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 전북도의회 최진호 의장
"지방의회는 도민 목소리 전하는 통로"
원칙과 배려·균형감 갖춘 의회상 구현 … "지역 리더가 마음 비워야 행정통합 가능"
"지난해 의원들이 ''재정지원점검단''을 구성해서 사업현장을 직접 챙겼습니다. 의회는 물론 집행부에 긍정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전북도의회 최진호(63·사진) 의장은 올해 의정활동의 방향을 ''현장중심''임을 강조하면서 지난해 전북도의회가 도입한 ''재정지원점검단''을 예로 들었다. 최 의장은 "예산결정에 앞선 심의와 사후 결산심의가 있지만 막대한 재정사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즉 예산심의와 결산심의가 사전-사후 점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점검단은 ''현재진행형''으로 감독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의원들이 주요사업의 전과정을 꼼꼼히 살피기 때문에 재정투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연구활동을 통한 대안제시에 역점에 두는 의회상을 제시했다. 9대 전북도의회는 ''의정활동 연구 및 지방자치연구회'' 등 6개 연구단체를 결성해 활동해 왔다. 최 의장은 "경제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한정된 틀안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조직으로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도의회가 앞장서서 서민들의 고달픈 현장의 목소리를 도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하겠다"고 했다.
올 상반기 지역 최대 이슈로 전주-완주 통합논의를 꼽은 그는 "자치단체와 정치권의 속마음 비우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1992년 전주시의회 의장 시절 사비를 털어 통합추진위원회를 이끈 경험이 있어 남다른 애착이 있는 사안이다. 그는 "6월 주민투표를 앞두고 찬성-반대가 팽팽하게 부딪힐 것인데 지역리더들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면서 "감동까지는 아니어도 양측이 결과에 수긍 할 수 있는 진심이 묻어나는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도의회 활동에 대한 평가와 올해 계획을 밝힌다면
= 지난해 도 전체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새만금 개발청 설립을 위한 새만금 특별법이 개정됐고, 지역발전의 대안이 될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의 씨앗 등도 심었다. 2013년 한해가 희망의 씨앗을 틔우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도민들께서 적극 성원해주셨으면 한다. 우리 9대 전북도의회는 ''대안을 제시하는'' 의회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쏟았다. 공부하는 의회상을 구현하기 위해 ''의정활동 연구 및 지방자치연구회'' 등 6개 연구단체를 결성해 활발한 연구활동을 전개해왔다. 올해는 연구단체들의 활동 내용이 정책대안으로 만들어져 도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도정에 대한 견제와 비판도 의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 항상 원칙과 배려, 그리고 균형감 있는 의회상을 실현하는데 무게중심을 뒀다. 지난해부터 재정지원점검단을 구성해 활동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현장점검이 필수라 보기 때문이다. 전북도와 도교육청의 굵직한 주요 재정투자사업현장을 상시로 점검했는데, 점검단 구성 자체가 집행부와 의회 모두에게 긴장감을 주는 계기가 됐다. 예산심의와 결산검사가 사전·사후 성격이라면 점검단은 현재 진행형의 사업을 점검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현장 실사를 통해 사업의 중요성 여부를 판단하고 예산편성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도록 하겠다.
앞서 밝힌 것처럼 올해 경제여건은 더욱 불투명하다. 의회에서도 나름의 준비가 필요할텐데.
= 항상 그렇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 서민생활이 더욱 힘들어 진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상임위 중심의 생활밀착형 현장활동을 강화하겠다. 도민의 작은 소리도 크게 듣고 소외되고 어려운 곳을 배려하며 이를 도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도민과 함께하는 의정을 펴겠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 서민을 위해 편성된 도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해당 상임위에서 수시로 점검토록 하겠다.
의회 내부 구성원들의 이견이나 상임위간의 갈등 조정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북 발전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은 같다고 생각한다. 원칙과 더불어 배려가 절실하다. 자칫 ''내가 제일 잘 아는데…''라는 판단에 집착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충돌이나 대립하는 사안이 있으면 잡음이 커지기 전에 조율하고 중재하도록 하겠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의장단, 상임위장단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회기 시작일에는 전체 의원이 참여하는 오찬 모임을 통해 소통과 친목을 도모하겠다. 의원들도 협의하고 양보하는 성숙한 정치력을 발휘해 줄 것으로 믿는다.
전주·완주 통합을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예정돼 있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전주시의회 의장으로 일하던 1992년에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었다. 사비 1000만원을 내 추진위 사무실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 울산·울주, 청주·청원이 함께 통합논의를 벌였었는데 전주·완주만 빼고 통합이 성사됐다. 다행히 이번에 도지사, 전주시장, 완주군수가 통합이라는 대의에 동참하고 있어서 어느 해보다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찬성-반대 입장을 가진 주민이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주민투표가 가까워지는 2~3월이 되면 찬반 논쟁이 격화될 것이다. 이럴때는 단체장과 지역정치권 등 지역리더들의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개인적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주민도 동의하고 마음을 연다. 벌써부터 정치적으로 누가 유리하고, 누가 불리하다는 말들이 나오는데 그렇게 지역여론이 나뉘기 시작하면 설령 통합이 된다고 하더라도 시너지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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