신의 흥미, 적성, 능력, 건강 상태, 성격, 미래에 대한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미래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가진 꿈꾸는 청춘이라면 고3이라는 어렵고 중요한 삶의 전환기를 성공적으로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미래는 끊임없이 꿈꾸며 노력하는 청춘의 것이다.
고3은 ‘도전’이다
유제숙 교사(한영고)
고3은 내게 내재되어 있는 능력을 뼈저리게 느껴보는 시간이다. 20대의 시작을 ‘실패’라는 단어로 시작할지 ‘성공’이라는 단어로 시작하지는 고3 1년에 달려있다. 고3의 성공이 ‘좋은’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라는 말이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한계에 도전하면서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의 소중한 경험은 앞으로의 삶에서 위기와 맞닥뜨렸을 때 좌절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줄 것이다.
대학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산’을 넘는 것이 중요하다. 마야문명의 흔적을 보기 위해선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한다. 자신의 성공을 맛보기 위해선 자신만의 산을 스스로 넘어야 한다. 스스로의 능력을 끌어내는 힘이 필요한 때다. ‘나의 능력’을 스스로 알고 믿으며 좌절하지 않고 20대를 맞이하기 바란다.
고3은 ‘미래인’ 이다
강덕화 교사(문정고)
고3이라는 시기에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준비한다. 준비를 많이 한 이들은 다가올 미래에다양한 가능성을 부여 받지만 반대로 걱정만 하다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이에게 세상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극히 제한된 기회 안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고3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미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고3들에게 특별히 당부한다. 친구는 가급적 교내에서만 만나라. 휴대폰은 수험생에게 최대의 적, 교내에서만 친구를 만난다면 휴대폰이 필요하지 않고 굳이 있어야 한다면 스마트폰보다는 2G폰으로의 다운 그레이드 하기를 권한다.
지금 고1,2학년인 학생들에게는 대학 입시를 생각하기보다는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길 권한다.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 활동은 물론이고 학교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해야 하고 아울러 자신이 미래에 어떤 분야로 진출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찾는 진로 탐색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입시가 현실화되는 시간이 다가왔을 때 최선을 다하면 된다.
고3은 ‘소나기’ 이다
신성철 교사(강동고)
소나기는 누구나 맞을 수 있고 피해갈 수 없다. 힘든 고3시절도 인생에서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한때이다. 그러나 미리 우산을 준비한 사람이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것처럼 고3시절을 잘 준비해 보낸다면 그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다.
그 준비의 기본은 학교 수업이고 수업 시간에 얼마나 집중하는가가 대입 성공의 관건이다. 다시 말해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대학 입학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거의 진리에 가깝다. 수업에 충실한 것은 성실성과 관련이 있다. 성실한 학생이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고 성실한 수업 태도와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의 확보는 대입 성공의 지름길이다. 1,2학년 학생들에게도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학교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한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꼭 말해두고 싶다.
고3은 ‘아줌마’다
이윤찬 교사(창덕여고)
자신과 상관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하지만 자신의 이익과 직결된 일이라면 날카롭게 질문하고 파고들며,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 보니 느는 게 살이지만 개의치 않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아줌마 마인드’로 고3 1년을 보내라 조언하고 싶다. 살은 수능 시험 끝나고 쫙 빼 ‘엘리트 학생’으로 변신하면 되니까.
올해 수능은 국영수 과목별로 A, B형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서 뜨거운 감자가 영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 수험생이 외국어 영역을 모두 보기 때문에 1등급 숫자는 고정적이었다. 하지만 올 해는 A, B로 나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B형의 1등급 인원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어 공부 전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국어, 영어 문항수는 5문제씩 줄어드는 반면에 수리는 지난해도 똑같다. 때문에 수험생들은 ‘킬러 문제’인 수학 주관식 풀이 시간을 벌기 위해 객관식 문제를 정확히 빨리 풀 푸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습플래너를 잘 활용해야 한다. 과목별 목표 공부분량을 체크, 하루 공부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공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고3은 ‘얼음 안경’이 필요하다
채용석 교사(배명고)
고3이 되면 눈만 높아져 자기 성적과 상관없이 지원 대학을 높이 잡는 학생들이 많다. 자기 성적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여기에 맞춰 목표 대학과 전공을 정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실력도 안 되면서 무턱대고 논술 준비부터 하는 학생이 있다. 공들여 논술전형을 준비했더라도 결국 최저학력 기준을 넘지 못해 고배를 마시는 경우를 자주 본다. 통상적으로 일반고는 1~2등급, 자사고는 3등급까지 논술을 준비하고, 3~5등급은 적성시험을, 5~6등급은 학생부만으로 선발하는 지방권 대학들을 눈여겨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수시와 정시 비율이 2:1인 만큼 당연히 수시를 노려야 한다. 정시는 패자부활전이라 경쟁률이 치열해 그만큼 어렵다. 때문에 수시 지원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시간 있을 때 꼼꼼히 자료를 모아 공들여 자기소개서를 써놓아야 한다.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일주일 만에 뚝딱 자기소개서를 써냈는지 여러 달 고민하며 공들여 썼는지 족집게처럼 가려내는 전문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수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한두 문제 실수로 낙방한 최상위권 학생들이 절치부심하며 1년 더 공부해 좋은 성과를 얻는 것이지 실제 재수 성공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12년 동안 제대로 안한 공부가 1년 더 한다고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고3 생활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고3은 ‘책걸이’가 중요하다
양창환 교사(영동일고)
수능시험이 EBS와 연계 출제되면서 각종 EBS 교재는 고3생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국영수 등 과목별로 봐야할 교재가 너무 많다는 것. 때문에 급한 마음에 이 책 조금, 저 책 조금 보다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하는 수험생들이 의외로 많다. 여러 해 고3 담임을 맡은 경험상 한권의 책을 끝까지 완독하는 학생은 한반에 30% 정도도 안 된다. 중하위권 학생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고3 생활을 알차게 보내는 비결은 한번 잡은 국영수 참고서는 끝까지 다 본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목별로 진도를 쪼개 1일 공부양을 정한 뒤 매일매일 목표로 정한 공부 분량을 꼭 채우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한 권, 한 권을 마스터해 나가다 보면 성취감과 자기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 공부에 탄력이 붙는다. 뿐만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인 고3 생활에서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능력까지 길러진다. 끝까지 다본 참고서는 잘 보관해 두었다 수능시험 최종 마무리할 때 복습 교재로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고3은 ‘체력’이다.
김범두 교사(보인고)
고등학교 3학년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있다. 스트레스는 성취동기가 높은 학생이나 낮은 학생이나 상관이 없다. 수시로 찾아오는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려면 강력한 ‘정신력’이 필요한데, 이 정신력의 근본이 되는 것이 바로 체력이다. 체력 없는 고3 생활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런데 체력 단련이 안 되어 있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틈틈이 체력을 단련해 힘을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그리고 잠자기 전에 약간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체력 단련을 물론 그날그날의 스트레스나 불안을 없애기에도 좋은 방법. 각자의 방법으로 체력을 안배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해 누구보다 고3생활을 잘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고등학교 1, 2학년이라면 고3을 대비해 미리부터 체력을 단련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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