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디자이너 우지희 ㈜오콘 상무

칭찬의 힘으로 디자이너 꿈꾸다

고유문화와 이야기 소재로 콘텐츠 개발하고 싶어

지역내일 2013-03-04

동그란 안경, 까만 눈동자, 노란헬멧, 파란 옷을 입은 펭귄 ‘뽀로로’는 어린이들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존재다. 오죽하면 어린이들에게 ‘뽀통령’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니 말이다.  2003년 EBS의 어린이프로그램에서 뽀로로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가 세상에 데뷔한지 올해로 벌써 10살이 넘었다. 뽀로로가 태어날 때부터 지난 10년간 그의 성장과정을 직접 옆에서 지켜 본 ㈜오콘의 우지희 디자이너를 만나 뽀로로와 함께 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1때의 담임선생님이 디자이너의 길 알려줘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주위에서 늘 제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런 칭찬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칭찬의 긍정적인 힘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죠. 지금도 이런 저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아이들에게는 칭찬을 아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늘 실천하려고 애쓰고 있어요”라며 그녀가 미술 분야를 전공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처음에는 그녀도 그림을 잘 그리면 무조건 화가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중학교 1학년 때 장래희망을 적는 곳에 화가를 적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담임선생님이 화가 말고도 디자이너 같은 다양한 미술관련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때 그녀는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디자인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예고에 진학해서 본격적으로 미술을 전공하겠다고 하니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결국 부모님도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고, 대학에서 새로운 분야인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속에 교훈담은 뽀로로
디자이너로서 뽀로로를 가까이서 지켜봤기에 뽀로로에 누구보다도 애착을 느끼고 있을 터이다. 그런 그녀가 알려주는 뽀로로의 인기비결은 얼굴에 있다. “동그란 안경테가 아이들의 주목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요. 아이들이 안경테 안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뽀로로를 살아있는 친구처럼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뽀로로가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이 노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거죠. 게다가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속에 교훈을 담아 전해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거죠”라는 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인기비결이다. 
이번에 뽀로로 탄생 1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뽀로로와 슈퍼썰매의 대모험’은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내용이다. 부모의 관심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따라 달라지듯이 뽀로로와 함께 커버린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게 하려는 배려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극장판 애니메이션에는 “진정한 챔피언은 상대방의 불행을 이용하지 않아요” 같은 뽀로로의 명대사들이 곳곳에 숨겨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말길 바래
하지만 그녀 역시 디자이너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단다.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서 밤샘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객이 원하는 비주얼이나 콘셉트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힘든 적도 많았다. 10년 전만해도 경영자들에게는 아직 디자인의 위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디자이너들이 작업하기에 힘든 환경이었다고 한다. “디자이너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의사소통을 잘 하는 능력이죠. 디자이너들은 함께 작업을 많이 하기에 경영자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죠. 게다가 디자이너가 멋있는 것만 만들어내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해요. 현실은 많이 다르거든요. 따라서 무엇보다도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녀.
“‘뽀로로와 슈퍼썰매의 대모험’에도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숨겨진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시사회 때 저를 포함한 전 직원이 거의 다 울었어요. 지난 10년 동안 뽀로로와 함께 고생했던 직원들 모두 어려웠던 시절과 힘들게 시작했던 때를 생각하고 모두 가슴이 뭉클해졌거든요”라는 말로 그녀는 시사회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아이들이 우리나라 문화에 자부심 갖게 하고 싶어
그녀는 무슨 일이든 나서서 하는 성격이 아니라 조용하게 안에서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그런 그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남편이 일하는 회사로 스카우트되면서 뽀로로와 인연을 맺고 이 분야의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학교 선배였던 남편과는 대학 때부터 캠퍼스 커플이었고 결혼하고도 계속 같은 회사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그녀는 지금 두 아들의 엄마다. 그녀의 첫째 아들이 한 돌 때 기획되었던 뽀로로가 아들이 3살이 되었을 때 비로소 세상 사람들에게 선을 보였다. 그때 막 데뷔한 나이 어린 뽀로로의 모습은 단순한 펭귄그림이었다. 비록 처음에는 단순한 펭귄 모습이었지만 당시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개성을 반영해서 뽀로로에게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시도해 봤다. 그 당시 유행했던 힙합스타일의 복장, 스키고글, 조종사 헬멧 등 뽀로로의 특징적인 소품들은 거의 모두 초기 젊은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였다. 이런 공동작업의 결과 뽀로로는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뽀로로라는 이름 역시 쪼르르, 뿌르르, 푸푸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붙여졌다가 결국 뽀로로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 그녀의 첫째 아들은 이미 뽀로로보다 키도 훌쩍 커버렸고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다. 둘째아들은 첫째와 나이차이가 조금 나서 아직은 어리다. 그녀는 잦은 해외 출장과 회사업무로 바빠서 제대로 아이들도 못 챙기고 엄마들 모임에도 거의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 되도록이면 자잘한 행사는 제쳐두고 굵직한 행사에만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녀는 일 년에 두세 번 으로 해외출장 횟수도 조절해 아이들의 교육에 힘쓰고 있는, 영락없는 두 아들의 엄마다. 무엇보다도 같은 회사 사장인 아이 아빠가 많이 배려해줘서 아이들을 키우는데 도움을 받았다. 특히 그녀의 친정엄마도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가까이서 돌봐줬기에 지금의 그녀가 있을 수 있었다.
“어린 아들을 인사동에 데려가면 어른들과는 달리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해요. 어른들이 우리고유의 문화를 제대로 포장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해 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런 우리의 전통을 잘 만들어서 아이들이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서 우리의 색깔이나 예전부터 있었던 것을 소재로, 무엇보다도 한글을 그대로 써서 활용하고 싶어요. 특히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당당하게 들어가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꿈이에요. 우리 고유의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면서 평생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어요”라며 그녀는 소박한 꿈으로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박혜영 리포터 phye0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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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우지희씨는 1995년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대우전자에서 근무하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오콘에서 일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과 콘텐츠 기획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상무이사이다. ‘선물공룡 디보’ 애니메이션으로 미국, 이태리, 독일 등에서 열리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수차례 본선에 진출했고, 상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선물공룡 디보’ 애니메이션으로 2007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대상 수상, 2008년 ‘뽀롱뽀롱 뽀로로’ 캐릭터로 대통령상 캐릭터 대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1999년 SBS 사이버 캐릭터 ‘룰루랄라/나잘난 박사’ 기획 개발, 2003년 TV시리즈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기획, 아트디렉터. 2005년 TV시리즈 애니메이션 ‘선물공룡 디보’ 기획개발, 2009년~2013년 극장판 장편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수퍼썰매 대모험’ 기획 및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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