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녀 열린터 ‘꿈꾸는 빨래방’

가출청소녀 누구나 기대고 쉴 수 있는 공간

지역내일 2013-01-29 (수정 2013-01-29 오후 3:58:59)

수원시 매산로3가, 팔달구 매산로 89번지. 지난 12월 중순, 도청오거리 구 중부소방서 3층에 소박한 ‘꿈꾸는 빨래방’이 문을 열었다. 청소년이 아닌, 청소녀들만을 위한 공간, 그리고 더 나아가선 아이들이 한줄기 희망이라도 틔울 수 있길 바라는 새 출발의 공간. 그런 소망들을 가득 담아 만들어진 ‘꿈꾸는 빨래방’ 구경에 나섰다.        


씻고 빨래하고, 편히 낮잠 잘 수 있는 ‘꿈꾸는 빨래방’ 
사무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출입문과는 달리 여느 집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공간이 ‘편안하다’는 인상을 준다. 출입문 왼쪽으론 샤워실과 세탁실, 세탁실에는 두 대의 세탁기가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세미나실, 상담실에는 TV와 책 등 볼거리도 갖췄다. 연두색이 고운 개인사물함, 서랍장 위에 놓인 드라이기와 빗 등 여학생들의 필수품이 눈에 들어온다. 동행한 (사)수원여성의전화 성매매피해상담소 ‘어깨동무’ 권선미 소장은 “오후2시~밤11시까지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청소녀 누구나 와서 샤워하고 빨래하며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갈아입을 속옷, 간식거리도 준비해 놨다”고 했다. 냉장고 가득 채워진 음료수, 냉장, 냉동식품, 찬장 안에 종류별로 구비된 컵라면 등 푸짐한 먹거리가 가출한 청소녀들의 추위와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따뜻한 차 한 잔 하며, 소파에 몸을 누이고 천천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때로는 이 안에서 만난 나 같은 누군가와 힘든 세상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 ‘꿈꾸는 빨래방’에선 가출 청소녀들의 인생도 잠시, 조금은 편안히 쉬어간다.    
  
         
‘꿈꾸는 빨래방’ 왜 만들어졌을까?
“가출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게 씻고, 빨래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 당장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손쉽게 주변의 유혹에 솔깃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아이들도 성매매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었어요.” 권선미 소장은 2011년 가출청소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길거리면접, 심층면접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심층면접 대상이 100명이라고 했을 때 60명 이상은 조건만남이나 성매매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매매예방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 ‘꿈꾸는 빨래방’인 셈이다. 경기도에서는 최초다.
물론 숙식이 해결되는 기존의 ‘청소년쉼터’도 있지만, 그곳의 운영규칙에 매이고 싶지 않아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도 많다. 이 아이들이 그저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곳, ‘꿈꾸는 빨래방’은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상담을 전공한 복지사 등 두 명의 선생님도 상주해있어 아이들을 맞아주고, 아이들이 원하면 상담도우미, 친구가 되어준다.  
     


외로움에서 벗어나 한줄기 빛이라도 찾을 수 있게 되길
“꿈꾸는 빨래방에 대해서 그걸 왜 만드느냐, 그런 아이들을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우선이지 하는 어른들도 있어요. 당장 돌아가서 해결될 문제라면 왜 아이들이 가출을 선택하겠어요. 아이들에게도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 소장은 ‘꿈꾸는 빨래방’에 와서 아이들이 외로움을 달래고 기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리고 학교나 가정에서 해줄 수 없는 집단상담, 성교육,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진로나 꿈을 찾게 되길 소망한다. 프로그램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권 소장은 “이 곳이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평일 오후2시~밤11시 운영시간도 조정될 수 있을 거예요. 일단 아이들이 기관에 갖는 거부감이나 선입견도 있는 것 같아서 성매매 교육 관련해 학교 방문 시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생각이에요.”
‘꿈꾸는 빨래방’은 오늘도 세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을 기다린다. 그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꿈을 찾아 날아오를 수 있게 그들의 마음속에 희망을 들여놓아주는 곳, ‘꿈꾸는 빨래방’은 오늘도 긍정의 꿈을 꾼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청소녀 열린터 ‘꿈꾸는 빨래방’ 이렇게 이용해요~
-세탁: 빨래에서 건조까지 뽀송뽀송, 갈아입을 여벌옷도 있어요
-휴식: 간식거리, 볼거리(TV, 책), 낮잠까지
-고민거리: 성매매, 가정폭력 고민거리, 아르바이트 피해신고, 쉼터에 관한 정보 연계
-프로그램: 집단상담, 성교육, 체험프로그램 등
-이용시간: 평일 오후2시~밤11시(숙박은 안돼요!)
-문의: 031-253-8298, 235-7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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