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힐링이 필요해!”

집단상담, 우울, 분노관리 프로그램 인기 상승 … 심각한 문제 있다면 전문가 치료 받아야

지역내일 2013-01-20




청주시 용암동에 사는 김정아 씨(가명 주부)는 아침부터 바쁘다. 올해 고2가 되는 큰딸 뒷바라지 때문이 아니라 지난해 입학한 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전공공부 때문이다. 불과 1년 전만에도 김씨는 ‘인생의 허무함’과 ‘나는 빈껍데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주말부부라 남편과 대화도 별로 없었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김 씨가 자신만의 길을 찾고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지난해 받았던 집단상담 덕이다. 한국독서치료협회에서 8회기에 걸쳐 진행한 집단상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와 어려움을 객관적으로 보고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었다. 


독서치료 집단상담 … ‘엄마는 힐링 중’ 
‘힐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집단상담 및 힐링 프로그램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보는 기회를 가져봄으로써 스스로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개인 상담소, 민간단체 및 힐링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지자체 보건소, 복지관 등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선화 씨(가명 주부)는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동안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에서 실시하는 독서치료 집단상담에 참여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자아찾기 여행’이라는 주제로 12회기에 걸쳐 진행된 상담을 받았다. 윤씨는 “매주 화요일마다 책과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14명이 함께 하는 집단상담이라 내 자신을 힐링한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상담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며 “책을 매개로 어릴 적 상처를 확인했고 평소 불안하고 우울한 원인을 알 수 있어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독서치료협회 집단상담에 참여한 노현정 씨(가명 주부)도 “주부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겪는 많은 문제와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해결하지 못하고 분노와 화를 참으면서 마음속에 쌓아둔다”며 “8회기로 진행된 집단상담을 통해 화를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한국독서치료협회 신은진 회장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주부들끼리 하는 집단상담은 자신의 문제와 어려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특별한 질환이나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도 좀 더 풍요로운 노년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에 맞는, 제대로 된 힐링 필요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1년 우울증 진료현황’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 환자는 53만 5000명으로 여성(37만715명)이 남성(16만4292명)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업주부는 사회생활을 하는 주부보다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로 2011년에 심한 스트레스 반응 및 적응장애로 의료기관을 찾은 진료환자 수는 2007년에 비해 18.2% 증가한 11만 5942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힐링을 위해 주부들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개인 상담소, 민간단체 기관 및 힐링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지자체 보건소, 사찰에서 실시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등이다. 힐링 프로그램은 솔직하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문제와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며 감정관리 및 조절방법을 알고 명상과 자기이해를 통해 과거에 입었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힐링에 관한 사회적인 관심과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하늘숲 상담센터 박경미 상담사는 “프로그램 자체가 예전에 비해 많아진 것은 사실하지만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상담사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경우에는 영화, 독서, 강연 등 1∼2번의 힐링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깊이 있는 상담과 자기통찰 등 전문가에 의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힐링푸드, 힐링강좌, 힐링여행, 힐링카페 등 각종 힐링산업이 급속도로 확대됨에 따라 ‘진정한 힐링’이 아니라 ‘또 다른 소비문화일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독서치료협회 신 회장은 “힐링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지친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로 스트레스가 많은 주부들이야말로 자신에게 맞는, 제대로 된 힐링을 해야 한다”며 그럴 때만이 행복한 가정과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z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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