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_ 지대한 군

가슴 따뜻한 힐링영화 ‘마이리틀히어로’ 주인공

지역내일 2013-01-23

‘마이리틀히어로’는 안산 사람들에게 특별한 영화다. 이 영화에 비친 안산은 더 이상 범죄도시가 아니다. 영화 속 안산은 영광이의 해맑은 눈동자가 있고 그를 바라보는 살가운 이웃들이 살아가는 다문화도시로 그려진 최초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안산이 따뜻한 도시로 그려지기까지 영광이 역을 연기한 지대한 군(13)의 역할이 컸다. 실제로 안산 선부동에 살면서 안산서초등학교에 다니는 지대한 군을 지난 17일 원곡동 어린이 도서관 ‘모두’에서 만났다.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한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 연기를 펼치기 까지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대한이네 가족 이야기
영화 속, 필리핀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라는 설정과는 달리 대한이는 스리랑카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한이네 가족은 2살 아래 남동생 대성이와 안산 선부동에 살고 있다. “제가 태어난 곳은 제천인데요. 기억은 잘 안나요. 안산서초등학교에 입학해 서 지금까지 쭉 다녔으니까요 안산에서 오래 살았나 봐요”라는 대한이.
대한이는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아빠 엄마 덕분에 학교가 끝난 후에는 원곡동 ‘다문화학교’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문화학교는 외국인 노동자 운동의 대부 박천응 목사가 2011년에 문을 열어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민 자녀를 위한 방과 후 교육프로그램과 정규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대안학교다.
2011년 영화 사전조사를 위해 다문화 학교를 찾은 김성훈 감독은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대한이를 영화 주인공으로 점찍었다.
“감독님이 영화 한 번 해 볼래?라고 물었을 때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엄마 아빠도 반대하지는 않았어요”라는 대한이. 그가 영화를 선택하면서 ‘대한’이에서 ‘영광’이로 변신하는 힘든 과정이 시작됐다.


대한이 배우가 되다
‘마이리틀히어로’는 조선의 왕 ‘정조대왕’을 연기할 뮤지컬 배우와 음악감독을 오디션 방식으로 선발하는 내용이다. ‘블라인드 오디션’을 통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영광이를 2명의 음악감독이 선택하지만 혼혈인 것을 알고 난감한 상황이 연출된다. 영광이와 짝이 된 음악감독은 허세만 가득하고 오히려 영광이의 꿈을 실현하는데 장애물만 될 뿐이다.
그러나 아빠를 찾기 위해 아무리 어려운 도전도 기꺼이 해 내고 마는 영광이. 이런 영광이의 순수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표현해야 했던 대한이는 연기학원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그야말로 하얀 도화지와 같은 아이였다.
대한이는 영화촬영 전 여섯 달 동안 노래와 연기 춤까지 배워야했다.
“춤 연습이 제일 힘들었어요. 몇 몇 장면에서는 다른 형이 춤을 연기했지만 발레기본은 배워야 했어요. 다리 찢기도 하고, 턴도 하고 되게 어려웠어요”라는 대한이.
영화 시사회에서는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5학년 봄부터 여름까지 촬영한 영화 작업은 그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다. 영화 촬영하면서 무엇이 제일 좋았느냐는 질문엔 그 또래 남학생답게 “학교에 안 가서 좋았다”며 수줍은 미소를 떠올린다.


대한이와 다문화
지난 10일 영화 개봉 후 대한이의 일상은 또 달라졌다. 영화 홍보를 위해 무대인사를 다니고 각종 매체와 인터뷰를 하느라 친구들보다 바쁜 겨울 방학을 보내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해 좋아하는 개그맨들도 만났다.
영화를 봤다는 친구들에게 ‘영화 재밌게 잘 봤다’는 인사 전화도 많이 받았다.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연기했지만 정작 대한이 자신은 다문화가정이라는 차별을 겪고 자라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의 별명도 이름을 따서 ‘대한민국’이다. 피부색으로 놀림을 받아본 적도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대한이의 얼굴엔 그늘이 없다. 또래 아이들처럼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하다 친해진 김무년이가 단짝 친구라고 자신있게 소개한다.
안산에 살고 있는 자신과 비슷한 다문화가정 친구들뿐만 아니라 비슷한 또래 친구들에게도 “영화를 꼭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대한이.
이 영화가 피부색이 다른 이웃을 많이 둔 우리들이 어떻게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해답을 줄 수 있을까? 완벽한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그 해답을 찾아가는 우리들의 영화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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