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노인, 활기찬 노후

“일하는 즐거움이 사는 행복이야”

지역내일 2013-02-04 (수정 2013-02-04 오후 11:59:42)

부부인 김태수(72)씨와 조신자(70)씨는 아산종합노인복지관에서 10년째 무료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나이만 봐서는 김씨 부부가 봉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몸이 불편한 다른 노인들을 보살피는 봉사부터 복지관 내 무료봉사까지 두루두루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 부부의 세월은 봉사로 다져졌다. 나이보다 훨씬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그들의 활기찬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 아산노인종합복지관 식당에서 봉사하는 김씨 부부. 오른쪽 끝 김태수씨와 바로 옆 조신자씨가 따뜻한 음식이 담긴 식판을 어르신들에게 가져다주고 있다.




몸 불편한 노인의 손발 노릇, 삶의 의미 생겨 =
김씨 부부는 아산시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아산노인종합복지관이 수행하는 ‘행복나눔도우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노노케어’라고도 불리는 행복나눔도우미는 몸이 불편한 취약계층 노인들의 손발이 되어 심부름도 하고 말벗도 하며 돌봐주는 서비스다. 
“장애2급 어르신을 일주일에 세 번씩 돌봐드리거든. 근데 사업기간이 아닐 때도 오라고 불러. 몸이 불편하시잖아. 그럼 가서 이것저것 도와드리고 심부름도 하고 오지. 어떨 땐 보일러도 고쳐주곤 했어.” 김태수씨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는 “몸이 안 좋아도 최면을 걸면 아침에 거뜬히 일어난다”며 “힘들 때도 있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사업상 도우미를 교대로 배치하려 하지만 대상자들은 도우미가 바뀌길 원치 않는다. 조신자씨는 “87세 어르신을 보살피는데 이 분이 한사코 내가 계속 하기를 원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필요한데 자꾸 바뀌면 믿음이 가겠어?”라고 반문했다. 
 
“봉사하며 살면 사는 재미가 있어” =
행복나눔도우미사업은 한 달에 36시간만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남는 시간이 더 많다. 여느 노인들 같으면 쉬면서 여가를 즐길 법도 하지만 김씨 부부는 복지관 식당에서 강산이 변할 세월을 무료봉사로 지내왔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복지관에서 8년째 무료로 태극권을 가르친다. 조씨는 자격증까지 따서 노래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역시 무료봉사다.
복지관 지하 식당에서 식권을 수납하는 김씨는 손재주가 많다. 칼도 갈아주고 전구도 갈고 구석구석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도맡아 한다. 조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식판을 대신 가져다주며 홀서빙을 담당한다.
조씨는 생각난 듯이 말했다. “추운 아침에 매일 나와 무료로 봉사하는데 돈 받고 일하는 줄 알고 하인 부리듯 대하는 사람이 있어. 1000원에 맛난 음식도 먹고 이것저것 도와주는데도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도 있지 뭐야.”
하지만 김씨 부부는 “일할 사람 없어 애먹는 식당을 생각하면 내가 봉사해야지 생각하고 말 한마디라도 고맙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시 힘을 내곤 한다”며 “어르신들이 맛있게 잡숫고 가는 걸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며 생기 넘치는 웃음을 보였다.
“힘든 건 잠깐이고 즐거운 시간이 더 많아. 나도 남한테 무언가 해줄 수 있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 같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할 거야. 우린 일해서 행복해.”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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