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5·16 직후 영장없는 구속, 위헌”

지역내일 2013-01-03
영장없이 중정에 연행돼 사망한 위청룡 법무국장 사건

1961년 11월 어느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위청룡씨가 중앙정보부에 연행됐다. 영장도 없이 연행된 그는 북한 간첩임을 자백하라는 고문을 받았다. 일제 치하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해방후 조만식의 건국준비위원회에서 검사로 임명됐다. 6.25 직전 월남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검사와 판사로 임용됐으며, 5·16 쿠데타정권에서 검찰국장에 발탁됐다. 그러나 북한공작원이 평양의 부친이 보낸 편지를 들고 그를 찾아왔고, 그는 이 사실을 장관에게만 보고했다. 나중에 북한공작원이 잡히면서 중앙정보부는 영장없이 그를 연행해 고문했고 조사도중 목숨을 잃었다. 검찰의 꽃이라던 법무부 검찰국장을 영장없이 연행했던 법적 근거는 '인신구속 등에 관한 임시 특례법'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임시특례법의 2조 1항이 위헌조항이라며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임시특례법은 5·16 직후인 1961년 7월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제정했으며 1963년 9월 폐지됐다.이 법 2조1항은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4조 내지 제7조의 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에 규정된 죄, 부정축재처리법에 규정된 죄'에 대해서는 "법관의 영장 없이 구속, 압수, 수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률조항은 입법목적과 입법자의 정책적 선택이 자의적이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형식적으로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전제했다. 헌재는 "영장주의를 완전히 배제하는 특별한 조치는 비상계엄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하에서도 가급적 회피되거나 한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사후 통제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 조항은 계엄이 해제된 직후까지 무려 2년 4개월동안 시행됐으며 이처럼 장기간 영장주의를 무시하는 입법상 조치는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그러나 당시 계엄 선포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그때 국내외 정세를 현 상황에서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고 따라서 계엄선포가 적법한 절차와 권한에 근거한 것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이번 위험법률심판은 위씨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맡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제청해 이뤄졌다. 위씨 사건은 2007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가 위씨에 대해 "간첩이 아니다"고 결정한 후 현재 유족들의 손배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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