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샘] 권영부 동북고 교사 권영부

가슴으로 학생 품어주는 ‘형님 선생님’

지역내일 2012-12-18

‘1+1=3’을 만들어낼 줄 아는 ‘스티브 잡스형 인재’의 핵심은 융합이다. ‘스마트폰 쇼크’ 이후 우리 사회는 호들갑스럽게 융합을 외쳐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훨씬 전부터 그 중요성을 간파하고 융합교육을 실천해온 주인공이 있다. 


인생 1순위는 학생들
권영부 동북고 교사. 빈틈없는 논리력으로 무장한 이성과 뭉클한 시어(詩語)를 뽑아내는 섬세한 감수성을 두루 갖춘 그 자체가 ‘비빔밥형’ 융합 인간이었기에 인터뷰를 앞두고 설레었다.
“대기업 그만두고 왜 교사로 전직했나요?” “오랜 꿈이었습니다. 법대를 가라던 아버지와 실랑이 끝에 차선으로 경제학과에 갔죠. 4년간 샐러리맨으로 바삐 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늘 교직을 품고 있었어요. 나는 아이들이 참 예쁩니다.” 23년차 교사는 푸근하게 웃었다.
‘자유로운 생각’을 늘 강조하는 그는 교사라는 직위로 학생들을 ‘대놓고’ 간섭하지 않는다. 공식적인 학생 면담도 가급적 최소화하는 대신 틈날 때마다 교실에 들러 아이들을 살피고 ‘그들의 언어’로 농담을 하며 격의 없는 ‘형님’이 되기를 자청한다.
“아이들은 정에 굶주려 있어요.” 그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때문에 학생들의 손을 끝까지 붙잡아 주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학생들과 어울려 떡볶이 먹고 문자 주고받으며 ''관심의 끈’을 늘 팽팽히 잡고 있다.
기억에 남는 제자 이야기를 청하자 무단가출해 그의 애간장을 녹였던 말썽꾸러기 사연을 들려준다. “대학을 포기한 녀석이었어요. 어느 날 귓속에서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가 들리더래요. 무작정 바다로 떠났다가 한 달 만에 돌아왔죠. 학교에서는 퇴학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악을 쓰고 막았지요. 지금은 대학 졸업하고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가끔씩 소주잔 기울이는 친구 같은 제자가 됐어요.”
 
전국적으로 유명한 동북고 통합 논술팀
그는 아무리 바빠도 모든 일의 1순위는 학생들이다. 고3들이 애를 먹는 자기 소개서를 꼼꼼히 살펴주고 고민을 털어놓는 아이들 말에 늘 귀 기울인다. 그가 통합논술을 강조하는 것도 코앞의 대입 준비만이 아니라 닫힌 사고의 문을 활짝 열고 자유롭게 세상을 보라는 인생 선배로서 간절함이 깔려 있다.
의기투합한 동북고 교사들의 독서모임이 모태가 된 통합논술은 2005년부터 선보였다. “같은 책을 읽어도 느낀 점이 다 달라 늘 열띤 토론이 벌어졌어요. 색다른 재미를 수업에 접목해 보자며 아이디어를 모았지요.” 과목별로 견고하게 쌓았던 칸막이를 트자 수업은 생동감이 넘쳤다. 수학, 윤리, 경제 등 많을 때는 7명의 교사가 한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가령 ‘항상성’이란 새로운 개념을 설명할 때 수학, 과학, 사회, 인문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아이들에게 지적인 자극을 준다. ‘상록수’ 노래를 함께 부르며 감성을 촉촉이 한 뒤 수학 교사는 항등원, 항등함수의 개념을 설명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완전 고용이 튀어나온다. 이처럼 각 교과서에 나오는 항상성 개념을 두루 뽑아 현실에 적용시킨다.
“논술을 공부하는 진짜 이유는 통합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수업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지요. 요즘 아이들 정보 수집력은 최고지만 가진 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걸 만드는 능력은 떨어집니다. 무엇보다 깊이 생각하는 걸 싫어하죠.” 여러 명의 교사가 동일 개념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걸 본 학생들은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이런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본인의 시각을 담아 논리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우리 학교 통합 논술팀이 유명세를 얻다보니 처음엔 엄마 손에 이끌려 참여하는 학생이 많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를 느끼고 고3까지 계속 배우는 학생이 꽤 있어요.” 권 교사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수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깨알 같은 준비’는 필수. 논술팀 교사들은 수시로 열띤 토론을 하며 치밀하게 수업을 설계한다.
“팀 작업을 하다 보니 내 수업이 더 탄탄해 졌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해마다 수백 쪽에 달하는 경제 보조 교과서까지 펴내는 열혈 교사다. 학생들이 골치아파하는 경제의 기본 원리를 실생활과 연계시킨 예시를 들어가며 이해하기 쉽도록 구어체로 풀어썼다.


강연, 블로그 통해 지식 나눔 실천
통합 논술, NIE 분야의 ‘스타샘’이자 ‘공교육 강좌 나누기’를 모토로 전국의 교사, 학생들에게 본인의 지식을 기꺼이 나눠주는 ‘전국구 선생님’인 탓에  그의 겨울방학 스케줄표는 벌써부터 강연 일정으로 빼곡하다. 공들여 만든 강의 자료는 블로그(blog.naver.com/kypnie99)를 통해 모두 공개하며 지식 나눔을 실천중이다.
“10년 남짓 남은 정념퇴임까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의 노하우를 교사, 학부모들과 나눌 겁니다. 그 뒤에는 고향인 지리산 산청에 내려가 선생님들을 위한 힐링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교사들도 상처가 많거든요. 편히 쉬며 마음을 다스리고 여럿이 모여 공부도 할 수 있는 쉼터를 세울 겁니다.” 연륜과 열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를 보며 인터뷰 내내 기분이 좋았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