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하며 살아가는 삶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일상으로부터 너무나 일탈한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술 없는 맑은 생활이란 이와 정반대의 삶이다. 그런 뜻에서 알코올의존으로부터의 회복은 일탈과 방종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생활에 틀을 세워 규칙적으로 사는 것이다.
단주생활을 위한 정신과 입원 생활의 가장 중요한 의미도 바로 이 구조와 규칙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상의 매우 사소한 것으로부터 꽤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문제는 오늘날 세태가 이러한 입장과 너무 다르기에 이를 다시 훈련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은 도취와 중독으로 휩싸여 있다. 이러한 세태에서 이를 부정하고 반대로 살아보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
많은 신체 질환자들은 어린 아기들이 온정적인 부성애를 받고 자라는 것처럼 의료진의 주도 아래 회복을 수동적으로 기다린다. 그러나 알코올의존으로부터 회복을 위한 재활 목적의 입원생활은 신체질환들의 경우와는 퍽 다르다. 금단증상의 해결이나 신체적 후유증 회복이 아닌 진정한 회복으로 발전하자면, 단지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헌신적으로 자신을 프로그램에 투입시켜야 한다. 회복을 하자면 단단하게 자신의 삶의 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 현재 입원생활하고 있다면, 프로그램이 바로 그 틀과 규칙의 전부이다. 단지 힘들게 하기 위해 프로그램이 엄격하게 짜인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규칙을 세우고 이를 따르는 훈련을 시작하게 위한 도구이다. 이 도구를 자발적으로 잘 이용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제 시간에 일어나고 제 시간에 잠자리 들기, 제 때에 정해진 식사하기, 각종 프로그램에 제 시간에 들어가 끝까지 참여하기, 잠자리 치우기, 내의 빨래, 쓰레기 통 비우기, 사물함 정리 따위의 일신상의 소소한 잔일 처리들이 포함된다. 공동체 생활 규칙으로는 타인들과 공유하는 시설과 물건에 대한 관리, 원만한 대화와 관계를 위한 최소한의 규칙들이다. 삶에서 매우 기본적인 전화나 면회, 간식이나 용돈, 각종 개인적 편의 제품의 제한을 받아들인다.
이 모든 것들은 너무나 사소하고 기본적인 것들이라 무시하고 위반하고 싶다. 하지만 이러한 간단한 것들을 지키지 못하면 더 큰 다른 약속과 규율도 깨뜨리기 쉽다. 조그마한 규칙일지라도 겸손하게 따라야 회복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입원이나 프로그램 자체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할 때에 이용할 수 있는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틀을 받아들여 더 확대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9시에 열리는 집단치료에 참석하기 위하여 8시쯤 늦게 일어나 허겁지겁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6시쯤 일찍 일어나 여유 있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5분쯤 일찍 와서 참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런 하나하나에 대해 구질구질하고 옥조인다고 불평하지 않고, 자신이 다시 한 번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늘 감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연세대 원주의과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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