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잃지 않으려고 모든 혈관을 수축시킨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몸의 혈관은 약 75%가 막히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겨울철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되고, 장기에 공급되던 혈액이 줄어들면서 각 기관에 피가 모자라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는 겨울철에는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률이 다른 계절보다 10~25% 정도 높아진다. 자각증상이 없어 심각한 장기 손상을 입힌 후에야 정체를 드러내는 고혈압, 그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고혈압이란?
심장은 우리 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기타 물질들을 처리하기 위해 평생 동안 수축과 확장을 반복한다. 박동에 의해 흐르는 혈액이 동맥벽에 전달될 때 발생하는 압력수치가 혈압이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진단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요즘은 정상 판정 기준이 강화돼 120~139, 80~95도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해 1년 뒤 정기적인 검사를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혈압 측정 시 주의 사항은 바른 자세로 앉아 측정하는 팔이 심장 높이에 오도록 하고 2분 간격으로 2회 이상 측정하여 평균을 내고, 두 번의 측정에서 5mmHg 이상 차이가 나면 재 측정해 평균을 낸다. 또 혈압은 매번 같은 시간에 측정하는 것이 좋다. 측정 전에는 5~10분 동안은 안정을 취하고 측정 30분 전에는 커피와 담배는 반드시 금하고 측정 전에 배변, 배뇨를 볼 수 있도록 한다.
-고혈압의 원인은?
고혈압은 아직 그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고혈압을 본태성 고혈압이라 하고 90% 이상은 여기에 속한다. 드물게 신혈관 질환이나 호르몬 이상으로 혈압이 상승하는 경우를 이차성 고혈압이라 하며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면 정상혈압을 유지하기도 한다. 본태성 고혈압은 유전적 요인이 50~60%이고 환경적 요인이 40~50%정도이며, 부모가 모두 고혈압이면 자녀는 60%가 고혈압이고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자녀는 30%가 고혈압이 된다. 고혈압 체질을 가진 상태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생활습관의 개선 등 환경적인 요인의 교정으로 고혈압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도 있다. 50세 이전에는 남성에게 고혈압이 많이 나타나며 50세 이후에는 여성 고혈압 유병률이 증가해 남성과 비슷하거나 많아진다.
-고혈압의 증상은?
본태성 고혈압은 합병증이 없는 한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에 이차성 고혈압은 원인 질환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주로 두통, 현기증, 코피 등이 고혈압의 증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그리 흔한 증상은 아니다.
고혈압 환자의 두통은 대부분 고혈압과 무관한 긴장성 두통인데, 만약 고혈압 때문에 두통이 발생했다면 급격한 혈압 상승에 의한 두통이므로 이때는 빨리 혈압을 내려야 하며 방치할 경우 뇌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면 두통 이외에 어지럼증, 의식장애, 손과 발에 감각장애가 오거나 마비, 호흡 곤란, 가슴 통증, 얼굴과 사지가 붓는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의 합병증은?
고혈압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으로 뇌출혈을 들 수 있다. 고혈압으로 뇌동맥이 파열되어 뇌조직의 손상을 일으키게 되면 뇌출혈이 되는 것이고, 죽상경화증의 진행으로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 된다. 뇌출혈이 발생하면 갑자기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감각 이상이 오거나 말을 못하게 되며, 심한 두통 및 구토와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수일 내에 호흡 마비로 사망하기도 한다. 또한 고혈압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뇌졸중 뿐 아니라 심근경색증, 심부전, 콩팥부전, 시력소실 등 돌이킬 수 없는 전신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고혈압의 치료방법은?
고혈압의 치료는 크게 비약물 요법과 약물요법으로 구분하며 비약물 치료는 약물 요법과 병행하여 평생 계속해야 한다. 비약물 요법을 생활 요법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체중 조절, 염분 섭취 제한, 운동, 음주 제한, 금연, 스트레스의 완화, 콜레스테롤의 조절 등을 통해 혈압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고혈압 치료 약제로는 이뇨제, 교감신경 억제제, 칼슘길항제, 혈관 확장제 및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각각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이 다르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해야 하고 약국에서 함부로 사먹는 것은 위험하다. 고혈압은 정상 혈압(140/90mmHg)이하까지 내려야 하며 먹고 있는 약 이름과 용량, 그리고 부작용을 의사에게 꼭 확인받은 후 복용하도록 한다. 오랫동안 정상 혈압이 유지되는 환자는 약의 양을 차차 줄여서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약을 중지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 혈압이 다시 올라가 약을 다시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고혈압은 평생 관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단 고혈압 약물치료 시 관절염 약제가 혈압을 상승시킬 수도 있으므로 관절염 환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고 혈압 변화 정도를 주시하면서 약물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치료제 등도 종류에 따라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처방 시 고혈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의 식이요법과 생활 관리법은?
식이요법은 고혈압 치료의 기본이다. 하루에 6g이하로 소금을 제한하고 칼륨을 적정량 섭취해야 한다. 또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탄수화물이나 지방보다는 채소,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고, 고기보다는 생선이나 닭 등의 가금류의 껍질을 제거한 살코기를 먹고 음식은 골고루 섭취한다. 또한 커피나 담배를 줄이고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혈압은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고 조절하는 질환이므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혈압조절이 되는지를 꼭 확인하고 약물치료 및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등의 지속적인 관리에 힘써야 한다.
도움말 류재춘 심장내과 류재춘 원장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심장초음파 권위자, 류재춘 원장
류재춘 원장은 일산백병원 비전21 심장혈관센터 과장을 지냈으며, 2003년 개원 후 동맥경화나 심근허혈 환자들의 치료방법을 찾다 미세기포를 이용한 초음파 분자 영상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2009년 3월 이 분야에서 유명한 미국 Oregon Health Science University 심장혈관센터로 연수를 떠났고, 2011년 2월 귀국 후에는 연수기간동안 익힌 초음파 분자 영상학을 토대로 특화된 진료를 펼치고 있다. 또 바쁜 진료 일정 중에도 국내 심장관련 학회에서 분자영상에 대한 강의와 미국 심장학회와 미국심장초음파 학회에서 줄기세포 치료의 혈관 재형성에 관한 미세기포 분자영상연구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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