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입자 우울하게 만들 지역은] 서울강남권 재건축단지 주변 수요 늘어

지역내일 2013-01-02
전세보증금 평균 3000만원 이상 상승 … 세종시도 품귀

계사년이 밝았지만 세입자들에게는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입주물량은 줄고 전세로 나오는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집값 상승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정부와 금융권이 전세금 대출 금리를 낮추면서 세입자들은 주택 매입을 기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보증금이 2년 전보다 수천만원씩 오르는 등 세입자들의 가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민이 에이플로스리얼티 팀장은 "시장 조사를 나가보면 서울에는 전세는 하나 없고, 어쩌다 월세만 나오고 있다"며 "새정부 경제정책 등의 변수가 있어 시장 전망이 쉽지는 않지만 전세보증금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단지 이주 수요 많아 = 서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건축·재개발 단지 이주수요가 늘면서 올해 전세난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소극적이지만 사업성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권에서는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6600가구)와 서초구 신반포 1차아파트(790가구), 잠원대림아파트(637가구), 성동구 옥수 13구역(2117가구) 등이 있다. 이들 사업장은 지난해 연말 이주를 시작했거나 상반기 중 이주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 1·2차아파트 1도 지난해 12월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공람공고에 들어갔다. 이 절차가 마무리 되면 본격적으로 이주하게 된다. 1차 630가구, 2차 364가구 등 994가구가 대상이다. 개포주공4단지도 주민공람공고를 마무리했다.

서울시가 가락시영아파트 주민들에 대해 순차적 이주를 시작하는 등 충격 완화책을 쓰고 있으나 이미 전세품귀는 시작됐다. 이들 단지 주변지역에서는 돈이 있어도 마음에 드는 전셋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공급은 확연히 줄었다.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지난 해보다 48.3% 감소한 1만8753가구에 불과하다.

◆서울, 평균 3000만원 더 필요 = 서울에서 전세 재계약을 위해서는 평균 3027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대기업에 취업한 대졸 신입 초임 연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액수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집계한 결과, 올해 서울지역에서 전세 재계약을 하려면 2011년보다 전용면적 85㎡ 이하는 2870만원, 85㎡ 이상은 3542만원이 필요하다. 수도권 지역으로 이주하려고 해도 녹록치 않다. 경기도는 평균 2302만원, 인천은 713만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이 액수도 평균치에 불과하다는 것. 서울에서는 서초구 전세보증금 상승액이 5860만원으로 집계됐다. 송파구(4179만원), 광진구(3595만원), 강남구(3514만원), 성동구(3449만원), 강동구(3372만원) 등도 3000만원 이상 올랐다. 경기도는 분당이 속해있는 성남시가 3904만원, 용인시 3148만원, 하남시 3158만원 등 강남권 접근이 용이한 지역 모두 3000만원 이상 전세보증금이 늘었다.

◆세종시 일대도 심각할 듯 = 정부 부처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이주를 시작한 세종시 일대도 전세 품귀가 이어질 전망이다. 세종시의 전세보증금 상승액은 2198만원으로 서울 못지 않다. 하지만 물량이 많지 않아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 공무원들은 대전 유성구, 아산, 청주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원룸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학가에서는 원룸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조치원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고려대와 홍익대 주변에만 원룸 건물이 50여개 신축되고 있지만 모두 세입자들이 정해진 상태"라며 "오는 3월이면 개강이 시작되는데 개강하면 원룸과 자취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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