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를 하겠다고 입원해 보았자, 갇혀 있어서 술을 마시지 못한 것일 뿐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고 하는 수가 많다. 교도소에 갇혀 마치 처벌 받는 느낌일 뿐, 알코올중독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고 하는 수도 흔하다.
단주를 위한 입원치료의 의미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먼저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강제일망정 술을 차단하는 환경이다. 인간이란 누구나 자주 자율의 독립적인 개체로, ‘나는 나다.’ 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이는 아무리 똑똑하고 힘이 센 사람이라 해도 마찬가지이다. 웬만큼 술에 대해 의식이 열리고 힘이 생길 때까지는 술이 넘쳐나는 세상으로부터 조금은 떨어져 나와 얼마만큼 시간이 지나야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누구나 자신이 알아서 단주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대부분 초기에는 이 강제적 절제가 필수적이다. 이는 꼭 단주 동기를 의심하거나, 단주 의지를 얕잡아 보아서만은 아니다.
다음으로는 단주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겪는 경험이다. 알코올중독인 사람들은 자존감 훼손이 심하다. 그런 만큼 도움이란 것이 때로는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수가 많다. 특히 상대방이 더 우월하게 보이는 경우, 더 비교가 되고 열패감을 느끼게 하여 도움을 받아들이기가 더 어려워진다. 권위적인 남성 치료자보다 연약해보이기만 하는 여성 치료자가 흔히 더 잘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슷한 허점들이 바로 보이는 치료중의 동료들은 또 다른 나처럼 쉽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더 쉽게 다가가고, 더 쉽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비슷한 실패를 반복한 터라 그들의 자각에 이내 공감하고 그들의 지적을 편하게 수용할 수도 있다. 입원 생활을 통하여 이러한 경험을 하고나서, 이를 바탕으로 장기간 재활하는 내내 끊임없이 동료들의 지지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안전하다.
병원의 체제와 구조 또한 큰 도움이 된다. 가족들과도 떨어져 고립되어야 가족의 고마움을 안다. 돈, 휴대폰, 노트북과 같은 문명의 이기나 개인적 사치품 없이 견디는 동안,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겼던 사소한 것들조차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의식주를 챙겨준다지만, 이부자리 챙기기, 세탁, 쓰레기 통 비우기와 같은 사소한 병상 생활의 일을 처리하는 동안, 단주를 하자면 꼭 갖추어야만 하는 태도, 겸손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병실 생활의 기풍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는 그동안 회피하고 부정하느라 전혀 의식하지 못했고, 늘 해결해주는 가족들이 대신 책임 져주어 잘 몰랐던 것이다. 병실 안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느낀 것, 생각한 것, 말한 것, 행동한 것들이 끝까지 본인 책임이란 것을 깨닫도록 한다. 책임질 사람은 자신이다. 그동안 부모나 배우자들이 이를 가르쳐주려고 애썼으나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몰랐었는데, 이제 입원생활을 통해서야 깨닫는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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