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성군으로서의 업적만큼이나 질병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종기(등창), 소갈(당뇨병), 안질, 임질(소변장애), 하지부종, 설사, 두통 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며, 이러한 잦은 질병은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고,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세자에게 섭정을 하도록 할 정도에 이르게 된다. 세종은 그 이후에도 병치레를 계속하다 결국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달리한다.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온갖 질병을 앓았던 세종이 그래도 가장 힘들어했던 고통은 역시 안질(眼疾)이라고 할 수 있다. ‘왼쪽 눈이 아파 안막을 가리는데 이르고, 오른쪽 눈도 어두워서 한 걸음 사이에서도 사람이 있는 것만 알겠고 정확히 누구인지를 모르겠다. 한 가지 병이 나으면 또 다른 병이 생기니 나의 노쇠함이 심하구나’ 라고 한탄하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는 세종의 나이 42세 때의 병력이다.
보통 우리가 사물을 오랫동안 응시하면 눈에 피로가 금방 오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서류나 컴퓨터를 많이 다루는 사람 또는 수험생과 같이 책을 많이 보는 사람은 눈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실제로 ‘동의보감’에서는 독서로 눈이 나빠진 경우에 대하여 언급을 하여 놓았는데, 사람이 눈을 많이 사용하면, 혈(血)을 상하게 되고, 눈도 따라서 손상된다고 하였다. 또한 글을 과도히 읽으면 간(肝)을 상하게 되는데, 간이 상하면 풍열(風熱)이 나고 열기가 상승하여 눈을 침침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실제로 피로와 가장 연관성이 깊은 곳은 바로 ‘눈’이라 할 수 있으므로, 눈은 피로를 재는 척도라고도 할 수 있겠다.
또한 탈정(奪精)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 진액이 마르게 되면 눈동자가 뻑뻑해져서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된다는 개념으로서, 원활한 눈의 건강을 위해서는 항상 진액이 촉촉이 나와 젖어있어 줘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흔히 ‘안구건조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러한 범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안약을 넣기보다는 진액부족을 초래하게 된 원인을 찾고 그 근본치료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진액부족의 주된 원인으로 간허(肝虛)와 신허(腎虛)를 손꼽는다. 쉽게 말하면, 피로가 누적돼 기운이 떨어졌거나 비뇨생식 계통의 기능성이 떨어진 탓으로 본다는 뜻이다. 실제 치료하는 처방도 간신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처방이 많이 사용되는데, 증상이 아주 오래되지 않은 경우에는, 비교적 치료효과도 좋은 편이다. 물론 오래된 병증인 경우에는 당연히 치료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양방병원에 가서 간기능 검사나 콩팥 기능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글 : 정경용 원장 (청주시한의사협회 홍보위원, 정경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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