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학습 위해 엄마가 배운다
여성이 아이를 낳아 양육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이들 세상 속에 깊숙이 뛰어들게 된다. 아이를 최측근에서 수년간 임상연구(?)한 경력의 소유자가 바로 엄마다. 그런 엄마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한다면 그간의 경험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훌륭한 교육 전문인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요즘은 엄마표 학습을 위해 배움에 나선 엄마들이 많다. 내 아이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 혹은 취업과 창업을 위해, 또는 더 나은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열공 중인 엄마들을 만나 보았다.
엄마들의 열공 현장, ‘창의수학지도사’ 수업을 찾아서
“엄마에서 강사로, 아이들 수학 사고력은 우리가 책임질게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다시금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학창시절 ‘수학’은 어렵고도 힘든 과목이었다. 요즘 ‘수포자’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런 수학을 중년의 나이에, 자녀를 둔 엄마들이 다시금 열성적으로 배우는 곳이 있다. 바로 고양 YWCA 여성근로자복지센터의 ‘창의수학지도사 과정’ 수업 현장. 리포터가 그 현장 속으로 찾아가 보았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달라진 초등수학, 걱정없어요
평일 오전, 집에 있는 주부라면 집안 청소 해 놓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만한 시간. 자녀를 둔 엄마들이 고양YWCA 여성근로자복지센터의 강의실에 모였다. ‘창의수학지도사’ 교육과정을 듣기 위해서다.
“이번에 새로 개정된 초등 수학교과서예요. 좀 보세요.”
“스토리텔링 수학이라고 하더니 우리 수업 방향과도 많이 부합되겠는데요.”
수업 시작 전, 올해 개정된 초등 수학교과서를 두고 수강생들 간에 대화가 이어진다. 수강생들이 대부분 학부모여서 그런지 새 수학교과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잠시 후 수업시간, 강사는 수학의 원리와 개념에 대해 참고도서를 빌어 상세히 설명한다. 수강생들의 눈빛은 대학캠퍼스를 방불케 할 정도로 학구적이고 진지하다. 창의수학교재와 교구를 병행한 다양한 수학활동도 이어진다. 작은 원목교구로 삼각형과 직사각형도 만들며 수학의 원리와 개념을 적용시켜간다. 강사와 수강생간의 질문과 토론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올해 수학교과서가 일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개편되면서 ‘창의수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고양YWCA 여성근로자복지센터의 ‘창의수학지도사’ 과정은 초등학생 대상의 창의수학을 지도할 강사를 양성하는 수업이다. 수강생 대부분은 자녀를 둔 엄마로서 연령대는 30~40대가 주를 이룬다. 주로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혹은 향후 취업과 창업을 하기 위해, 그리고 현역 강사지만 더 나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찾아 온 이들이 많다.
창의수학지도사 과정은 주로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교과 과정을 바탕으로 심화, 응용,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소재의 수학문제를 다루며 창의적 수학활동을 병행한다. 교구를 활용하는 수업이 많은 편이며, 주입식 수업 보다는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와 토론을 이끌어 내야하는 만큼 효과적인 지도가 중요하다.
고양 YWCA 창의수학지도사 과정의 장정미 강사는 “창의수학지도사 과정은 일상생활 속에서 수학의 소재를 찾고 이를 단계적으로 수학에 응용한다는 측면에서 올해 개편된 수학교과와 맥을 같이 한다”고 전했다.
-공부하는 엄마 모습에 달라지는 아이들
강의실에서 만난 이윤정(42세)씨는 중2학년과 초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다. 흔히 일손을 놓은 주부들이 그렇듯 그도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단다. 그래서 뭔가 배워 봐야겠다는 생각에 학습지도와 관련된 여러 교육 강좌를 챙겨들었다. 그 중 수학은 이윤정씨의 적성에 가장 잘 맞는 분야였다. 그런데 이윤정씨는 공부를 하게 되면서 자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제가 직접 교육을 받아보니 아이들 심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덜하게 되고 아이들과 부딪치는 일도 많이 줄었어요. 예전엔 엄마가 뭔가 가르쳐주겠다고 오라고 하면 오지 않던 아이들이, 제가 공부하면서 ‘이 문제 푸는데 잘 안 풀리네, 네가 좀 도와줄래?’라고 하면 슬며시 다가오더라고요. 그렇게 문제를 함께 풀다보면 아이가 뿌듯해하고 자신감도 느끼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교육상 참 좋더라고요.”
이지선(43)씨는 10년 넘게 과외수업 등 수학지도를 해 왔다. 수학 선생이 왜 또 수학 수업을 들을까 궁금했다.
“학교 교과가 개편되면서 더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껴 수강하게 됐습니다. 수업을 듣다보면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열 개중 여덟 개는 아는 것이라도 한두 개를 새로 알게 된다면 그 가치가 크거든요.”
아직은 어린 자녀를 둔 장소미(36)씨는 과거에 다년간 수학강사와 과외지도를 한 경력이 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직접 가르쳐보려고 창의수학지도사 수업에 참여하게 됐단다. 그는 “창의 수학이 아이들 시험성적을 당장 올려주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수강생들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스터디 모임을 가지며 모자라는 공부를 함께 한다고 했다. 학창시절의 학구열이 엄마가 된 후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창의수학지도사 과정은 한 학기에 초급과정 3개월, 중급과정 3개월로 진행되며 두 학기 1년 과정을 마치면 학생들의 수업을 지도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한다. 향후 진로는 주로 방과 후 교사나 공부방 운영, 학원 취업 등을 생각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동네 ‘창의수학지도사’ 교육 받을 수 있는 곳
* 창의수학지도사 과정, 초급 (-고양YWCA 여성근로자복지센터)
-교육기간: 3월 7일(목)~5월 23일(목)
-교육시간: (목) 10:00~11:50
-교육비: 9만원 (교재비, 교구비 별도)
-문의: 031-919-4048/4115
* 초등창의수학지도사+보드게임, 심화 (-고양 여성인력개발센터)
-교육기간: 3월 12일(화)~5월 28일(화)
-교육시간: (화) 9:30~12:30
-교육비: 20만원
-문의: 031-912-8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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