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이나 매수인은 대등한 계약의 당사자이다. 매도인이 토지를 가지고 큰소리를 치는 것과 같이 매수인도 돈을 가지고 큰 소리를 칠 수 있다.
매도인은 “돈을 가지고 와라. 가져다 놓고 계약금도 없으면서 가격만 깎으려 하지 마라”라고 자신 있게 매수하려는 사람에게 요구할 수 있다.
반면 매수인은 “가격을 깎아 주면 지금이라도 당장 매수하겠다. 현금이 다 준비되어 있다. 비싸서 못사겠다. 싸게 팔 생각이 있으면 연락해라. 바로 매수하겠다”라고 자신 있게 거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매도인은 토지나 부동산에 무리한 담보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기 급급한 경우가 많다. 매수인은 부동산을 사면 돈이 될 것 같은데 돈이 없으니 계약금만 걸고 일단 잔금을 미루면서 기회를 본다.
그러다 보면 결국 누군가가 먼저 계약을 해제하려고 하게 된다.
불성실한 매수인의 사례를 들어보자.
매수인은 토지의 매매대금을 130억 원으로 하고 계약금 13억 원을 지급하였으나 잔금지급기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매도인이 잔금지급을 최고하자 매수인은 대출이 되지 않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하면서 잔금지급기일의 연장을 수 차에 걸쳐 요청하였다.
결국 매도인은 이를 거절한 후 최종적으로 1개월의 기간을 주고 그 때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계약은 해제된다고 통지하였다.
매도인은 당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제반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부동산 매도용 인감증명서는 발급받지 않은 상태였는데 매수인이 1달 이내에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다음날 부동산을 타에 처분하였다.
고등법원은 위 사례에서 매도인이 이전등기에 반드시 필요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놓지 않았으므로 계약해제가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원래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면 매도인도 인감증명서 등 이전등기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준비하고 이행제공을 한 후 잔금지급을 요구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 매도인은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언제라도 발급받아 교부할 수 있는 것이고, 매수인이 잔금의 지급준비가 되어 있지 아니하여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수령할 준비를 안 한 경우이므로 매도인 보다는 불성실한 매수인에게 책임이 더 크다. 불성실한 매수인에게 구실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하여 매도인에게 과도한 이행준비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이유로 계약해제가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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