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맛에 산다 - 육아 품앗이 동아리 ‘오른발 왼발’

아이에게 읽어주다 동화책에 푹 빠진 어른들

좋은 동화 골라 직접 슬라이드 극 제작 … 아이들에게 인기 짱!

지역내일 2013-03-02 (수정 2013-03-02 오후 6:14:17)



2월 21일 11시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에 있는 글마루작은도서관 안에는 4~5살 아이들 2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슬라이드 극을 보고 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이 20여분 동안 꼼짝 않고 ‘괜찮아’라는 구연동화에 푹 빠져 있다. ‘도서관 선생님’들이 실감나게 읽어주는 동화와 슬라이드를 매우 좋아한다는 참소망 어린이집 아이들. 아이들은 매주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아이들에게 직접 연출한 슬라이드 극 보여줘
‘동화 읽는 어른들의 모임 오른발 왼발(회장 이연자, 이하 오른발 왼발)’은 개신 글마루작은도서관의 육아 품앗이 동아리다. 2년 전부터 그저 책과 아이들이 좋아 도서관에서 모임을 하게 된 10명의 주부들은 좋은 동화책을 골라 읽고 느낌을 서로 나누고 있다. 매일 도서관에 와서 아이에게 다양한 동화를 들려주고 요리, 미술, 게임, 야외학습 등 독후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두 달 전부터는 매주 한 번씩 그림책 두 권을 선정해 대본, 배경음악, 효과음, 구연, 슬라이드 화면 등을 직접 구성해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이 모임의 회장인 이연자(36, 호수) 씨는 “봉사를 시작하면서 나도 즐겁지만 아이도 신기해하고 재밌어한다”며 “엄마가 집안 일 하는 모습 이외의 다른 일을 한다는 걸 아이도 좋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동화책을 직접 선정하고 읽어보면서 좀 더 심도 있게 동화내용이나 작가의 의도까지 알 수 있게 됐다”며 “이런 활동을 통해 자기 발전과 새로운 자아발견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또한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동화책을 선정해서 재미있고 알찬 구연을 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엄지현(33, 엄지왕자) 씨도 “좋은 동화책을 찾아보게 되고 내 아이에게 읽어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도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애들보다 우리가 더 좋지요~”
33살부터 42살까지 10명의 회원들은 모두 흥덕구 개신 주공 1, 2단지에 사는 주부들로 아이들의 연령대도 비슷하다. 아장아장 걷는 2~3살 아기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까지, 아직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육아에 대한 관심사와 생활패턴이 비슷하다. 그래서 이들은 동화책에 대한 느낌을 나누는 것은 물론, 때론 남편이나 가족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민을 서로 나누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다.
특히 오른발 왼발 회원들은 무엇보다 아이 못지않게 ‘엄마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아이를 위해서 희생만 하는 엄마가 아니라 ‘내 자신’, ‘내 인생’도 챙기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하쿠나마타타’, ‘아랑’, ‘앨리스’, ‘유키짱’, ‘헤라’, ‘호수’, ‘아띠’, ‘들꽃’, ‘미리내’, ‘엄지왕자’ 등 별칭으로 서로를 부르고 있다. 누구누구의 엄마, 누구누구의 아내로 불리기보다 내 자신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별칭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기 때문. 

김윤정(38, 아랑) 씨는 “2011년부터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너무 만족스럽다”며 “집에서 무료하게 있는 것 보다는 여러가지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엄마 역할 이외에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모임의 초창기 회원인 김귀옥(33, 들꽃) 씨도 “누군가를 위해서 봉사할 수 있다는 느낌이 너무 행복하다”며 “오른발 왼발은 내 생활의 활력소”라고 강조했다.
이연자 씨는 “전업주부들은 주로 무의미한 수다만 떨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그런 일회성 모임이 아니라 동화책을 공부하면서 내 아이에게 접목시킬 수 있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모임”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손자한테 오른발 왼발하면서 걸음마를 가르쳐주는 훈훈한 내용의 동화, ‘오른발 왼발(토미 드 파울라)’처럼 동화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이 참 정겹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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