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남긴 감동의 여운은 오래간다. 찰나적인 음악이 기억되는 방식이 그렇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음악이 흐를 때 그 만남의 향기는 함께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더욱 짙어진다. 여기에 함께한 이들의 삶의 향기가 어우러지면 추억은 쉬이 휘발되지 않는 것. 디지털 세대들에게 음악은 손쉬운 오락거리이겠지만 과거 7080들이 들었던 음악 속에는 하나하나 만지고 쓰다듬어 보관하던 LP판처럼 귀찮음을 마다하지 않는 아날로그 감성이 녹아있었다. 1980년대 CD 시대가 열린 후 우리 주변에서 LP 음악은 추억 한편으로 밀려나는 듯하였지만, 이제 다시 소비하는 CD 음악에서 소장하는 LP 음악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들이 DJ가 들려주는 LP 음악을 다시 찾고 있다고 하는데. 한때 시간의 흐름에 밀려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던 LP판은 이제 세월을 끌어안은 중후한 멋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과거 DJ가 여러 LP를 믹싱해서 자기만의 음악을 빚던 추억을 더듬어볼 수 있는 LP 음악카페들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중문화 시장에서 중장년층이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문화시설로서 LP카페의 인기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DJ가 들려주는 음악을 통해 추억에 취해 볼 수 있는 LP음악주점과 카페를 찾아보았다.
목동사거리 홍익병원 목동관 뒤편 ‘리틀 디제이’
라이브 선율에 젖어 추억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LP 카페
LP 카페 ‘리틀디제이’에서는 예전에 DJ로 활동했었던 사장님이 직접 모아온 LP 레코드음반에서 흘러나오는 추억의 음악들을 들을 수 있다. 2층에 위치한 LP카페 리틀디제이는 바깥 풍경과 들어서서 보는 모습이 조금 다른데. 소박한 바깥 풍경과는 달리 들어서면 온통 추억과 음악이 흐르는 세상으로 바뀐다. 매일 저녁 9시부터는 언더뮤지션의 라이브공연을 하는 이곳에서는 밤 10시 사장님께서 직접 노래와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아늑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의 실내에서는 아날로그의 느낌과 함께 빈티지한 따뜻한 조명이 어우러져 감성이 더욱 살아난다.
신청곡을 적어내면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추억의 음악들을 들을 수 있다. 판과 바늘이 서로 맞닿아 내는 소리에서는 전자식 음원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따뜻함이 느껴진다. 일행과 함께 음악을 들으러 왔다는 목동에 이선호(양천구 목동)씨는 “컴퓨터로만 음악을 듣다가 좋아하는 팝송 신청곡을 직접 턴테이블에 올려 들으니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라며 감회에 젖은 표정이다.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차나 맥주 한 잔 하면서 라이브 공연도 보고 신청한 음악을 듣는다면 추억이 쌓이는 소리까지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쪽 벽면에 빼곡히 꽂혀있는 LP판들은 모두 꺼내 듣고 싶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로 구분되어 있다. 토요일에는 밴드공연이 있고 일요일에는 홍대 뮤지션 공연도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양천구 목4동 805-4
문의 070-8742-7257
영등포구청 사거리 레미안 아파트 뒤 ‘마이웨이’
LP DJ 추억의 음악감상실
LP판으로 장식된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LP카페 ‘마이웨이’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오픈한지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곳. 마이웨이의 이상복 사장은 40여년 간의 디지털 보안시스템 회사 운영 사업을 접고 “60세가 되기 전 하고픈 일을 하자”는 취지로 LP 카페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방 벽면에는 촘촘히 들어찬 LP가 5만장 정도 된다고. 평소 활동하던 음악 동호회 회원들의 LP 소장품을 사 모으고 1976년 서울 명동 음악다방을 시작으로 수십 년째 DJ로 생활해온 차영민씨(55)도 영입하여 마이웨이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게는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문을 연다.
잡음 섞인 음악에 몸을 맡기고 향수에 젖는 순간이 좋아 이곳을 찾는다는 박영길(영등포구 양평동)씨는 “가끔씩 튀기고 끊어지는 음악의 순수한 맛이 좋아서 LP 음악을 찾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상복 사장은 “CD는 인위적인 깨끗함을 위해 반사음을 삭제하는 등 실제 소리를 왜곡하지만 LP는 녹음하는 그 순간의 잡음과 당시 울리는 공간 음향까지 담아냄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 속 소리와 흡사하다”며 “사람들이 LP를 표현하는 ‘정감’ ‘따뜻함’은 ‘생활’ ‘친밀함’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LP로 듣는 음악을 ‘기다리는 음악’이라고 하였는데 낡은 턴테이블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숨 가쁘게 돌아가던 시계바늘은 잠시 속도를 늦추는 듯하다.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동4가 32-107
문의 2676-7090
영등포시장 사거리 아자몰 뒤편 ‘DJ 봉닭이’
DJ가 있는 7080 음악다방 스타일 치킨집
복고풍 음악 치킨주점 ‘DJ 봉닭이’는 “옛날로 돌아가는”에 기인한 복고풍 치킨집이지만 촌스럽지 않고 현대적 세련미로 재해석되는 레트로 컨셉의 문화공간이다. 복고음악주점이라는 테마처럼 책상과 걸상으로 실내 테이블을 설치해 놓았는데 옛날 교실 같은 정겨운 분위기에서 따뜻함이 묻어난다. 이곳은 20대에겐 새로운 경험을, 30대에게는 낭만을, 40대에게는 추억을, 그리고 50대부터는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을 표방한 것이라고 하는데. 과거 DJ가 있던 신당동 떡볶이집과 음악다방을 조금은 세련되게 치킨주점으로 재현한 음악 닭집이라고. 7시 이전 입장 시에는 메뉴 할인 서비스도 된다. 음악신청서에 신청곡명과 가수 이름을 사연과 함께 적어 신청하면 DJ가 신청 사연과 함께 음악을 틀어준다. 노래는 트로트와 팝송 이외의 80~90년 위주 가요를 주로 받는다고. 연예인들이 주인장겸 DJ를 본다고 하니 날만 잘 잡으면 가까운 곳에서 연예인 구경도 실컷 할 수 있겠다. 치킨을 주문하면 무와 함께 소스 세가지, 그리고 군대반합 뚜껑에 담은 추억의 과자 별뽀빠이를 내온다. 신청한 음악과 함께 먹는 치킨 맛도 훌륭하고 분위기도 그만이다. 모든 연령층이 편하게 좋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DJ 봉닭이는 감성과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주소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3가 7-25 델리타운 1층
문의 2634-9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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