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이는 어리지만 공부 욕심이 많아요. 자기주도학습 플래너도 알아서 척척 써요. 결국 원하던 국제중에 합격했어요.” 강동구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에서 초등 6학년생 멘토로 활동한 이지연양은 멘티 자랑에 여념이 없다.
초등생 멘티와 매주 만나며 봉사
둘은 매주 일요일마다 만나 영어, 수학 공부를 도와주고 학교 생활, 친구 이야기로 수다를 떨며 친자매처럼 친해졌다. 센터의 멘토링 봉사단원 중에서도 모범적인 멘토, 멘티 관계로 꼽힌다. “지난 1년간 멘티와 즐겁게 만났고 늘 이 시간이 기다려졌어요. 무엇보다 ‘진정성’ 담긴 봉사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이양이 속내를 밝힌다.
그는 고1 여름방학 때 캄보디아로 선교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30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 입을 옷이 없어 겨울용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어도, 썩은 이가 몽땅 빠졌는데도 가난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도,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고아원에서 자라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많이 반성했다고 말한다. “해외봉사를 떠나기 전 갈까 말까 망설였던 마음 속의 갈등, 사소한 일로도 늘 부모님께 불평만 늘어놓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이처럼 색다른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며 지연양은 ‘인생의 나이테’를 단단하게 키워가는 중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유달리 많았다. 별명은 ‘올빼미’. 밤을 새서라도 시험공부든 숙제든 완벽하게 준비해야 직성이 풀렸다. ‘리더’ 욕심이 많아 남 앞에서 조리 있게 발표하고 설득하는 ‘스피치 실력’도 일찌감치 갈고 닦은 덕분에 빼어난 언변을 갖추게 되었다.
고교 입학 후 멋모르고 토론대회도 참가했다. “우리 학교는 토론동아리 파워가 세요. 동아리 회원들이 대부분 토론대회 상을 휩쓸지요. 나는 동아리 소속도 아니었지만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지원했어요. 뭐든지 ‘해보자’ 주의거든요. 물론 준비는 철저히 했지요.” 고1이었던 이 양은 교내 토론대회에서 대상을 탔다. 자신감이 붙자 2학년 때도 참가해 연거푸 대상을 수상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더라’
“지난 2012년은 내 생애 최고의 한해였어요.” 신이 난 이양이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선생님 권유로 얼떨결에 선거에 출마해 상일여고 학생회장에 당선된 후 스펙터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학생 대표로서 책임지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묵직했지만 회장에게 ‘특권’처럼 주어지는 배움의 기회도 많았다. 연세대, 굿네이버스 공동 주최로 여름방학 때 열린 ‘청소년 글로벌 리더십캠프’도 그 중 하나다.
전국 99개 학생회장들이 참석한 캠프에서 그는 ‘개안(開眼)’을 했다. “전문가 강연, 다채로운 워크숍 내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또래 학생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참가한 학생들이 다들 학교 대표들이라 ‘포스’가 남다르고 통솔력, 발표력 등 리더 자질이 출중하더군요.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내겐 다들 벤치마킹의 대상이었죠.”
이양은 상일여고 학생회장인 동시에 강동구 고교 학생회장단 모임에서 대표까지 맡고 있다. 강동구 대표 자격으로 서울시교육감과 학생자치활동, 인권조례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육 행정가들이 학교 현장을 잘 몰라 많이 놀랐어요. 사실 대다수 고교에서 학급회의 시간은 자습 시간 또는 노는 시간이 돼버렸고 대다수 학생들은 회의진행 방법조차 모르거든요. 이런 리얼한 학교 상황을 조목조목 들려주었어요.”
학생회장 경험하며 숨은 재능 발견
학생회장으로서 애착과 의욕이 남달랐던 그는 ‘착한 말 실천’ 같은 이색 캠페인도 벌였다. “여고생들이 사실 욕을 많이 써요. ‘씨X'' 등 한 문장에 두 단어 이상의 욕설을 섞어 쓰는 건 부지기수죠. 때마침 서울시교육청에서 캠페인을 진행해 우리 학교도 참가 신청을 했어요.” 전교생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말버릇을 고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이들 관심을 끌기 위해 여러 달 동안 캠페인을 재미있게 진행했어요. 중독성 있는 캠페인송을 틈날 때마다 틀었고 코믹한 UCC, 우스꽝스러운 피켓도 만들어 선보였지요. 교실에서 욕을 많이 쓰는 학생에게 마스크 씌우기, 암행어사 감찰 같은 아이디어를 모아 실천하기도 했어요. 다들 호응해준 덕분에 욕설도 많이 줄었지요.” 상일여고는 이 캠페인으로 우수상을 탔다.
이처럼 캠페인, 학교축제 기획, 학생회 조직 관리 등 숱한 과제들이 이양에게 던져졌다. 좌충우돌하면서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생각의 깊이, 마음 씀씀이가 부쩍 자랐다. “효율적인 일처리 순서, 추진력, 사람 관리법을 많이 배웠어요. 무엇보다 내 장래 꿈을 재설정하는 기회가 되었지요.”
오랫동안 그의 장래희망은 교사였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여러 활동을 통해 리더십, 설득력, 기획력 등 숨은 재능을 발견했고 덕분에 ‘기획자’란 새로운 꿈을 갖게 되었다.
이제 곧 고3. 그동안 학생회 활동 때문에 공부를 소홀히 해 뚝 떨어진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엉엉 울었어요(웃음). 그래도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으니까 후회는 안 해요. 그래서 요즘에는 독하게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고 있어요.” 긍정의 에너지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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