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대림동에 조롱박 수세미 터널이 생기면서 대림1동 주민들의 꿈이 주렁주렁 영글었다. 조롱박 수세미 터널은 서울시 돋보이는 마을공동체 만들기의 일환으로 만들어져 주민 화합과 소통의 장이 되었다. 대림동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마을 주요 자원 파악을 위한 여론조사부터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의 선진지인 충북 음성군 탐방까지 노력의 결실로 조롱박 수세미 터널이 만들어지고 마을 축제로까지 이어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하나되기 전,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동사무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관심도 없던 마을 사람들이 조롱박과 수세미로 하나 되고 나니 어느 동 부럽지 않은 정말로 살고 싶은 대림동이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조롱박과 수세미는 다른 물체를 감으며 자라는 덩굴식물이다. 세대, 계층, 문화 등 여러 경계를 없애고 화합하는 대림1동의 모습은 더불어 사는 이 식물을 닮았다. 조롱박과 수세미로 하나 된 대림1동을 만나보자.
조롱박 수세미 마을 만들기로 Go Go~
대림1동은 0.49㎢에 17,334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등록수가 4920명으로 28.3%나 되어 다문화 가정이 다른 지역보다는 높은 편이다. 노인과 청소년 문제도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문화와 여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사업 선정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마을사업단을 구성했다. 2011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주민 32명이 마을사업단과 함께 마을사업선정을 위한 컨설팅에 참여했다. 마을사업단 단장은 주민자치위원회 한흥석 위원장이, 유형자원 조사팀 73명, 인적자원조사팀 73명, 무형자원 조사팀 23명, 마을의견 조사팀 73명으로 나누어 사업단을 꾸렸다.
마을사업단이 첫 번째로 한 일은 대림1동의 무형자원(지명유래)과 인적자원, 유형 자원을 조사하는 것. 우리 동네에 누가 살고 무엇이 있고 어떤 것이 활용가능한지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무형자원으로 대림동 824번지 일대에 과수원이 많아 ‘원지막’ 이라 불리던 초가마을에 조롱박과 수세미 등이 자라는 마을 풍경이 있었다는 것도 파악됐다. 인적자원으로는 강남성심병원 등 종합병원이 있고 직능 및 자생단체, 초등 및 중학교, 우리시장 상인,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여기에 대림어린이공원, 우리(재래) 시장, 종교시설(교회) 외 시니어행복발전센터, 살레시오청소년회관, 대림1동 주민센터 등 활용 가능한 유형자원이 있었다.
그리고 총 280명의 주민에게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쓰레기통 불량, 쓰레기 무단투기 cctv요청, 녹지공간의 부족 등 생태미관에 대한 의견을 103명이, 어린이체육시설,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한자, 영어 등), 취미활동 장소 및 문화행사 제공 등 문화 복지 관련부분이 83명, 어두운 골목길, 중국인 범죄 우려, 비행청소년 문제 등 안전에 대해 58명이, 재리시장 활성화, 이웃 간의 소통 기회 부여 등 사회적 교류에 대해 20명이, 노인복지사업 증진, 지하철(신안산선) 조기개통 요구, 주차난 심각 등 사회복지에 대해 16명이 지적해주었다.
이를 바탕을 마을사업을 전략적으로 분석했다. 이웃 간의 소통의 기회를 갖고 중국교포 및 청소년 범죄 대책, 녹지 공간 형성, 취미활동 장소 및 문화행사 제공 등의 문화를 통한 화합의 마을을 만들기 위한 SWOT도 짰다. 그 결과 Public Space 활용 마을 사업, 주민 간 공동체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마을 문화 프로그램 개발, 마을 교류 방안이 마련되었다.
주민공동체 문화 프로그램 개발, 인적문화 네트워크 교류방안 마련, Public Space 대림어린이공원의 활용으로 마을사업을 만들어 나가기로 결정한 마을공동체 사업팀은 대림1동 주민센터와 주민자치센터, 주민 모두가 함께하는 문화 만들기 사업으로 수세미 조롱박 사업을 도출하게 되었다.
주렁주렁 아이들의 꿈이 익어가는 마을
제일 먼저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 선진지인 충북 음성군 금왕읍 구계리를 2011년 3월과 4월 마을사업단장 외 7명이 두 차례나 방문했다. 음성군의 조롱박 터널과 차종 및 재배 현장도 방문하고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방향, 사업 결과에 대한 많은 경험을 들었다. 조롱박과 수세미 씨앗, 비료를 구매하고 조롱박과 수세미에 대한 전문지식도 전수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봄 동 주민센터 3층 옥상 비닐하우스에서 마을공동체 사업단 등 20명은 조롱박 2000립과 수세미 1000립을 파종하게 된다. 미리 싹을 틔운 조롱박과 수세미 씨앗을 상토와 거름을 넣은 포트 안에 파종과 재배를 시작했다. 2011년 대림1동은 대림어린이공원을 중심으로 조롱박과 수세미 친화마을이 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꾸린 대림1동 마을만들기사업단이 그해 봄부터 정성스레 심고 키운 조롱박과 수세미들이 마을 곳곳에 자라고 있었다.
봄이 한창 무르익을 5월에 동 주민센터 청사 앞마당에서 조롱박 2000본과 수세미 1000본을 200여명의 주민들에게 분양하게 된다. 분양에 이어 동 청사 앞마당과 대림어린이공원에 조롱박 500본과 수세미 500본으로 조롱박·수세미 터널을 만들었다.
수세미와 조롱박 열매가 한참 자라는 시기, 조롱박 수세미 터널에서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수세미와 조롱박 구경하는 아이들과 주민들은 조롱박 수세미로 어느새 하나가 된다. 열매가 맺히고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육의 장소이자 쉼터가 되기도 했다. 이제 아이들과 주민들은 조롱박 수세미 터널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대림어린이공원과 대림1동 주민센터는 조롱박과 수세미로 화합·소통의 공간이 되었고 대림1동 자투리땅과 뒷골목에 터널을 조성하게 되었다.
조롱박이 열리면서 달라진 마을 풍경
조롱박 수세미 터널이 만들어지면서 대림1동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6~9월 매월 넷째 주 금요일은 대림어린이공원으로 모이는 날이다. 여기서 무료 영화도 보고 건강 체크 행사도 열었다. 무료 건강체크는 서울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맡아 주민들의 혈당·혈압을 체크해주고 건강을 책임져주었다. 해가 진 저녁 8시부터는 대림어린이공원에서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등 재미있고 유익한 작품을 매월 하나씩 상영하기도 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꾸린 대림1동 마을만들기사업단이 수세미를 이용한 액기스도 만들어 대림1동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과 소외계층 162가구의 건강을 위해 무료로 갔다 드렸다. 수세미 액기스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폐기종 예방 등 건강증진에 좋기 때문이었다.
조롱박 수세미 터널이 생겨 아이들이 터널 안팎을 뛰어다니며 놀이터처럼 신나게 놀고 어른들은 터널 아래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 이웃들과 담소를 나눈다. 아이들의 손보다 작았던 조롱박들은 어느새 어른 손보다 큰 조롱박으로 무럭무럭 자라나 동원을 더욱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 몇 그루 나무밖에 없어 휑하기 그지없던 동네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한울타리 조롱박·수세미 축제 한마당
지난해 10월, 조롱박 수세미가 주렁주렁 매달린 대림어린이공원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민 약8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어느 동네에서나 부러워할 만한 ‘제2회 한울타리 조롱박·수세미 축제 한마당’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29일에 첫 번째 행사를 연 이후로 두 번째 열린 축제다.
프로그램도 다양해서 주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축제를 즐겼다. 아이들은 이제 친근해진 조롱박과 수세미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으며, 주민이 공예미술지도사에게 배워 만든 조롱박 100개는 어린이공원 나무에 전시됐다.
주민 노래자랑 시간에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린이공원 무대를 가득 채웠다. 누가 노래를 하든 함박웃음 가득 머문 얼굴로 함께 춤을 추며 조롱박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주말인데도 나눔장터와 먹거리장터를 담당한 아주머니들의 논의가 주민센터 곳곳에서 진행되었고, 공연을 맡은 주민자치센터 댄스스포츠 동호회 회원들은 땀을 흘리며 맹연습 중이었다. 사진콘테스트에 참여하려는 아이들은 동네 곳곳의 수세미와 조롱박을 찾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각설이 타령, 국악 한마당 무대를 시작으로 개회 선언과 내빈 축사의본 행사를 했다. 또 식후 행사로 백일장, 조롱박 공예 체험, 수세미 추출물 시음회, 가훈 써주기 등 모든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풍성한 체험행사로 함께 했다.
마을만들기사업단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마을에 대한 주인의식을 함양시키고 지역공동체 구성에 기여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전한다.
대림1동, 조롱박 수세미 지도만들기에 도전하다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시작한 조롱박 수세미 사업은 서민적인 동네, 외국인이 많은 동네 등의 부정적인 마을 이미지를?벗고 서로 다른 마을 구성원이 서로 화합하여 정감 넘치는 마을로 만들었다. 더불어 마을에 대한 애착심과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계층간, 세대간, 다문화 가족간 벽을 허물고 함께 문화 공감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마을만들기사업단은 앞으로 묘목분양, 이웃담장 넝굴(情)잇기 사업으로 대림1동 조롱박·수세미 지도 만들기와 우리(재래)시장 내 조롱박·수세미 넝굴 조성, 토속 음식 시장 개장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더불어 ''조롱박 공예교실'' 프로그램도 운영하여 마을공동체를 더욱 활성화하고 축제 때 반응이 좋았던 조롱박 공예교실도 정기적으로 개설해 아이들에게 공예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이다.
그 외 조롱박과 수세미는 좋은 점이 많다. 조롱박은 당뇨병 환자에게 유익하며 열을 내리고 답답한 것을 없앤다. 비장과 위장을 따뜻하게 하여 기의 순환을 촉진한다. 베타카로틴 성분은 콜레스테롤을 분해시키는 기능을 해 다이어트에 좋다. 수세미는 보습 효과가 강하여 아토피 피부에 유익하다. 축농증으로 고생할 때, 수세미 줄기를 잘라 수액으로 마시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열병신열, 유즙불통, 장염 치료에 이용하기도 한다. 기관지 천식, 기관지염, 오십견, 황달, 비염 등의 치료에 특효가 있다. 이런 효능이 있는 조롱박 수세미 추출물로 소외계층에 무료 배부량을 확대해 관내에 혼자사시는 어르신과 저소득 가구의 건강증진을 도모할 것이다.
한흥석 주민자치위원장은 “이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도농간 결연으로 휴농지를 활용한 수세미 전용 재배 부지를 확보해 수익사업을 만들어 갈 것”과 “조롱박 토속주점도 개설해 소규모 재리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을 약속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