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생일, 졸업식 날 추억을 함께 나눈 ‘국민 음식’이다. 짜장면의 유래는 청일전쟁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인들 특히 산둥성 사람들이 인천으로 많이 몰려들었다. 군인을 따라 이국땅을 밟은 중국인들 상당수는 살기 힘들어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 ‘한국인의 된장찌개’ 같은 음식이 바로 짜장면. 인천 일대 난전에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중국인들이 국수에 볶음장을 얹은 짜장면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 화교들은 화폐 개혁을 겪고 이중 국적 금지로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집을 열었다. 덕분에 짜장면이 전국적으로 널리 펴져 나갔고 때마침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분식장려 정책과 맞물리면서 짜장면은 전 국민의 외식 메뉴 1순위로 꼽히게 된다.
화교가 1968년 오픈한 광장동 중국집
세월이 흘러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은 점점 사라지고 퓨전 스타일의 차이나 레스토랑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68년 문을 연 뒤 44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국집이 있다. 광나루역 부근 광장동에 위치한 장순루. 개업 당시 허름하게 시작한 이 집은 세월과 함께 5층 규모의 건물까지 신축하며 제법 규모를 갖춘 중국집으로 성장했다.
입구에 걸린 ‘광진구 맛집 멋집’이라는 구청의 지정 간판이 눈길을 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중국풍의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천정에 촘촘하게 달린 전통 중국등, 중국식 나무 테이블과 각종 소품이 이색적이다. 고급스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중국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 찾았는데 홀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나이 지긋한 부모님과 함께 찾은 가족 단위 손님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킨 탓에 이 집은 오랜 단골이 많다. 젊은 시절 이 집의 짜장면, 짬뽕 맛에 길들여진 뒤로 자식, 손주까지 대를 이어 방문하는 손님들이다. 역사가 오래 되다 보니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들도 꽤 많이 찾아 그들의 친필 사인, 방문 사진들이 벽면 한 켠을 장식하고 있다.
이곳의 주인장은 중국 산둥성 출신 화교. 이 때문에 종업원들 가운데도 중국인들이 많아 강한 억양의 중국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깔끔하게 유니폼을 차려 입은 종업원들은 대체적으로 친절한 편이었고 짜사이, 단무지 등 밑반찬도 바로바로 채워주었다.
추억의 짜장면, 탕수육 맛 그대로
중국집의 기본 메뉴 짜장면. 양파 등 각종 야채와 돼지고기를 달달볶아 버무린 짜장 소스와 쫄깃쫄깃하고 탱탱한 면발의 어울림이 좋았다. 국물 맛이 매콤한 짬뽕은 건새우 등을 넣고 국물을 우려내 맛이 깔끔하면서도 진했다. 삼선짬뽕에는 주꾸미, 오징어, 새우 등의 해산물이 고루 들어가 있다.
탕수육은 돼지고기, 소고기 종류별로 있다. 바삭바삭하게 튀긴 고기에 오이, 양파, 당근 등 큼직큼직하게 썬 야채, 새콤달콤한 소스가 잘 버무려져 나왔다. 옛날 중국집 탕수육 맛 그대로였다. 양장피는 매콤한 겨자맛과 볶은 야채, 해물류가 조화를 이뤘다.
철판 누룽지탕도 꽤 유명하다. 뜨겁게 달군 철판 위에 송이버섯, 정경채 등 각종 야채, 푸짐한 해물에 소스를 부으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끓어오른다. 쫀득쫀득하면서 누룽지의 고소한 맛이 살아있어 반응이 좋은 편. 새우 칠리소스도 바삭하고 쫄깃하게 튀겨진 새우가 식감을 자극한다. 후식으로는 리치가 나온다.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답게 선보이는 메뉴도 다양하다. 점심 스페셜로 게살스프, 유산슬, 고추잡채, 면 등으로 구성된 코스 요리도 선보이고 있다. 제비집 스프 등 일반 중국음식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메뉴도 만날 수 있다.
약 150석 규모며 단체 손님을 위한 룸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지인들끼리 오붓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주차장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위치 :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구. SK주유소에서 좌회전
(주소) 광진구 광장동 325-1
주차 : 가능
메뉴 : 짜장면 5000원, 짬뽕 6000원, 탕수육 1만8000원, 철판 누룽지 6만원
양장피 4만원, 점심 코스요리 2만5000원~2만8000원
운영 시간 : 오전 11시30분 ~ 오후 10시
문의 : (02) 3436-2000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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