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힐 워커힐 등으로 위협 받는 발 건강
겨울철 멋 내려다 발과 다리는 만신창이
신발 습관 적절한 운동 등으로 발 관련 질환 예방할 수 있어
최민영(47·여·가명)씨는 아침에 일어나 바닥을 디디다 발뒤꿈치 부분에 뜨끔한 통증을 느꼈다. 조심조심 걸으니 이내 괜찮아져 평소대로 생활했다. 하지만 이후 통증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점차 심해졌다. 병원을 찾으니 병명은 ‘족저근막염’. 발바닥의 근육을 싸고 있는 ‘족저근막’에 염증이 발생한 것으로, 평소 멋 부리기 위해 신던 높은 굽의 킬힐이 원인이었다. 최씨는 “족저근막염은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생기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높은 굽의 신발도 영향을 준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발이 위협받고 있다.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기 위해 높은 굽의 신발을 신으며 각종 발 관련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수정형외과병원 정유근 원장은 “족저근막염은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오래 서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했는데, 요즘은 높은 굽의 구두를 신는 여성들 사이에서 발병이 늘고 있다”며 “무지외반증 발목염좌 연골연화증 등도 높은 굽의 신발을 신으면 발생하기 쉬운 발 관련 질환”이라고 말했다.
높은 굽도, 지나치게 낮은 굽도 발 건강에 안 좋아 =
높은 굽을 신는 여성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발 관련 질환은 ‘무지외반증’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며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앞부분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신을 경우 체중이 앞쪽으로 쏠리며 관절에 무리한 영향을 주는 탓이다. 특히 평발인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이와 함께 최근 발병이 늘고 있는 발 관련 질환은 ‘족저근막염’이다. 걸을 때 충격을 흡수하는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약 1%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족저근막염’은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던 사람이 무리하게 운동을 하거나 체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경우, 노화로 인해 족저근막이 퇴행하는 경우 발병한다. 주로 중년층 여성에게 발생하지만 최근 장시간 하이힐을 착용하는 젊은 여성과 남성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남성의 경우 마라톤 조깅 등과 같은 무리한 운동과 키높이 깔창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높은 굽 못지않게 지나치게 낮은 굽도 좋지 않다. 플랫슈즈의 경우 바닥과 완충역할을 하는 깔창이 없어 발에 충격이 그대로 오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2~4Cm의 굽이 발 건강에 가장 좋은 높이’라고 말한다.
정 원장은 “족저근막염은 통증 발생 후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단순 근육통정도로 생각해 치료시기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며 “점차 증상이 심해지면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고 무릎 고관절 허리 등에도 이상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을 겨울이면 너도 나도 부츠 … 다리 관절에는 무리 =
겨울이 다가오며 여성들이 주로 신는 부츠도 발과 다리에 많은 무리를 준다. 부츠 자체가 발목을 잘 움직일 수 없게 해서 걸음걸이를 방해하는 데다, 굽까지 높아 넘어지지 않으려고 힘주어 걷게 한다. 이 때문에 근육이 필요 이상으로 긴장해 쉽게 피로해지고, 관절과 척추에 무리를 준다. 특히 발목과 발등이 가장 혹사 받는 부위 중 하나다.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발목 인대 손상으로 인한 ‘발목염좌’다. ‘발목염좌’란 발목 인대가 늘어나거나 미세하게 찢어지는 관절 질환이다. 높은 굽이 발목을 과도하게 긴장시켜 발을 살짝 헛디뎌도 발목이 큰 각도로 꺾이기 때문에 발목 인대가 쉽게 손상될 수 있다. 굽이 높을수록, 부츠의 길이가 길수록 더 위험하다.
한 번 삔 곳은 반복해서 삐기 쉬우므로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반복되면 발목 관절의 연골 손상이 나타나고 ‘발목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발목관절염의 경우 연골 손상이 심해지면 발목고정술과 인공관절치환술을 통한 수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유근 원장은 “발목염좌의 경우 집에서 찜질 등을 통해 통증이 사라졌다고 그냥 두는 경우가 많은데 반복적으로 발목이 삘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직접적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남성들보다 연골연화증 쉽게 나타나 =
올 가을부터 유행한 ‘워커힐’도 여성들의 관절을 해치는 주범이다. 워커는 다른 신발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발에 무리를 주고, 힐은 무릎 관절에 악영향을 미쳐 ‘연골연화증’이라는 무릎 질환을 가져올 수 있다.
최근에는 남성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성 워커부츠도 많이 출시되는 만큼 남성들 역시 연골연화증에서 안전하지 않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무릎 근력이 적고, 임신과 출산, 잦은 다이어트 등으로 연골이 약화될 수 있는 요인이 많아 남성보다 연골연화증이 쉽게 나타난다.
연골연화증은 쪼그리고 앉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오랜 시간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 앞쪽이 뻐근한 증상이 나타난다. 활동하면 통증이 생기고 무릎을 굽히고 있을 때는 아프지만, 펴면 통증이 가라앉기도 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방치하게 되면 연골이 완전히 마모돼 뼈끼리 부딪치는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발 관련 질환, 초기에 잡으면 호전 빠르다
= 평소 습관 중요 … 일주일 세 번 하루 여섯 시간 넘지 말아야
발 관련 질환의 경우 초기라면 가벼운 약물치료나 휴식으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수술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수정형외과병원 정유근 원장은 “발목이나 다리, 발의 통증이 있는 경우 증상이 완화되는 것처럼 보여도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며 “무엇보다 평소 발을 편안하게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 원장은 “발을 편안하게 하려면 굽이 높은 신발의 경우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신지 말고, 신을 때도 여섯 시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며 “높은 굽의 신발을 신었을 경우 온찜질을 해서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수면을 취하기 전 발을 심장 보다 높게 올리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부기가 빠지고 관절에 휴식을 줄 수 있다. 또 스트레칭을 통해 긴장했던 관절 주변주의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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