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혁(가명)이는 전학을 오고 한동안 엎드려 잠만 자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많았어요. 아이들도 재혁이를 슬금슬금 피했죠.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재혁이가 변했어요. 말도 잘 안하던 아이가 지난해 말 장기자랑에서는 작사 작곡을 해서 노래를 부르더군요.”
더욱 놀라운 것은 반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아이들은 진지하게 재혁이의 노래를 경청했다. 노래가 다 끝난 후에는 최선을 다한 재혁이의 모습에 있는 힘껏 박수를 보냈다.
친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장애와 비장애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 모습에 교사들은 느꼈다. 아이들은 열려 있고, 함께 나눌 때 아이들은 건강한 방향으로 자라난다는 것을….
* 목천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장애학생 인권교육. <사진제공 목천초등학교>
부딪치며 어울려 사는 법 체득한 아이들 =
목천초등학교는 아이들을 중심에 둔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학기 중은 물론 방학에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많은 경험을 하도록 한다.
그 과정에 장애학생 인권교육이 있다. 장애·비장애학생 통합학급을 운영해 함께 어우러지면서 살아가는 법을 깨닫게 한다.
현재 목천초등학교는 한 학년 두 학급씩 총 12학급 중 8개의 통합학급과 1개의 특수학급을 운영한다. 전교생 2400여명 중 11명이 장애학생인데, 이들은 상황에 따라 4명은 완전통합수업을, 7명은 시간제로 통합수업을 진행한다.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 과정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혹시 수업에 방해되지는 않을까 분위기를 흐리지는 않을까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 통합수업을 달가워하지 않는 학부모도, 버거워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그 속에서 아이들 역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김서란 교사는 아이들의 어색함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했다. 교과과정 중 중간놀이시간을 활용, 김서란 교사와 보조교사 두 명이 항상 함께 나가서 아이들의 놀이에 장애학생이 배제되지 않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그 과정이 몇 번 반복되다보니 아이들끼리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것은 물론, 장애학생도 자기 역할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교사가 함께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스럽다.
김서란 교사는 “어색해 하던 아이들에게 교사가 중간 매개 역할을 하고, 동시에 통합수업을 진행하며 아이들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이를 바라보는 교사와 학부모님들도 점차 생각을 달리 하시더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교사는 “장애·비장애학생이 함께 어우러지며 수업하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장애학생들의 행동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발견할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장애학생 인권교육 운영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목천초등학교 현재규 교장은 “김서란 선생님은 평소 아이들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며 “장애학생 인권교육을 잘 진행한다는 평이 알려져서 시내권 혹은 다른 지역에서도 아이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다르면 다른대로 =
장애학생 인권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이다. 교사가 어떻게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는지, 학부모와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모습은 천양지차다.
김서란 교사는 “일반적으로 통합수업에 대해 선입견 또는 편견을 갖는 경우가 많다”라며 “장애학생과 함께 수업을 받으면 가끔 예기치 않은 상황이 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문제로 여기고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냥 함께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아이들은 오히려 열려 있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어갈 수 있도록 목천초등학교는 매 학기 초 장애이해교육을 실시한다.
이때 교육을 진행하며 김서란 교사는 ‘다름’과 ‘틀림’의 개념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장애가 있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모습일 뿐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아이들은 금세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만 인식한다. 그리고 함께 생활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장애와 비장애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목천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장애학생 인권교육은 그저 교육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이루고, 인식을 바꾸며 현실에서 힘을 얻는다.
“교사나 부모의 도움이 없고, 특별히 어떤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함께 어울리면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장애학생들은 많이 좋아집니다. 사회를 경험하는 거니까요. 이는 비장애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느끼는 거지요.”
목천초등학교 아이들은 함께하는 과정을 겪었고, 그것이 어렵지 않음을 체험했다. 조금 불편하다 하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툭툭 털어버린다. 김서란 교사는 “부모님들이 자주 만나고, 학교행사에 많이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수 있고, 아이들의 세상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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