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마을 친구들이 ‘행복하게 사는 법’
지적장애인 생활시설 ‘한울타리’...직업재활시설 통해 지적장애우 재활·자립 도와
개그콘서트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동네바보’라며 지적장애인을 희화화했다.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는 남과 다르거나 장애가 있다는 것을 웃음거리로 삼는 것은 인권 침해적 발상이라고 문제를 제기해 해당 방송사에 권고조치가 내려졌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으로 학대를 당연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동네바보’가 당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는 웃어넘길 내용이지만 당사자와 부모에게 아픔을 줄 수도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선입관 없는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회복지법인 포도마을재단(원장 김정규)에서 만든 장애우 시설 ‘한울타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우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장애우들에게 자립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직업재활시설 건물도 신축했다.
● 가족처럼 시작한 포도마을 생활공동체
포도마을(원장 김정규)은 1993년 소외된 이웃과 함께 미인가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는 생활공동체로 시작됐다. 당시 별다른 후원이나 도움이 없어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려웠다. 이후 농사와 사슴사육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김정규 원장은 “생활은 어려웠지만, 함께 농사를 짓고 동물을 키우며 가족처럼 오순도순 지내 행복한 시절이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장애인 삶의 질 향상이라는 새로운 복지정책으로 장애인의 행복추구권이 대두되었다. 김 원장은 미인가 시설에 한계를 느끼고 혼자서는 어렵다는 생각에 ‘사회복지법인 포도마을’을 설립했다.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원주시 지정면 안창리에 지적장애인생활시설인 ‘한울타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현재 한울타리에는 성인 지적장애우 42명이 거주하고 있고, 21명의 직원과 교사가 24시간 돌아가며 그들을 돌보며 재활을 돕고 있다. 김 원장은 “지금은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수 있어 좋긴 하지만 행복하면 안아주고 잘못하면 혼내기도 하면서 가족같이 지내던 때가 그립다”며 “최근 장애우들의 인권보호에 대한 법의 잣대 때문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제한되어 쉽사리 안아주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 다양한 여가활동으로 삶의 질 향상
장애우들이 나들이 가면 ‘지적장애들이 뭘 알아?’ 하며 쓸데없는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울타리의 백혜옥 사무국장은 말한다. “나들이나 여행을 다녀오면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요. 각자 인상 깊었던 내용을 주로 말하죠. 표현력과 언어 구사 능력은 부족하지만 온몸으로 전달해요”라며 “말 못하는 아이를 키울 때 표정을 보고 엄마가 느끼는 것처럼 장애우들의 행동을 보면 느껴져요”라고 장애우들에게 여가활동이 중요함을 설명했다.
한울타리는 사진, 등산, 미용동아리 등을 통해 장애우들이 취미를 갖고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각종 행사 참여와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을 통해 체험의 기회를 넓히는 기회를 준다. 지난 9월 열렸던 원주다이내믹페스티발 댄싱카니발에는 한울타리 풍물팀이 지정면 주민과 함께 ‘지정면 독도지킴이’ 공연에 참가하기도 했다.
● 볼펜·빵 만들기로 자립기회 제공
한울타리는 얼마 전 풍산종합건설과 함께 직업재활시설건물의 공사를 마쳤다. 이 건물은 재가장애우나 가정이 있는 장애우들이 빵을 생산해 자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일터다. 김 원장은 “장애우들이 만드는 빵이라고 선입관을 갖는 사람이 많은데 지적장애인은 단순작업에 뛰어나 제품 생산에는 지장이 없다”며 생산될 빵을 소개했다. 판로가 정해진 후에 주말에는 지역주민의 빵 체험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는 볼펜 만들기로 장애우들에게 일거리와 소득을 제공하고 있다.
김 원장은 장애우들에게 생애 주기에 맞는 복지 혜택을 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70세가 모여 있지만 각자 나이에 맞는 생활과 체험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앞으로 그의 노력과 많은 이들의 관심으로 ‘싱그러운 포도마을의 한울타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문의 : 732-6510 http://www.podomaeul.org
임유리 리포터 vivian8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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