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원 데이’

상반된 남녀의 아름답고도 애절한 로맨스

지역내일 2013-01-03

연말연시의 대작들 속에서 잔잔한 러브스토리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영화 ‘원 데이’를 추천한다. ‘레미제라블’의 앤 해서웨이와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짐 스터게스, 누가 봐도 끌리는 선남선녀의 환상적인 조합이다. 스토리 전개가 우리 정서상 거리감을 준다면, 20년간 변화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섬세한 영상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긴 우정과 설렘, 짧은 사랑과 운명
영화 ‘원 데이’는 대학교 졸업식 날인 1988년 7월 15일에 만나 친구가 된 엠마(앤 해서웨이)와 덱스터(짐 스터게스)의 20년을 같은 날인 7월 15일만을 보여주며 그들의 인생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가난하지만 주관이 뚜렷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가 지망생 엠마와는 달리, 덱스터는 부유한 인기남으로 항상 주변에 여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엠마가 목표를 향해 힘들더라도 한 발짝씩 걸음을 내딛는 심사숙고형이라면, 덱스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 상승하고 싶은 고속질주형이다.
첫 만남에서 두 남녀가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이러한 상반됨이 이유일 것이다. 더구나 심사숙고형인 엠마에게 덱스터는 조심스러운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둘의 어긋난 요소들은 서로에게 매력으로 작용하며 깊은 우정과 설렘으로 발전한다. 덱스터는 힘든 상황이 닥칠 때마다 엠마에게서 안정을 찾으려 하고, 엠마는 덱스터와의 짧은 만남으로 모범적이고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서로를 원하지만 미성숙의 남녀는 각자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사람들을 각각 배우자와 동거남으로 선택한다.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품은 채 편하고 안정적인 대상을 선택한 그들의 삶은 당연히 행복할 수 없다. 20년의 시간이 흐르고 보다 성숙한 두 남녀는 그제야 서로의 다른 점까지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그들의 사랑은 너무도 짧게 끝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림 같은 배경과 20년 패션 변천사를 한 눈에
엠마와 덱스터의 사랑은 런던, 파리, 에든버러 등 유럽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그림 같은 배경으로 인해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도시의 건축물과 거리, 낭만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파리, 에든버러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등 영화의 배경은 두 배우의 감성만큼이나 돋보인다.
일 년의 하루를 20년간 보여주는 특이한 설정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스토리에 속도감을 부여한다. 여기에 20년에 걸쳐 조금씩 변해가는 엠마와 데스터의 스타일은 영화를 보는 어느 순간부터 관심과 호기심의 대상이다. 특히 공부와 일밖에 모르던 촌스러운 엠마가 교사와 작가라는 자신의 꿈을 단계적으로 이뤄나가면서 세련되고 당차게 변해가는 스타일링 연출은 그녀를 완벽하게 이미지메이킹 한다. 장신에 부드러운 외모의 덱스터는 20년에 걸친 패션의 변천사를 모두 소화해내며 미워할 수 없는 바람둥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순간 한 순간을 후회 없는 충실한 사랑으로
연애시절부터 시작해 결혼 후 십 수 년을 살면서 순간순간 사랑에 충실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자문해본다. 적잖은 ‘밀당’과 소소한 음모로 나와 다른 상대방의 요소들을 나에게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잔머리를 굴리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다 제 꾀에 스스로 넘어가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면서,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엠마와 덱스터의 사랑이 아름답지만 애절한 것은 긴 기다림에 비해 사랑의 깨달음이 순간인 데에 있다. 영화처럼 애절한 사랑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계사년(癸巳年) 새해는 하루하루 사랑이 충만한 삶을 살아보자. 보다 여유로운 새로운 날들이 활짝 웃으며 맞아주기를 기대하면서.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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