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잔소리를 하는 부모의 심리의 대해 생각해 보자.
‘잔소리를 왜 할까?’ 라는 물음에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의 바르지 못한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한다. 과연 바르지 못한 행동의 기준은 무엇인가? 공동체의 생활을 위해 일반적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있고, 그것은 반드시 습득해야만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잔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때론 부모 자신의 가치가 기준이 되어 자녀의 바르지 못한 행동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1학년인 Y군은 집에만 들어서면 인상이 저절로 굳어지고 입을 꽉 다문다. Y군의 어머니는 ‘옷이 그게 뭐냐? 단추 제대로 잠그고 똑바로 입어라’ ‘왜 인상쓰고 다니냐, 얼굴 좀 펴라’ ‘반찬은 골고루 먹어라. 편식하면 키가 제대로 크지 않는다’ ‘음식은 꼭꼭 씹어라’ 등등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Y군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그냥 짜증이 올라오고, 휴일에 집에 있는 것 자체가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를 한다. 아마도 Y군의 어머니는 ‘모범생’인 것 같다. 그러나 모범생적인 가치 기준은 어머니의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Y군의 행동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머니의 기준에 자녀를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자녀의 행동은 ‘바르지 못한 행동’ ‘고쳐야 할 행동’이 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잔소리를 한다.
잔소리 자체가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자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나치게 자녀의 영역을 침범하고, 부모-자녀 간의 관계에 저해요인이 된다면 자녀를 위하는 좋은 의도의 잔소리는 아닐 수 있다.
부모가 설정한 가치 기준에 자녀를 맞추기 위한 잔소리는 자녀를 조종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글 : 백 미 숙 (한남대 겸임교수, 백미숙진로학습상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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