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모임 ‘우리맘을’ 카페

“엄마의 마음으로 시간과 재능 나눠요”

지역내일 2013-01-08

커피와 국산차 생과일쥬스 쿠키 빵 와플 등을 먹고 마실 수 있고, 맘만 먹으면 카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특이한 곳이 있다. 앞에는 작은 텃밭이 있고, 크고 작은 항아리에는 매실청 오미자청 무짠지 등이 익어 간다. 카페 안에서는 천안시장애인 보호작업장 ‘꽃밭’ 회원들이 그린 그림을 전시·판매하고, 북카페로 꾸미기 위한 책장들은 벽을 둘러싸고 있다. 널따란 주방에는 바리스타 교육과 베이킹 교육을 위한 도구들이 빼곡하다. 이곳은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 연화마을 ‘우리맘을’ 카페다. 



*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우리맘을’ 회원들

자녀들이 자라는 만큼 엄마도 자라야 =


‘우리맘을’은 주부들 모임이다. ‘우리맘을’ 대표 이은영(45·천안시 쌍용동)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개인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다. 자모모임을 통해 모여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수다 떨던 엄마들끼리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2월에 봉사모임을 결성했다. 편안하게 모임하고 활동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서 ‘우리맘을’ 카페는 탄생했다.
이 대표는 몇 해 전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충격을 추스르며 남편이 경영하던 사업체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고 혼자 힘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생각지 못한 주위의 편견과도 맞서야 했다. 이 대표는 먹고 살기 위한 일도 중요하지만 평생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 몇 명이 ‘우리맘을’에 합류했다.
6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한 해 동안 60여명으로 늘어났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녀들만 바라보지 말고 자기의 삶을 멋지게 가꾸자는 주부들이 하나 둘 마음을 모았다.
회원 박세자(50·천안시 쌍용동)씨는 지적장애인 아들이 있다. “아들을 키우면서 여러 마음을 품기도 했지요. 지금은 그 모든 고난이 축복이었다고 생각할 만큼 아들도 저도 잘 자랐어요. 다른 장애인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를 공부하다가 이은영 대표를 만나 함께 하게 되었어요.” 뜨개질을 좋아하는 박씨는 ‘뜨개질 강좌’를 열어볼까 생각한다.
한정혜(41·천안시 쌍용동)씨는 우연히 ‘우리맘을’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회원 가입까지 했다. 그간 비누공예 강좌나 바리스타 교육에 참여하면서 생활의 활력을 찾았다고 했다. 한씨는 “결혼 후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 키우느라 정신을 쏟다 보니 벌써 결혼 16년차가 되었더라”며 “내가 뭔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즐겁고 무엇이든 한번 해 볼만 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주부라면 누구라도, 가진 것은 무엇이라도 나눌 수 있다!=


‘우리맘을’ 카페에서는 매실청 복분자청 오미자청 담그기 꽃꽂이 강좌 비누공예 바리스타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격증이나 재능이 있는 회원들의 자원봉사로 진행한다. 카페의 운영도 오전 오후로 나눠 자원봉사자들이 한다. 오후 6시면 카페는 문을 닫는다. 아이보다 먼저 집에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다.
카페에서는 em이나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를 무료로 나눠 준다. 또 고추장아찌 매실장아찌 등 회원들이 만든 저장식품이나 유기농 설탕 등을 판매한다. 발생하는 수익금은 지역의 소외된 이웃과 나눈다.
‘우리맘을’ 카페는 자모모임이나 건전한 주부모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고 싶은 주부라면 누구나 ‘우리맘을’에 참여할 수 있다. 홈페이지(cafe.daum.net/ourmomto)나 ‘우리맘을’ 카페에서 가입신청하면 재능기부나 프로그램 운영 지원 등 희망하는 분야의 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이은영 대표는 ‘우리맘을’ 카페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한부모가정 부모와 아이들의 모임도 추진하고 있다. 편견 속에 움츠러들지 말고 이웃과 함께 당당히 자기 삶을 꾸려 나가도록 돕기 위해서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충남지회 이사이기도 한 이 대표는 지역의 여성경제인과 전업주부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서로의 입장에서 소통하고 정보를 나누는 모임도 계획한다. ‘우리맘을’의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협동조합으로의 전환도 고려하며 유관 단체들과의 교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오가는 길에 들러 맘 편히 차 한 잔 하기 좋은 ‘우리맘을’ 카페에서는 북카페를 꾸미기 위해 책을 기증받고 있다. 봉사와 활동에 함께 할 회원도 모집한다.
문의 : ‘우리맘을’ 카페 533-5212 cafe.daum.net/ourmomto/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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