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립교향악단 김성한 단무장

‘나’를 나눠 ‘남’을 채우고 ‘우리’를 꿈꾸다

지역내일 2013-02-22

천안시립교향악단 김성한 단무장은 풀뿌리희망재단이 창단한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하며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는 아동복지시설 저소득가정 다문화가정 아동과 청소년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김 단무장의 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 일이다. 김 단무장이 딸과 함께 있는데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가 지나갔다. 그 때 딸이 “아빠, 그렇게 쳐다보는 거 아니야. 그냥 우리랑 똑같은 친구에요”라고 말했다. 김 단무장이 의식도 하지 못한 채 그 아이를 쳐다보았던 모양이다. 딸아이의 말이 오랫동안 마음을 울렸다. 지금도 그 말이 김 단무장의 마음을 붙잡아 세운다.



운 좋게 재능기부의 기회 찾아와 =
“나는 ‘운 좋은 사람’입니다.”
김 단무장은 “고등학교 때 음악선생님 권유로 악기를 전공하게 되었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바로 시립교향악단에 들어가 연주활동을 시작한 것 모두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풀뿌리희망재단 박성호 이사의 권유로 시작된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와의 만남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운 좋게 재능기부의 기회가 찾아왔어요. 그때는 재능기부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아이들에게 악기연주를 경험하게 하고 음악을 가르치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꺼이 지휘를 맡겠다고 했죠.”
오케스트라 아이들은 연습에 열심히 참여한다. 상황이 어려워 연습을 제대로 해오지 못하고 생각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도, 연습시간에 눈물을 쏙 뺄 정도로 야단을 맞아도 아이들은 연습에 빠지지 않는다. 김 단무장과 자원봉사자들이 토요일 오전 시간을 기꺼이 오케스트라 아이들과 함께 보내게 하는 힘이다.
연습시간에 간신히 인사나 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웃고 장난치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김 단무장은 음악을 통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김 단무장에게 새로운 시선을 갖게 했다. 그가 사회적기업인 ‘드림앤첼린지’나 교육복지사를 통한 저소득층 아이들 악기 연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시작한 이유다.
“아이들에게 내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함께 하고 싶어요. 잠깐 시간을 내는 것으로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 제게 새로운 의미를 느끼게 해주었으니까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진짜 연주 가르치고 싶어=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에 간이 카페가 차려진 적이 있다. 자원봉사연주자들을 위해 커피 만드는 도구를 들고 바리스타가 찾아 온 것이다. 바리스타의 재능기부로 인해 연습시간은 커피향으로 가득 채워졌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학생은 오케스트라의 촬영을 담당한다. 사진촬영을 불편해하는 오케스트라 아이들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하지만, 그 촬영 덕에 오케스트라의 역사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김 단무장은 “재능기부는 쉽고 간단한 일이지만 그 간단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필요한 일”이라며 “누구나 꼭 한 번씩 그런 기회를 만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단무장은 지난해 12월 장애인비장애인 연합 합창단 ‘나누리글로컬콰이어’ 정기연주회에 참석했다가 큰 감동을 받았다.
“‘이것이 진짜 음악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훌륭한 연주를 통해 얻는 감동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진짜 음악의 힘을 느끼게 됐죠. 우리 클로버 아이들에게서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운 좋은 김 단무장과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은 따뜻한 감동의 연주를 준비한다.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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