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산책> ‘김광석 다시 부르기’

열아홉 살 아들과 함께 불러본 김광석의 노래

지역내일 2013-02-25

지난 16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를 이제 막 열아홉 살이 된 고3 아들과 다녀왔다. 결혼 전 남편과 데이트를 하며 자주 기웃거리던 신촌의 레코드 가게. 우리는 그곳에서 김광석과 동물원의 노래를 듣곤 했다. 아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의 가슴을 울렸던 그의 노래를 이날 아들과 함께 불러봤다.


엄숙했던 분위기는 서서히 축제 분위기로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거의 1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1층 로비에는 일찍 도착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로비 한쪽 구석에 마련된 그의 사진전을 아들과 함께 둘러보았다. 대형 포스터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삼사십 대 관객들이 대부분인지라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가수 콘서트 특유의 축제 분위가가 느껴졌다. 중장년 관객들 속에서 엄마와 함께 와준(?) 아들의 모습은 제법 의젓해 보였다. 워낙 감성적인 노래라면 시대를 초월해서 좋아하는 아이라 사실은 제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 따라 나선 것이겠지만.
‘김광석 따라 부르기’에서 김광석 상을 수상했다는 젊은 청년 그룹 ‘부부’(부끄러움이 부끄러움)가 ‘먼지가 되어’를 부르며 공연은 시작되었다. 젊은이들이 무대의 막을 올렸지만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장소 때문인지 추모공연이라서인지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서른세 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김광석, 그를 추모하기 위해 친구였던 박학기를 비롯해, 동물원, 한동준, 자전거탄 풍경, 유리 상자, 이적, 박효신 엠씨더맥스, 홍대광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김광석의 녹음된 육성과 함께 박학기가 듀엣으로 부른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는 함께 할 수 없는 둘의 우정이 느껴지면서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어서 선후배 가수들이 따로 또 같이 연출한 무대는 점차 엄숙한 긴장을 풀어주었고, 마지막에는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나의 노래’, ‘일어나’를 모두 함께 부르며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아들과 나는 세대를 떠나 김광석이라는 작은 거인이 주는 감동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인생을 담고 있는 그의 노래들
김광석의 노래가 남다른 감동을 주는 것은 인생의 깊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고비마다 가슴을 울리는 노래들을 그는 어떻게 서른 나이에 그토록 애틋하게 부를 수 있었을까. 담백하면서도 애잔한 목소리는 아름다운 노랫말과 어우러져 그 누가 부를 때보다 감성의 깊이를 더해준다.
군에 입대하는 청춘의 애잔한 심정을 노래한 ‘이등병의 편지’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영상과 함께 홍대광의 목소리로 어우러져 감동과 재미를 더했다. 22년 전 늦은 나이에 훈련소에 입소하기 위해 논산행 열차에 오르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고, 머지않아 군대에 갈 옆자리의 아들이 애틋하게 다가왔다. 아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노래를 듣고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이날 자전거탄 풍경이 부른 ‘광야에서’는 일명 386세대(지금은 486이겠지만)라면 누구에게나 남다른 노래이다. 정의에 불타던 청춘들이 부르던 민중가요. 노찾사, 안치환 등이 불렀지만 김광석의 노래는 이육사 시인의 시처럼 광야에서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며 목 놓아 부르는 듯하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가사가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 ‘서른 즈음에’는 이제 불혹을 넘긴 나이에 들어도 언제나 심금을 울린다. 가수의 인생이 그가 부른 노래의 노랫말처럼 된다고 생각해 김광석이 한동안 부르지 않았다는 ‘거리에서’는 엠씨더맥스 이수의 마성과 같은 목소리로 새롭게 다가왔다. 가장 많은 팬들의 환호성을 받았던 박효신은 ‘그녀가 처음 울던 날’로 관객들의 가슴을 시리게 했다.
이날 공연에서 우리는 김광석의 노래를 그의 목소리가 아닌 친구나 후배 가수들의 목소리로 다시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육성을 다시 들을 수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의 노래가 갖고 있는 힘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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