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회 활동도 커리어 우먼처럼, 당당하게 참여해야
지난해 연말 숨가쁘게 교복업체와의 밀고 당기기를 끝내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던 날.
학부모 대표 중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바로 교복업체 대표와 함께 학부모대표로 공동선언문을 낭독하던 최명아 불곡중 운영위원장이다.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 전까지 각 교복업체들의 교복가격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눈치작전을 보이며 가격을 조정하는 교복업체들에게 담합 하지 못하도록 단호하고 깐깐하게 요구하는 모습이 카리스마가 있었다.
멀고도 가까운 학교와의 관계에서 어디까지 얼만큼 그리고 어떤 입장을 가지고 학교활동에 참여해야 할지는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려운 숙제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명아 위원장은 단위학교 일 외에도 작년에 만들어진 각 학교와의 연대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 동력은 무엇이고 또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최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들어보았다. 학부모로서 학교활동을 하면서 갖는 어려움이나 또는 바람은 무엇인지를.
마음 열기, 그리고 소통의 통로가 될 것
최명아 위원장을 만나러 가는 그날도 성남시청 1층 기자회견실에서는 성남 학부모 학교폭력대책추진위결성과 관련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작년에는 단위학교를 뛰어넘어 성남시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를 결성하며 성남시 초?중?고가 연대하여, 그동안 각 학교별로 진행되던 교복 공동구매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고 교복업체와의 공동구매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 외에도 작년 한 해 동안 학교 폭력 문제와 관련해서 생긴 경기도 교육청과 교과부와의 의견 충돌에 대해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고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학교폭력대책추진위까지 결성되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이 숨가쁘게 추진되는 곳에 늘 최명아 운영위원장이 함께 했다.
-학부모회 회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을 3년 이상 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대외적인 활동까지. 뭔가 다른 욕심이 있는 건 아닌지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학부모회 활동에 발을 들여놓게 된 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건 아니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초등학교 때는 그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미료 안넣은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일까? 크리스마스에는 어떻게 장식을 예쁘게 할까?(웃음) 이런 사소한 고민들을 하는 아주 평범한 엄마였죠.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니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사춘기를 겪는 변화가 큰 시기라 고등학교보다 훨씬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더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학교 모임에 나가게 되었고 우연찮게 학부모 대표에 운영위원회 활동까지 겸하게 되었습니다.”
-우연찮게 시작한 학교에서의 활동을 3년 이상 하게 된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학부모회 회장은 감투이기 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학부모가 소통할 수 있도록 통로 또는 채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니터링해서 학교 교육에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것은 저 혼자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하는 학부모님들이 마음을 열고 대의적으로 동참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학부모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큰 문제는 없었지만 또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2010년 학부모연수를 남한산성으로 갔던 일이 생각나네요. 참석한 학부모님들 대부분이 학부모회장인 제가 한턱 쏘는 자리인줄 아셨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그날 숲 해설사가 동행하며 남한산성의 역사적 배경과 유적들의 건축 방법, 그리고 그곳에 주로 서식하는 야생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죠. 처음엔 산행 자체도 힘든데 해설사의 설명까지 들어야 하니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목적지까지 도달하고 나니 어느새 그런 불만은 사라지고 학부모님들께서 마음을 열어주시더군요. 아마 자연의 힘도 컸을겁니다. 그때 학부모님들께 말씀드렸죠. 학교가 교사들의 힘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비행기의 양날개가 움직이는 것처럼 오늘 이렇게 열린 마음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쏟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학교 행사에 모두들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에 무언가를 요구 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텐데요.
처음에는 학교에 가는 것이 무척 어색해서 그를 극복하기 위해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는 최위원장은 ”3일만에 혹은 1주일에 한번 정도 가니까 왠지 손님 같고 저도 일반 학부모들처럼 낯설고 어색하더라구요. 그래서 매일 학교에 나가 교장실에 들러 인사드리고 학교에 무슨일은 없는지, 어떻게 함께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하루는 어떤 교사 한분이 매일 학교에서 점심급식을 먹고 있는 저를 보고 웃으시며 ‘급식비 내셔야 되겠네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럼 저 월급주세요.’라고 한적도 있어요.(하하하)“
학부모 회장이나 운영위원장이 됐다면 교육을 책임지는 한 주체로서 교사들과 함께 대등하게 문제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최위원장은 학교일도 프로처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활동에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모르는 학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해준다면?
“내 아이만을 위해서 학교 활동을 하려고 한다면 그건 아이에게도 독이 되고, 좋은 학교를 만드는데 오히려 역행하는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녹색어머니회, 보람교사, 학교급식모니터링, 시험 감독 등 다양한 학교 활동에 자신의 조건에 맞게 참여하여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 학교를 천천히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를 제기할 때는 학부모회의 임원들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채널을 통일 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힘이 실리고 해결에도 도움이 됩니다.”
소통의 에너지가 불곡인들을 교육가족으로 묶어내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기억에 깊이 남는 일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2010년 아이들 축제 때 처음으로 엄마들이 참여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 TV에서 유행하던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합창을 하는 걸 보고 ‘엄마의 자격’으로 무대에 서자고 제안 한거죠. 처음엔 모두들 손사래를 쳤습니다. 엄마들은 ‘너무 오버하는거 아니냐’, 아이들은 ‘왜 엄마들이 우리 시간을 빼먹느냐’며 볼멘소리를 했어요. 그런데 막상 어렵게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올라가는 날 엄마들이 모두 양갈래 머리를 하고 온 거예요. 그 후 2011년 축제에는 영화 ‘써니’에 나오는 춤을, 그리고 2012년에는 ‘강남스타일’ 난타버전을 선보이며 해마다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축제에 참여합니다.(웃음) 특히 작년 ‘강남스타일’ 난타버전에는 교장선생님께서도 학부모님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반짝이 의상을 입고 메인 율동을 선보여 주셔서 그야말로 가슴 뜨거운 축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아이들의 축제에 참여하는 교장선생님을 보며 아이들은 그 벽을 허물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질서 잘 지켜라’, ‘친구들 때리지 말아라’, ‘담배 피우지 말아라’라는 지적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작년 말에 경기도 교육감상을 탔더군요?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또 받을 자격이 있나하는 의문도 들었구요. 아마 계기는 서울시립아동병원 뇌성마비병동에서 1년간 학부모들과 함께한 봉사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개인을 위한 상이 아니라 함께 애쓰며 봉사했던 60명의 학부모님들을 대표해서 받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뇌성마비로 오랫동안 병상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아로마 마사지를 배워 직접 마사지를 해주었습니다. 몸을 만져주는 봉사가 가장 어려운 일이더군요. 그렇지만 그 아이들을 만나고 온 날만큼은 마음이 무척 경건해져서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들에게 야단을 안치게 되더라구요. 어떤 어머님은 눈물이 난다고도 하고, 자신의 종교대로 ‘나무관세음보살’을 되내이며 마음을 다해 봉사하기도 하였습니다.”
단위 학교를 넘어 성남시 학부모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들
-다른 학교들과의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운영위원장협의회의 중등부대표를 맞게 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특히 교복과 관련해서 공동구매의 조건이 각 학교별로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교복업체로부터 할인을 받지 못하고 패널티를 고스란히 당하는 학교도 있더군요. 각 학교가 공동으로 대처하면 풀릴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한 해 동안 각 학교의 운영위원장들과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위원장 협의회가 상부기구여서 ‘이슈 파이팅’ 위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드는데요.
“그건 아직 힘든 문제입니다. 이제 출발했고 각 학교와 좀 더 긴밀하고 실제적인 연계를 해야지만 가능한 일이겠죠. 그래도 첫 발을 뗀 것에 비하면 성과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능성도 더 있구요. 그동안 개별 학교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학교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를 이곳에 와서 의논하는 경우가 많아질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필요로 하는 한 어떤 위치에서든 노력하고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하는 최위원장.
대표 한사람의 마인드가 어떠냐에 따라 학교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지금의 교육현장이 좀 더 건강해질 수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서희영 리포터 tjgmldud80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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