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인 - 로뎀 주얼리&크래프트(Rothem Jewelry&Craft) 김소형 대표

“좋아하는 일 하는 게 가장 큰 행복입니다”

지역내일 2013-01-29

삼청동에 위치한 주얼리숍 ‘로뎀 주얼리&크래프트’. 세련되고 깔끔한 분위기 속에 이곳 대표의 작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소재 설명과 디자인 특징에 대해 꼼꼼히 설명해주고 있는 김소형(43) 대표. 국제주얼리공모전과 서울문화상품전, 현대장신구공모전 등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실력 있는 주얼리 디자이너다. 그런데 그의 이력에서 조금 특이한 한 가지를 발견했다. 그의 대학교 때 전공이 ‘피아노’라는 것. 음악을 전공하고 다시 주얼리 디자인과 보석감정을 공부한 그는 “잘 하는 게 아닌 ‘좋아하는 것’을 하니 삶이 더 풍요롭고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그가 전하는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메시지 속으로 들어가 보자.


피아노, 어릴 적 내가 제일 잘 했던 것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친 김 대표. 어릴 적 그는 언제나 또래들 사이 피아노를 제일 잘 치는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대회를 앞두고 하루 10시간씩 연습에 몰두했다는 그. 뛰어난 실력으로 수상한 것은 그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남들은 진학·진로로 고민하던 고등학교 시절, 김 대표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당연히 피아노를 전공해야한다고 생각했죠. 주위에서 늘 ‘잘 친다’고들 칭찬 했으니까요.”
 학업 성적도 우수했지만 한 번도 다른 전공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전공에 대한 믿음은 주위 모든 사람들이 100% 될 거라 예상한 명문대에 떨어졌을 때조차도 변하지 않았다.
 “그 당시 피아노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피아노를 그만두고 공부로 그 대학교에 가라고 하셨어요. 그땐 그 말씀이 참 서운하더라고요. 내가 잘 하는 건 피아노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결국 피아노 전공을 고수한 그. 하지만 그는 “피아노를 즐기면서 연주한 적은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진학에 대한 고민을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당연히 잘 하니까 전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전공은 잘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얼리 디자인,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일
대학 졸업 후 우연히 TV에서 본 영상이 그의 뒤통수를 쳤다. 지휘자 정명훈이 연주회 후 사석에서 지인들과 피아노를 치며 즐기는 모습에서 ‘행복한 음악가’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저는 몇 달을 연습해야 칠 수 있는 곡을 아무렇지도 않게 연주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거기에 있던 모든 음악하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보였죠. 전 음악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때부터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그때였다. 이제까지와는 180도 달라진 ‘김소형’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제가 그렇게 적극적일 수 있다는 데에 저는 물론 가족들 모두가 놀랐어요. 인터넷 정보가 별로 없던 시절, 보석감정과 주얼리 디자인에 대한 여러 가지를 발로 뛰며 알아냈고 미국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겨났죠.”
그렇게 혼자서 미국으로 건너간 김 대표. 영어공인인증시험 공부를 한 번도 한 적 없는 그였지만 석 달 만에 입학에 필요한 점수를 땄다. 닥치는 대로 열심히 했다. 평소 커피를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그였지만 3~4일 밤을 새우기 위해서 커피를 억지로 마시기도 했다.
 “뉴욕 GIA(보석감정사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주얼리 디자인 공부에 필요한 계획을 세웠죠. 금속공예와 관련된 야간강좌(이브닝클래스)도 들었어요. 제가 이제까지 살면서 ‘가장 용감한 때’였던 것 같아요.”
 화려한 다른 학생들의 포트폴리오에 비교되는 포트폴리오를 들고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 원서를 낸 것 역시 용감한 도전이었다. 자신이 준비한 포트폴리오에 다른 사람의 열배쯤 되는 자신감과 열정을 갖고 면접에 들어간 김 대표. 그를 보고 면접을 담당한 학과장은 “당신 작품을 보니 주얼리를 만드는 것보단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게 낫겠다”는 말로 그에게 주얼리디자인과 합격을 알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그의 디자인 모티브는 자연이다. 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만큼이나 여성성이 작품에도 묻어난다. 주얼리숍 운영 역시 그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 제 작품을 이야기하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는 그다.
 “삼청동의 특성 상 외국인 고객이 많아요. 제 작품이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에게 기쁨을 준다는 게 참 행복합니다. 한국생활을 마치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 사람들이 제 작품과 함께 한 사진을 보내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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