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맞은 뼈아픈 이야기
가격인상, 누진세가 최선은 아니다!
전기요금 평균 4%, 도시가스 평균 5% 인상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남편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올랐다는 씁쓸한 이야기에 마음까지 더 춥다. 물가가 오르니 절약도 해봤다. 하지만 얼마 전 나온 12월 난방비에 직격탄을 맞은 주부들 자기 눈을 의심하며 보일러부터 일단 껐다고 한다.
여름 전기요금 폭탄, 겨울 도시가스 폭탄까지
주부 박지영(49·광안동)씨는 지난여름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 갱년기 초기증상인지 유난히 더위를 타기 시작한 박씨, 에어컨을 좀 많이 켰다가 3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냈다.
“살다살다 전기요금 그렇게 내긴 처음이었죠. 전기장판 같은 전열기구가 전기를 많이 먹는다 해서 올 겨울에는 도시가스로만 난방을 했어요. 실내온도 21℃ 정도로 했는데 11월분으로 12만원 정도 나온 도시가스가 12월분으로 28만원이나 나왔어요. 일단 보일러부터 꺼버리고 뭐가 좀 잘못 되었나 생각해봤죠. 도대체 납득이 안 가는군요.”
지금 박씨는 폭탄 맞은 12월분보다 다가오는 1월분 핵폭탄이 더 무섭단다. 팍팍한 살림에 허리가 휘청하는 난방비 탓에 살맛이 안 난다.
난방비 아끼려고 쓴 전기장판 두 장
두 딸을 둔 주부 곽나민(47·좌동)씨는 지난 가을 확장한 50평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딸들 방이 모두 확장되어 실내온도를 20℃로 맞추고 전기장판을 썼다. 그게 문제였다.
“전기요금이 무려 25만원이나 나왔어요. 전기요금 인상에 누진세가 있다곤 하지만 평소 5만원 정도 나오던 것이 이렇게 많이 나올 줄 정말 몰랐어요. 지역난방이라 관리비에 난방비, 전기요금 다 같이 나오는데 처음에 합산가격만 보고 관리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별 신통한 대답을 못 들었어요.”
평소 관리비내역을 꼼꼼히 보지 않던 곽씨, 자세히 고지서를 살펴보니 공동전기료도 2만원이 넘고 난방비도 작년에 비해 30%는 더 나왔다고 한다.
전기요금에 대해 인터넷을 뒤져본 곽씨는 “에너지 절약이 중요하다지만 얼어 죽을 순 없잖아요. 무조건 누진세로 협박에 가까운 폭탄가격을 날리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죠”라고 거듭 말한다.
산업용은 누진세 없고 주택용만 기하급수 누진세?
36개월 아들을 키우는 주부 이준희(39·재송동)씨는 24평 아파트에 산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하루종일 난방을 해야 하고 방향도 남서향이라 낮에도 실내온도 22℃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한다.
“아직 어린 아이가 있어 너무 춥게 살순 없죠. 12월분 난방비에 제 눈을 의심했어요. 지난 겨울에 비해 딱 두배가 나왔어요. 도시가스 인상에 누진세 적용 때문이겠죠. 산업 발달을 위해 산업용은 누진세가 안 붙고 주택용은 누진세를 적용한다고 하는데 가정살림을 붕괴시키는 주택용 도시가스·전기요금, 정말 합당할까요? 국가적인 위기문제는 다 서민에게 돌리는 것 같아 정말 분통이 터집니다.”
이씨는 기초적인 생활에 필요한 공공요금을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다 같이 올려버리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주거용 전기소비 OECD 평균보다 낮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전기소비량이 OECD 평균보다 약 15% 높다고 한다.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기를 낭비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주거부문 1인당 소비량은 OECD 주거부문 평균 절반이 채 안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주택에서는 전기를 아껴쓰는 편이다. 그런데 산업용에는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으면서 주택용만 누진세가 적용되고 있다.
주거용은 100kWh 이하 57.9원, 101~200kWh 120원, 201~300kWh 177.4원, 301~400kWh 267.8원, 그 다음 단계는 398.7원, 다음 단계는 677.3원이다. 실제 계산해보면 기하급수적인 누진세 적용이다.
그런데 전기장판(1100W) 하나를 매일 5시간 사용하면 한 달에 약 8만원 정도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매일 10시간 사용하면 약 18만원 정도이고 여기에 다른 전기제품을 함께 쓰면 더 높은 단계의 누진세가 적용되어 일명 폭탄 전기요금을 맞는 것이다.
누진세, 절대 얕보면 안 된다. 기본요금 6단계에 전력사용량 6단계료 적용되는데 여기에 복지할인 빠지고 부가가치세 10%, 전력산업기반기금 3.7%가 곱해진다. 거기다 지난 14일부터 평균4%가 인상되었다.
전열기구 한 달 내내 써도 1만원이라는 문구는 그거 하나 달랑 썼을 때 이야기다. 평소 3~4만원 내던 전기요금을 40만원 냈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가능하다.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요금을 내게 한다는 누진세 적용이 저소득층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1월분 전기요금이 걱정된다면 한전사이버지점(http://cyber.kepco.co.kr/)으로 들어가 전기요금계산기를 클릭해 미리 알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스마트한전을 이용하면 실시간 요금을 조회할 수도 있다.
일단 아낄 수 있다면 아껴보자. 안 쓰는 플러그를 뽑고 전열기구 사용을 자제하자. 정수기 코드만 뽑아도 1만원이 절약된다. 세이버 전기절약기를 콘센트에 끼워두면 전압을 고르게 하면서 누수전력을 쌓았다가 다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인상과 누진세가 최선?
도시가스도 지난해 평균 약5% 인상되었다. 물론 누진세가 적용된다. 지난해보다 전국도시가스 사용량이 15%나 늘었다고 한다. 혹한 때문이다. 도시가스도 미리 요금조회(부산도시가스 http://busangas.co.kr/)를 해보며 예측해 쓸 수 있다.
보일러를 껐다 켰다 하는 것보다 20℃ 정도 유지하고 내복을 입자. 수도꼭지도 냉수쪽으로 돌려 넣는 것이 좋다고 한다.
조금만 여유 있게 쓰면 난방비 폭탄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격인상과 누진세 적용으로 에너지절약을 강조하기엔 가정살림이 너무 휘청거린다. 난방비 아끼다 얼어 죽은 사람이 나왔단 말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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