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논술 준비를 고3 원서 쓸 무렵에 벼락치기로 준비했다면 최근에는 고2때부터 앞당겨 공부하는 분위기예요. 논술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문과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의 설명이다.
8명 소수정예로 수업 진행
올해 대학 모집 정원은 약 38만 명. 이 가운데 정시 선발은 약 34%고 수시로는 66%를 뽑는다. 갈수록 수시 전형이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수시 논술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전체의 53%. 수험생 2명 중 1명은 논술로 대학에 들어가는 셈이다.
대학마다 실력 있는 학생들을 뽑기 위해 변별력이 없어진 수능 대신 논술 시험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학생들이 선호하는 서울, 수도권 소재 중상위권 대학들은 논술 전형으로 학생들을 뽑고 있다. 게다가 대학 전공 공부에 필요한 고등사고능력을 ‘객관식 찍기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논술 시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문제는 정규 교과과정에서 논술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선 고교에서는 여전히 수능과 내신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대학들만 서둘러 논술 전형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수험생, 학부모들은 대학별로 출제 경향이 제각각인 논술 시험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한 고등부 논술 전문 학원 ‘이지논술’. 대치동에서 입소문난 논술학원에서 상위권 학생을 지도했던 박문수 문과원장과 배근조 이과원장이 의기투합해 최근 문을 열었다.
학원 원장들의 이력 또한 독특하다. 문과논술을 맡은 박문수 원장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 다년간 사회 구석구석을 취재, 논리적이고 날카롭게 기사를 쓰던 필력과 대치동에서 수년간 학생들을 지도하며 쌓은 노하우가 어우러져 체계적으로 논술수업을 이끈다.
배근조 이과원장은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대기업 연구소를 다니다 6년 전부터 대치동에서 수학?과학 통합논술을 가르쳤다. 수학마니아인 그는 현직 변호사 ? 변리사이기도 하다.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은 배 원장은 심화된 수학 ? 과학 지식에 사회 핫이슈를 결합해 논술을 지도한다.
“논술은 학생들이 제시된 지문을 읽고 깊이 사고한 뒤 그 결과물을 논리적으로 적는 겁니다. 때문에 강사와 학생이 일대일로 소통하며 오류를 바로 잡고 사고를 확장시키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꼼꼼한 첨삭지도는 필수죠. 대형 강의실에서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식 논술 수업은 한계가 있습니다. 강의, 첨삭을 각기 다른 강사가 따로 진행하는 것도 모순이죠.” 배근조 이과원장이 지적한다.
효율적인 논술 지도를 위해 이지논술은 소수 정예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강사가 학생들의 사고와 글쓰기 습관을 파악한 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교정해 주기 위해 한반 인원수를 8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학생들이 쓴 글도 보조 강사나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원장들이 직접 첨삭한다.
문과, 개요짜기부터 글쓰기까지 첨삭 지도
문과논술에서는 특히 제시문 핵심 파악과 요약을 강조한다. “독해의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문과 학생이 의외로 많아요. 게다가 객관식 풀이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사고가 꽉 막혀 이분법적 사고로 옳다 그르다만 판단할 뿐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취약하지요.” 박 원장이 학생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의 수업 방식은 글쓰기 전 개요짜기 단계부터 일대일로 첨삭을 해준다. 학생들이 잘못된 개요를 바탕으로 오답을 작성하는 헛일을 막기 위해서다. 탄탄하게 개요짜기가 된 상태에서 배경 지식을 폭넓게 설명하고 완성된 글은 꼼꼼히 살핀다.
이때도 비문 교정, 적합한 단어 사용, 논리적인 전개, 좋은 표현을 세심하게 짚어주며 개개인별로 최적화된 글쓰기 습관을 길러준다. “매달 학부모에게는 학생이 쓴 글을 평가해 전달하고 개별 상담도 진행합니다.” 박 원장이 덧붙인다.
수학 강화된 논술경향에 맞춰 이과생 지도
이과논술 수업은 학생들과 1:1 질의응답 시간을 많이 갖는다. 논술 문제를 풀기 전 교과과정에서 배운 수학?과학의 개념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은 수능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이과논술은 수학 중심으로 출제되고 난이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난이도 문제를 다양하게 풀면서 기본 이론을 점검하며 응용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풀이과정을 정확히 쓰는 훈련도 꼭 필요하지요.” 배 원장의 설명이다.
대학별 출제 경향을 꿰뚫고 있는 그는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변형된 고난이도 유형을 다양하게 연습시킨다. “천문학자가 꿈인 내신 3등급 남학생이 찾아왔어요. 본인의 의지가 확고했죠. 연대 수시를 목표로 밤늦게까지 남아서 논술을 쓰며 집요하게 준비했고 결국 합격했습니다. 이처럼 실천 의지가 강한 학생은 논술에서 좋은 성과를 냅니다.”
이지논술은 수업과 글쓰기 첨삭 등의 학생 관리와 학부모 상담, 대입 지원 전략 가이드까지 원장들이 직접 챙긴다. 또한 전직 기자, 현직 변호사란 노하우를 살려 학생들의 진로상담도 사회 변화 트렌드에 맞춰 깊이 있게 해주고 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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