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약 중복처방, 한 해 260억 낭비

중복처방 연간 390만건, 오남용 우려 높아

지역내일 2013-02-05
약효가 비슷한 의약품의 중복처방으로 한 해 동안 대략 260억 원이 낭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약품비의 약 0.3%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같은 사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정책연구소(소장 김윤)가 ‘동일효능(약효)군’의 치료기간 중복 현황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이 조사는 2011년 한 해 동안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두 번 이상 발급받은 환자의 10%를 무작위추출하여 분석해 이뤄졌다. 동일효능군 내 의약품이 중복 처방된 경우는 전체 처방건의 0.9%였으며 이 중 4일 이상 처방기간 중복 건은 전체 처방 건의 0.2%로 나타났다.
4일 이상 중복처방된 건수를 전체 환자로 추계하면 연간 약 390만건이다. 이때 중복처방된 의약품이 사용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버려지는 약품비는 약 260억 원으로 추정된다.
중복처방 의약품을 발생시킨 두 처방전이 동일한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경우는 12.9%, 다른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경우는 87.1%였다.
동일한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처방기간이 중복된 의약품은 복용되지 않고 버려질 가능성이 높아 건강보험 재정 낭비,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각기 다른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의료이용 중 발생한 처방기간 중복 의약품은 환자가 모두 복용할 가능성이 높아 과다복용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일회 복용분을 한포에 포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환자가 중복처방된 동일효능군의 의약품을 구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복처방 의약품 중 가장 많은 것은 51%를 차지한 소화기관용약제로 나타났다. 위장관운동개선제, 히스타민(H2) 수용체 차단제, 위궤양과 위식도 역류질환의 기타약제 등이다.
소화기관용약제는 약을 처방할 때 소화기계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처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예방효과는 임상적 근거가 없는 반면 중복투약으로 인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처방 시 환자와 의사 모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조정실 약제평가연구팀 이수옥 연구원은 “임상 근거가 불확실한 의약품에 대한 남용은 건강악화 및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사와 환자 모두 의도하지 않은 유사 효능군의 중복처방을 막기 위해 의사는 처방 시 환자가 현재 복용 중인 약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환자 또한 진료를 받을 때 복용 중인 약을 상세히 알려줘 불필요한 약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덕중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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