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이는 궁금한 것이 많아 학교수업시간이나 집에서 자주 질문을 하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어느 날 아빠가 생일 선물로 사준 캐릭터 손목시계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아빠! 시계 바늘은 왜 오른쪽으로 돌아가요? 동그라미는 왼쪽으로 연필을 돌려서 그리는데, 시계 바늘은 같은 동그라미를 오른쪽으로 돌아가면서 그려요. 왜 그래요?”
아빠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언니인 예원이가 “이상한 일이 또 있어요. 아빠 ! 체육 시간에 운동장을 돌 때도 시계 바늘의 회전 방향과는 반대로 뛰어요.”
지구로부터 10억 광년 떨어진 은하계에 살고 있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점령하기 위한 우주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외계인들은 지구 침공을 위해서는 정보 수집이 필요함을 알고 정찰대를 지구에 파견하였다. 정찰대는 지구인이 착용하고 있는 손목시계를 보고서는 지구의 문명이 북반구에 있으므로 북반구를 먼저 공격해야 유리하다고 보고하였다. 어떻게 외계인들은 손목시계를 보고 지구의 문명이 북반구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많은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사실 대부분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공부를 제외하고는 사고력을 키우는 두뇌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자신이 보는 세상이 신기한 것이 많기 때문에 어른들에게 질문을 많이 한다. 부모들이 자녀들 질문에 답을 하느라고 지치겠다는 넋두리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그러나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면서 서서히 질문이 줄어들고 고교생이 되면 아예 질문을 하지 않는다. 사고력을 키우는 첫 번째 문이 닫히고 있다.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특별해보이지 않는 것에도 호기심을 가져 보고 질문하는 것이 권장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다시 관찰해보고 의심하면서 스스로가 풀이를 시도해 보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토론해보거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게 되면 문제 해결도 한결 수월해지고 타인을 의견을 받아들이고 존중해 주는 열린 마음도 길러지게 된다.
이제 위 문제의 풀이를 해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북반구에서는 태양은 동쪽에서 떠서 남쪽하늘을 지나 서쪽으로 진다. 따라서 북반구에 있는 물체들은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그림자가 움직이게 되고, 그림자가 움직이는 변화를 측정하여 옛 선조들은 해시계를 만들었다. 이 해시계를 발전시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시계를 만들게 된다.
외계인 정찰대는 시계 바늘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고 지구 문명의 출발이 북반구에서 시작되었음을 알았고 북반구를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보고를 한 것이다. 만약, 남반구의 어느 지점에서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시계를 사용하게 되었을 것이다.
생활 주변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경우를 찾기는 쉽다. 야구 경기에서 주자들이 달리는 방향, 쇼트트랙 등 빙상 경기에서의 회전 방향, 세면대에서 물이 빠져나가면서 회전하는 방향 등이 모두 시계 반대 방향이다(이유는 독자들이 직접 찾아보길).
수학에서도 도형의 꼭짓점이나 좌표축 등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시계 반대 방향의 순서로 기호를 표시한다. 또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각의 크기에 +,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각의 크기에 ?를 사용하여 각을 구분한다.
● 한걸음 더
하루를 10시간이나 20시간으로 정하면 계산하기도 쉽고 시계보기도 편리할 텐데 왜 24시간으로 정했을까?
하루가 24시간으로 정해진 이유에 대해서 정해진 학설이 있지는 않고, 고대인들이 사용하던 진법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 어느 정도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고대 수메르인들은 나눗셈의 편리성을 위해서 약수가 비교적 많은 12진법을, 바빌로니아인들은 60진법을 사용했다. 이 12진법과 60진법의 영향으로 하루를 12시간으로, 1시간을 60분으로, 1분을 60초로 근간으로 하는 시간 체계를 사용하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하루를 12시간으로 나누다보니 정확한 시간 측정에 어려움이 생기게 되므로 하루의 밤과 낮을 각각 12시간으로 하는 24시간으로 시간 체계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인류는 문명끼리 상호 교류를 통하여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으므로, 현재의 시간 체제는 어떤 특정 문명사회가 단독으로 발전시켰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서로가 하루 24시간 체계의 편의성을 받아들이며 이용하였기 때문에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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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선 진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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