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와 아이의 키 성장 고군분투기

지역내일 2013-01-28 (수정 2013-01-28 오후 6:04:13)


더딘 성장그래프가 안겨준 성찰




둘째인 용근이는 또래보다 성장 속도가 더뎠다.
태어나 두 돌까지 눈에 띄게 자란다는 시기에도 오히려 눈에 띄게 작았다.
사실 선천성 요로협착으로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던 터라 키 문제는 뒷전이던 때였다.
그런데 큰 산을 두 번이나 넘고서 한숨을 돌리고 나니 비로소 또래보다 작은 키가 산이 되어 눈앞에 나타났던 것.
성장그래프 평균 3% 대에서 들락날락. 만 8세가 된 지금까지 아이는 여전히 저속(?) 성장 중이다. 키가 작은 아이의 엄마로 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또래보다 작아 보이니 2~3살 어린 동생들도 용근이를 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한 엄마의 표본이라도 되는 양, 질책 어린 시선으로 키 크는 묘약(?)을 권하던 사람들. 여기에 온갖 성장 관련 정보들이 차고 넘쳐 오히려 마음을 어지럽게 해준 것도 한몫을 더해 주었다.
하지만 정작 아이 키에 자유로울 수 없었던 건 유전적인 한계를 실감할 때였다.
아무리 잘 먹이면 큰다는 세상이지만 170과 160cm가 못되는 부모 키에 열패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성장그래프 3% 경계에 있는 아이
아이는 3년 째 성장그래프 추적 관찰 중이다.
아이 키가 드디어 1m 가 되던 만 5살 무렵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소아과에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의사선생님의 소견을 받아들면서 부터다.
소견서를 들고 분당 서울대병원 소아 성장 전문의인 김혜림 교수님께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진료실 앞은 전국에서 모인 키 작은 아이들로 늘 인산인해였다.
“우리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안도보다는 “이 아이들 부모는 얼마나 속이 탈까” 공감이 되면서 매번 안타까움이 드는 곳이다. 그렇게 김혜림 교수님과 6개월에 한번 씩 만나기를 3년.
추적 검사를 받고 있는 아이는 성장 호르몬 치료를 하기엔 다소 애매한 그래프 3~4%를 오르내리며 지켜보는 리포터의 마음에 늘 묵직한 체증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만 8살 생일을 갓 넘긴 지난 1월 22일. 골 연령 만 6세에 7개월 동안 단 1cm가 자란 아이를 보며 김 교수님도 이번엔 표정이 좋지 않으셨다.
그동안 성장호르몬 치료를 적극 권하지 않았던 분이라 심란한 마음은 더 없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리포터.
성장호르몬 결핍을 진단받기 위해서는 먼저 2박 3일간 입원해 호르몬의 이상 유무를 확인 한 후에야 확진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아이는 입원 검사까지는 받지 않은 상태. 확진검사를 받을 수 있는 수치인 3%를 아슬아슬하게 웃돌고 있던 상태였던 것. 하지만 4개월 후에도 성장에 지체를 보이면 입원 검사를 받아보자는 말씀에 이번엔 덜컥 겁이 났던 게 사실이었다.


성장호르몬 치료와 갈등
성장호르몬 결핍이라는 확진이 나오면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어 매일 맞아야 하는 호르몬 주사 비용의 부담을 덜 수는 있다. 하지만 호르몬 결핍이 아닌 일반 저성장일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보험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4~5% 경계에 있는 저성장 자녀의 부모들은 갈등이 시작된다. 적게는 한 달에 50~6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대의 비용. 여기에 한번 시작하면 성장이 멈추는 시점까지 꾸준히 맞아야 하는 터라 적어도 5년 이상의 지난한 인내가 필요하다. 성장호르몬 주사 약값 때문에 대출받고, 이혼 위기에 몰렸다는 어느 집 이야기가 결코 남 얘기만이 아닌 현실이 되는 것. 게다가 아이와 엄마의 결의와 대단한 합심이 있지 않고서는 중간에 흐지부지 되기도 십상. 이렇게 되면 아니한 만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니 결코 쉽게 시작할 일이 아니다. 덧붙여 우리나라에 성장호르몬 치료가 본격 도입된 것이 오래되지 않아 부모 입장에선 부작용이나 후유증 걱정에서도 자유로울 순 없다.
이런 과정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선뜻 호르몬주사 치료를 시작하겠노라 의지를 다지지 못한 리포터. 또다시 4개월의 시간을 기다리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이와 조심스럽게 얘기를 나눠보았다.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맞아야 할지도 몰라.”
아이는 주사라는 얘기에 얼굴이 금방 어두워졌다. 하지만 일반주사처럼 많이 뾰족하지 않고 도장처럼 찍는 주사라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다소나마 안도하는 눈치였다.
4개월 동안 부지런히 커서 5%대가 되면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는 금방 얼굴빛을 바꾸며 대답했다.
“엄마, 이제부터 밥이랑 반찬도 골고루 먹고, 키 크는 운동도 열심히 할게요.”
아이와 키 크기 다짐(?)을 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지만 키만 키우기 위해 지금의 행복을 저당 잡히고 싶지 않아 아이와 하루하루 행복해지려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