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출산율 1.47 쇼크’에도 “묵묵”

일본, 덜 심각할 때 인구정책 변경 … 결혼기피로 높이기 어려워

지역내일 2002-02-21 (수정 2002-02-23 오전 11:13:45)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인구학자들은 연구보고서에서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미칠 여파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선진국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속도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이다. 보사연 김승권 연구위원은 “선진국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낮아진 출산율을 정책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데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혼 안해서 출산률 떨어져=최근 우리 나라의 출산율은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가임여성 1인당 평균 출생아수로 표시되는 합계출산율을 보면, 1990년대에 들어 1.5∼1.7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1998년에는 1.48명 그리고 1999년에는 1.42명으로 선진국의 평균수준보다 낮아지고 있다.
출산율이 이처럼 급속하게 떨어지는 이유는 기혼자의 출산자녀 수가 즐어드는 것보다는 초혼 연령이 늦어지는 데 따른 것이다. 결혼적령기인 25∼29세 여성의 미혼율은 1970년 9.7%에서 1995년에는 29.6%로 증가됐다. 그러나 기혼자의 출산율은 94년 1.8명, 97년 1.8명. 2000년 1.7명으로 큰 변화가 없다.
김 연구위원은 “미혼남녀의 결혼기피현상이 출산율 저하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지속돼야 출산율 유지=더 심각한 문제는 출산율 회복정책을 실시한다고 해서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출산율이 급감하자 90년에 출산율 회복정책을 실시했으나 아직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럽 각국도 출산율 회복정책을 수십∼백년 시행했으나 출산율을 크게 높이지 못햇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정책을 실시할 경우 출산율이 더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한다.

◇‘1.42 쇼크’에도 인구정책 변화없어=통계청이 밝힌대로 선진국들이 100년 이상에 걸쳐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나 우리나라는 19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세계 어느나라보다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할 젊은 세대의 부담이 증가해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부담증가는 인구의 자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활동 인구의 노인층 부양부담이 커지면 우수한 젊은 세대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경우 1989년 합계출산율이 1.57명으로 떨어지자 소위 ‘출산율 1.57쇼크’라는 사회적 위기감이 조성됐다. 이에 따라 일본은 출산율 회복정책인 ‘엔젤플랜’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합계출산률이 1.42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 여성보건복지과는 지난해에서야 보사연에 연구과제를 책정했을 따름이다.

◇출산율 회복 정책 도입해야=우리나라가 산아제한 정책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것은 96년이다. 이때부터 인위적으로 출산율을 조절하지 않고 인구의 자질을 향상하는 ‘신인구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급격한 출산율 감소가 계속돼 사회적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학자들이 현재 우리 나라의 인구는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는 이유로 인위적인 출산율 회복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보사연은 “현재와 같은 급격한 변화는 연금과 건강보험,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더 이상의 감소를 막기위해서라도 새 인구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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