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2년차 주부 김미현(42, 목동)씨, 올해는 꼭 나를 위해 뭔가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첫 번째가 다이어트, “아이들이 살 빼라고 얼마나 잔소리를 하는지…. 꼭 올 여름엔 폼 나게 비키니를 입어보고 싶네요”라며 각오를 밝힌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영어공부하기’다. 매번 해외여행을 나갈 때마다 바디 랭귀지로 소통하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니 이젠 훌쩍 커버린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단다. 최소 현지 슈퍼에서 바디랭귀지 빼고 두려움 없이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만큼만 수준을 올리고 싶다는데.
미현씨처럼 새해 시작과 함께 외국어 공부를 계획하는 주부들이 많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배워야 할 지 참 난감하기만 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양천지역에서 주부들이 재미있고 저렴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을 만나보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몰라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When tears are in your eyes I''ll dry them all"
강의실 문 밖으로 흘러나오는 팝송 사이먼 앤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다.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 중 하나가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이 노래입니다”로 시작되는 황승연 강사의 설명에 영어교실 참가 회원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말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강의를 듣고 있다.
리포터가 찾아간 이곳은 양천구에서 가장 재미있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고 소문난 목마작은도서관의 ‘영어중급반’이다. 한 소절 한 소절 따라 읽고 배경설명하고 질문하고 이야기 나누고 팝송을 부르고 영어를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라 인생을 나누고 함께 즐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선생님, 여기서 I lay me down"은 어떻게 해석을 하는 것이 맞나요?” 학생의 질문에 “내 몸을 눕힌다는 표현인데 여기서는 ‘내려 놓겠다 즉 도와주겠다’는 뜻이 맞는 것 같습니다”
때론 강사가 적당한 한국어 표현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여기저기서 알고 있는 ‘적절한 표현’들이 마구 튀어 나와 박수갈채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책읽기 시간, 오늘은 A New dorothy를 배운다.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지기도 한다. 이 글의 배경이 되는 텍사스의 토네이도 이야기로 시작해 토네이도가 나타났을 때 압력차가 어떤지, 그것 때문에 이 쪽 지역 사람들의 집짓기 방식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둥 인생 경험으로 이루어진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책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얻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 찼다.
그렇다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만 하다 강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황승연 강사가 준비해온 프린트 물로 워밍업을 했고 이제부터 Speaking for everyday 교재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영어공부에 들어간다.
바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현지 영어가 술술~
목마작은도서관의 영어교실은 개설한지 10년이 넘은 장수강좌다. 이곳에서는 수요일 10시 영어중급, 금요일 10시 영어초급, 목요일 10시 영문법 강의가 진행되어 있다.
특히 수요일 중급반은 20여명의 회원이 황승연 강사와 함께 2시간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업을 참여한다. 황승연 강사는 “이곳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회원들은 삶에 대해 정열이 있는 사람들”이라 소개한다. 그도 그럴 것이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수강생들은 분기마다 재등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여서 서로 알고 지낸 기간도 1~2년이 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새로 등록한 신입 회원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처음 온 회원이 잘 적응하고 어색해하지 않도록 회원들이 잘 챙기기에 한번 이 강의에 등록하기만 하면 쭉~ 재수강을 한다. 그 결과 목마작은도서관의 영어교실은 그야말로 ‘가족’과 같은 분위기로 소문났다.
5년 넘게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곽은주(66) 회원은 중급반 ‘반장’을 맡고 있다. “공부를 하면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여행갈 때 도움이 많이 된다”며 영어공부 하는 이유를 늘어놓는다. 곽 씨는 얼마나 영어를 좋아했으면 동네 슈퍼에 가서도 I''m sorry"를 남발해 주위에서 영어 열혈팬으로 알려져 있다.
중급반 20여명의 회원 중 단 두 사람이 남성이다. 그 중에서 윤무호 회원은 학교시절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 한이 되어 은퇴 후 영어 외 일본어 중국어 등을 듣고 있다. 학창시절 공부를 안했다는 것은 말일 뿐. 이 수업 시간에 가장 대답을 잘하는 모범생이기도 하다. 강사가 물어보는 질문에 척척 대답도 잘하고 단어도 잘 표현해낸다.
36년 중학교 교사 생활을 접고 퇴직한 이미자 회원. “직장에 오랫동안 메여 있다 자유 시간을 갖게 되니 뭘 할까 생각도 많았지만 정말 멋지게 꾸며보고 싶어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한다.
이 반의 가장 막내 심미정(45) 회원, “친구 소개로 영어강좌에 들어와서 너무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며 “해외여행 갔을 때는 영어 공부를 해야겠구나 싶다가 막상 들어오면 주저앉기를 반복하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되었다”고 덧붙인다.
실제 이 수업은 외국생활을 오래한 강사의 영향으로 현지에서 필요한 내용을 실질적으로 가르쳐준다. 생활정보도 많이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황승연 강사는 수업 중에라도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던져 회원들이 ‘백과사전’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해외 경험이 많이 선생님 덕분에 현지에 대한 살아 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며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여행 가서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수업의 장점”이라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 동네에서 배울 수 있는 성인영어강좌는 어디?
주민자치센터와 청소년수련관, 도서관, 할인점 문화센터 등에서는 다양한 영어강좌를 개설해 놓고 주부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 강좌의 장점은 단연 저렴한 수강료과 인접한 거리다. 집 가까이에서 월 만원에서 삼만 오천 원 정도만 투자하면 원어민과의 회화에서부터 문법, 팝송까지 원하는 강좌를 쏙쏙 골라 들을 수 있다. 여기에 주부들이 나오기 용이한 시간에 강의가 편성되어 있고 레벨에 따라 들을 수 있어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만한 곳이다.
하지만 강좌 모집시기가 분기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있고 인기 강좌의 경우 모집과 동시에 마감될 수 있어 신청을 서둘러야 하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인원수가 미달일 경우는 수업 시작 후에도 신청해 들을 수 있다. 우리 동네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성인영어강좌를 소개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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