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 옆에서 마음을 가꾸고 공부하는 집, 행궁재
화성행궁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하얀 집, 행궁재가 있다. 1985년부터 수원을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섬유예술가 장혜홍의 오랜 꿈으로 완성된 곳. 작고 소박한 건물이지만 1층에는 제1·2·3전시실, 아트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자리 잡았다. 2층에는 섬유예술연구소와 작업실, 아프리카가나새마을교육재단 한국본부 사무소 등이 있다. 마음껏 한국전통염색을 재현하며 그 찬연한 색을 되살려 우리에게 소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행궁재에서는 수원화성을 배경 삼은 풍경의 고즈넉함이 마음 한 켠에 울림을 절로 전해준다. 그와 더불어 펼쳐진 섬유예술과 미술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아프리카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하는 것이 허락된다. 특히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는 따로 값이 매겨지지 않고 원하는 만큼 기부를 할 수 있다. 장 작가의 작품도 구입하고 그에게서 전통염색과 한땀한땀 정성으로 탄생되는 조각보를 배워갈 수 있다. 전통염색이 실제 생활에 어떻게 접목되고 활용되는지 알 수 있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전통색과 전통염색을 알리며 정신없이 달려왔다. 그 세월을 뒤로 하고, 그 동안 뿌리가 되어왔던 수원에 사람들과 소통하는 아름다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 작년 8월 행궁재의 문을 열었다”는 장혜홍 작가는 “좋은 전시를 개최하고, 강연이나 공연도 진행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전했다. 또한 행궁재를 시작으로 화성행궁과 더불어 그 일대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했다.
■현재 만나볼 수 있는 전시
▷제1전시실- 장혜홍 작 : 黑-Black project 2012
장혜홍 작가가 1997년부터 14년 동안 계속해온 ‘黑-Black project’ 전작 300여점이 전시 중이다. 흑색을 실크에 전통방법으로 염색해 한국적 아름다움과 전통의 현대화를 상징화한 작품으로 공간에 따라 변화하는 설치미술이다. 흑색은 동양 음행오행사상에 바탕을 둔 오방정색 중 하나로 모든 색을 함유하는 색. 한국전통 염색법에 의거해 동양적 사고를 현대미술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오랜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제2·3전시실-‘2013 아프리카 가나 현대 미술’展
수원에서는 최초로 7월31일까지 아프리카 가나의 현대 미술가 6명의 회화 12점과 조각 30점을 선보인다.
가나는 아프리카 서쪽 사하라 사막 아래에 위치한 나라. 195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정치안정, 풍부한 자원 등으로 아프리카의 흑진주라 불리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식민지 생활과 극심한 빈부와 교육차로 자녀를 교육시키고자하는 열기가 마치 우리나라 60년대 후반 70년대 초반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수원이 문화 교류, 봉사, 교육, 연수 등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길을 열고자 기획됐다.
작품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아프리카 가나 미술인들의 생각과 현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극심한 빈곤 속에서도 생활 속에 내재된 신에 대한 믿음으로 여유를 갖고,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그들의 율동이 녹아있는 회화와 조각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아샨티족의 유명 작가인 ‘임마누엘 야우(Emmanuel Yaw)’의 회화는 둥근 머리를 강조하여 인간의 마음을 횡적으로 연결함을 의미하며 서로의 관계를 깊고 넓게 표현하고 있다. 어려운 노예의 삶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정과 마음을 놓지 않겠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판티족 ‘킨세이 멘샤(Kinsey Mensah)’의 길쭉한 조각은 신을 향한 인간의 마음을 종적으로 나타낸다. 인간이 신의 영역에 머무르지 못하지만 신은 결코 인간을 떠나지 않는다고 믿고 신이 내려올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 외에도 추장 지팡이와 칼, 나무의자, 젬베(전통타악기) 등 통나무를 직접 깎아 실용적으로 만든 다수의 조각작품 등도 전시돼 있다.
● 위치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22번길 27
● 관람료 무료
● 전통염색체험(개인·가족·단체)-사전예약 평일·주말 가능
● 섬유예술배움터(성인반)-매주 목·금 오후5시~6시
● 문의 031-244-2739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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