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풀어가는 수학세상 (5)

글 읽기와 수학

지역내일 2012-12-07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 폰으로 대표되는 멀티미디어 매체에 친숙하다. 치밀한 사고의 과정보다는 클릭 몇 번으로 눈앞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주어지기 때문에 즉각적인 판단에 익숙하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들을 깊게 생각해야하는 수학에 쉽게 싫증을 낼 뿐 아니라 활자매체인 독서도 잘 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나서도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결과 풀이가 단순한 문제임에도 지문의 길이가 길어지면 지레 겁을 먹고, 문장제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계산력보다는 이해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학에서 요구되는 이해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학적 상황이 들어가 있는 책 읽기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수학과 관련된 도서를 읽는다면 수학을 좀 더 흥미 있는 과목으로 여길 수도 있고, 학교 시험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는 서술형 평가 대비에도 효과적이다.
수학과 관련된 도서들은 학생들이 읽기를 원하는 책과 학생들에게 읽기가 권장되는 책 사이에는 틈이 제법 크다. 학생들에게 책에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면 학생들의 취향과 눈높이에 맞추어서 도서를 선정하는 것이 좋겠다. 이런 종류의 도서들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으므로 원하는 책들은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수학적 문제 상황이 들어가 있는 책을 읽을 때에는 단순하게 읽기보다는 생각을 하면서 꼼꼼하고 정확하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대충 대충 읽어서는 수학에서 요구하는 이해력, 사고력과 창의성이 길러지지 않는다. 정확하고 꼼꼼한 독서를 위해서는 책을 읽은 다음 책의 내용에 대해서 정리할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부모가 학생을 지도할 여력이 있다면 같이 책을 읽고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몇 가지의 예를 들어 본다.


그 다음 그는 바다모형을 둥글게 만들었다. 한 가장자리에서 다른 가장자리에까지 직경이 십 척, 높이가 다섯 척, 둘레가 삼십 척 되었다.
공동번역 성서 열왕기 7장에서
 
위 성경 구절은 솔로몬 왕이 만들기를 지시한 지름이 십 척, 둘레가 삼십 척인 대형 원형 물동이에 대한 묘사다. 성경을 읽으면서 대부분은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구절이다. 모양과 수치가 주어져 있으니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보자. 우리는 원의 둘레를 지름x 3.14로 계산한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원둘레를 지름 x 3으로 계산함을 알 수 있다. 솔로몬왕시대가 대략 기원전 500~600년으로 추정될 때 이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원주율을 3으로 계산하여 사용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시 최고의 문명인 이집트에서는 원주율을 얼마로 계산하여 사용했을까 ?


땅 위에 사십 일 동안이나 폭우가 쏟아져 배를 띄울 만큼 물이 불어났다. 그리하여 배는 땅에서 높이 떠올랐다. 물은 점점 불어나 하늘 높이 치솟은 산이 다 잠겼다. 물은 산들을 잠기고 산이 다 잠겼다.
공동번역 성서 창세기 7장에서 


위 성경 구절은 노아의 방주에 관한 이야기이다. 위 상황을 수학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자. 40일 동안 비가 내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잠기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높이 8848m인 에베레스트 산도 잠겼다는 말이 된다.
간단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계산기만 있으면 시간당 강수량을 계산할 수 있다. 머리로만 가늠하지 말고 직접 계산을 해보자. 머리로 생각만 해서는 수학적 능력이 길러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를 듣고도 성적 향상이 잘 되지 않는 것은 강의를 보고 듣기만 할 뿐 연필을 들고 직접 풀어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친 김에 올해 태풍에서 발생한 강수량과 비교해 보자. 올해 강수량 자료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걸음 더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릴리푸트(소인국)에 도착하였을 때, 릴리푸트사람들은 그에게 매일 릴리푸트인 1728명에 해당되는 음식을 제공하였다는 구절이 나온다. 걸리버의 키는 기껏해야 릴리푸트인들보다 12배 컸을 뿐인데 어떻게 계산하였기에 이렇게 많은 양의 음식을 걸리버에게 제공하였던 것일까?
걸리버의 키는 릴리푸트인의 12배이기 때문에, 몸 전체의 크기(부피)는  12x12x12=1728에서 몸무게가 1728배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먹어야 한다고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는 단순하게 계산을 한 것이다.(넓이는 길이x길이, 부피는 길이x길이x길이로 계산한다.) 상식적으로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생존을 위해서는 생쥐는 자신의 몸무게의 반에 해당하는 음식을, 작은 벌새는 날마다 자기 몸무게 이상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즉 몸무게가 작을수록 단위 무게당 섭취가 요구되는 음식량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해서 걸리버는 릴리푸트인의 1728배의 음식을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진과고등학교 신인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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