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소리합창단 발표회 현장을 다녀오다
“청각장애아, 흥얼거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소리합창단 발표회 열어 … 포낙보청기, FM시스템으로 합창단 후원
함께 나누는 기쁨과 슬픔/ 함께 느끼는 희망과 공포/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알았네/ 작고 작은 이 세상
산이 높고 험해도/ 바다 넓고 깊어도/ 우리 사는 이 세상/ 아주 작고 작은 곳
험한 길가는 두려운 마음/ 우리 걸으면 기쁨이 넘쳐/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알았네/ 작고 작은 이 세상
2월 15일 오후 5시 30분. 대전시청 20층에 위치한 하늘광장에 작고 고운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험해 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희망의 작은 세상을 노래하는 아이들. 작년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발표회를 갖는 ‘소리합창단’이다.
소리합창단은 청각장애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합창단이다. 12명으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모두가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장애의 정도도 심각하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달팽이관 청신경까지 손상되어 인공와우수술을 해야 했던 것. 수술 전 이들은 90dB정도의 소리인 굴착기 소리를 어렴풋이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청력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보청기를 통해서도 일반적인 소리를 들을 수 없어 결국은 인공와우 수술을 선택했다.
아이들과 소리언어청각센터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청각적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수술 후 듣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소리언어청각센터는 모든 소리를 시끄럽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에게 듣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어휘, 문장 등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듣고 말하는 훈련을 시켰다. 이런 훈련과정 속에 소리합창단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발성이나 호흡능력이 현저하게 모자랍니다. 또 인공와우는 말소리를 구분하기 위한 기계장치이기 때문에 노래를 듣거나 부르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죠. 음악에 아이들을 노출시키고 함께 듣고 함께 흥얼거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합창단을 꾸렸습니다. 발표회라는 부담은 있겠지만 그래도 해냈다는 자부심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연습하다 잠깐 쉬는 시간까지도 흥얼거리며 소리를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합창단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3월 중에 3기도 모집할 예정이구요.”
두 해째 행사를 이끌고 있는 소리언어 청각센터 최은아 센터장의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타는 아이들. 목에 걸려있는 기계가 눈에 띈다. 행사를 위해 아이들에게 제공된 FM시스템이란다.
“행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전달할 내용이 있을 수 있고 또 아이들이 자신들이 내고 있는 소리를 정확하게 알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FM시스템입니다. 아이들이 각각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 형태의 기계인데 마이크 소리가 바로 개인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죠. 마치 랩실처럼요.”
FM시스템은 한 대당 500만원을 상회한다. 상당히 고가의 기계인데 포낙보청기라는 후원업체에서 10여대 이상을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곡 ‘샹제리제’를 부르며 아이들은 각자 관람석에 앉아 있는 부모님께 다가가서 부모님을 꼭 안았다. 유쾌한 노래 소리와 웃음. ‘오늘만은 함께 걷자고’‘언제나 즐겁고 멋진 일이 당신을 기다린다’는 샹제리제 노랫말이 경쾌하다.
소리언어청각센터 042-526-6875/ www.soreelhc.co.kr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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