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공부비법은 토론이다. 토론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함께 지혜로워지는 마법의 힘을 갖고 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했던 우리나라 교육이 토론이라는 화두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교과 수업을 토론식으로 진행하고, 논리력과 의사소통 능력,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과서와 교과과정이 달라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가 특히 두드러지는 과목이 바로 수학이다. 주입식 교육의 대표 과목이었던 수학이 토론식 수업으로 바뀌면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교육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토론하며 배우는 수학은 수학을 포기했던 수포자들도 다시 웃게 할 만큼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수학 성적도 올리고, 수학을 배우는 즐거움도 깨닫게 해주는 토론 수학. 우리 지역에서 토론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두 명의 수학교육 전문가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사진제공 EBS 홈페이지
호곡중학교 배수경 수학교사
앞으로는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이 더 중요해 질 것
“스스로 찾아가는 공부, 무한대로 성장해요”
2년 전 방과후 활동으로 수학 심화반 수업을 맡게 된 호곡중학교 배수경 수학교사는 수업을 앞두고 학부모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부모님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많이 푸는 심화 수업 보다 학생들이 좀 더 의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며 토론식 수학 수업을 제시했다.
“그나마 중학교 때까지는 학생들이 수학을 곧잘 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교에 가면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아요. 토론식 수학 수업을 낯설어 하시는 부모님들께 고등학교에 가서 진짜 수학을 잘 하는 아이들로 키워보고 싶다고 양해를 구했지요.”
그렇게 16명의 학생들로 출발한 수학 심화반은 중간에 그만둔 학생이 단 한명도 없이 2년째 수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지금은 수학 심화반이라는 명칭 대신 더 다양한 수학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수학 동아리로 명칭을 바꿨다.
수학 문제 풀어주지 않는 수학 선생님
3교시 내내 진행되는 수업 시간 동안 배수경 교사는 수학문제를 한문제도 풀어주지 않는다. 학생들 스스로 먼저 문제를 검토해 보고, 조별로 토론해 문제를 해결한 후, 발표와 전체 토론을 하는 것으로 수업은 마무리 된다.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주요 포인트를 알려주는 정도가 그의 역할이다.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배수경 교사는 토론수학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함께 토론을 하며 수학적 지식을 확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랍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이나 3학년 과정까지 스스로 터득해 낼 때가 있어요. 주어지는 지식은 체득하기 어려운데, 스스로 찾아가는 공부는 무한대로 성장하는 것 같아요. 학생들 주도적으로 공부하다보면 더 빠르게 흡수하고,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며, 진실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토론으로 수학을 배우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배수경 교사는 성실함을 꼽는다. 수학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선 수학 성적은 낮아도 상관없지만 반드시 성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수학 수업을 시작했을 때,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년 동안 꾸준히 수업을 해오면서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상향 평준화됐다. 배 교사는 “학기 중이나 방학이나 꾸준히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결석을 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며 “성실함이야말로 수학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라고 말했다. 또한 “토론 수학 수업을 꾸준히 하다보면 학생들 대부분이 수학을 좋아하게 되고,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며 “수학 성적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본다”고 전했다.
나만 아는 수학 NO! 수학으로 소통하는 능력 키워야
수학 교육은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2013년부터 교과서가 달라지는 것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변화가 이어질 것이다. 변화하는 수학 교육 현장, 그 한 복판에 서있는 배수경 교사는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했다.
“바뀐 교과과정을 들여다보면 단원마다 주어진 문제를 함께 의논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어요.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내 의견에 다른 사람의 의견이 더 해져 가장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지요. 스토리텔링 수학이라는 것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학적 원리를 함께 이야기해보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 후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것이에요. 앞으로는 어려운 문제를 잘 푸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확히 표현해 내는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수학 교육의 변화는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물론이고,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베리타스룩스메 최재용 원장
토론 수학은 수학적 사고능력을 기르는 최선의 선택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효율성 높은 수업
20여년 동안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그는 풀리지 않는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고 지내왔다. 바로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수학을 빨리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가’이다. 수학은 아무리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 해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과목이다. 수업을 듣고 이해한 부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야만 수학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 학원을 열심히 다니지만 수학 성적이 잘 안나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 베리타스룩스메의 최재용 원장은 이 풀리지 않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고, 수년전부터는 일방적인 강의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유도하는 수업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학생들의 과제 오답율이 줄었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수학을 즐겁게 배우며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수포자 학생들마저 다시 수학을 공부하게 만드는 힘이 토론 수학에 있다”고 말하는 베리타스룩스메 최재용 원장을 만났다.
Q1> 학원 수업에 토론 수학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A> 토론은 공부의 기본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은 자기 공부가 아니고 학습의 효율성도 떨어집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고민하며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진짜 나의 지식이 돼지요. 수학도 이러한 공부의 원리에 입각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 중엔 주입식 교육의 단점도 이겨내며 실력을 쌓아가는 학생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주입식 수업을 끝내 자신의 실력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70%, 중학생의 50%가 수포자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주입식 교육환경에 있다고 봅니다. 결국 주입식 교육 환경을 바꿔야만 수포자가 줄고,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오를 것이라 생각했지요.
Q2> 토론 수학의 효과와 장점은 무엇인지요?
A> 우선 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하게 됩니다. 일방적인 선생님의 강의를 지루해 하던 학생들이 친구와 토론을 하고 문제를 풀면서 수학이 재미있어졌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희 학원에서는 토론 수업을 한 후 관련 문제를 과제로 내주는데, 이 과제물을 채점해 보면 예전 방식에 비해 오답율이 많이 줄었습니다. 선생님의 강의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깨우친 개념에 대한 이해가 더 확실하다는 것이지요. 학생들이 토론을 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도 큰 시너지효과가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방법 이상의 것을 얻게 되지요.
Q3> 토론 수학은 수학적 지식이 풍부한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A> 상위권 학생들이 토론 수학에 더 빨리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토론 수학을 통해 수학을 배우는 즐거움을 깨닫고 수학 실력도 향상됩니다. 수업 시간에 수학 실력이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함께 토론하며 문제를 풀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 해결의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은 수학 실력이 좋지 못한 학생일 때가 많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문제를 해결하게끔 도와주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지요. 반면 수학 실력이 우수한 학생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에게 설명해주며 스스로에게 더 많은 공부가 됩니다. 결국 수학 실력을 떠나 서로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학 성적이 향상된다고 봅니다. 모듬 수업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은 수학 실력과 무관하게 이런 토론 수업에 잘 적응합니다.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다시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토론 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Q4> 수학 문제를 토론으로 풀다보면 일정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양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A>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보다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념에 대한 이해가 정확해야 정답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개념과 관련된 주요한 문제 4~5개 유형만 제대로 풀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문제를 많이 풀어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는 것은 3~4회 이상 반복해 풀어야만 잊어버리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토론식 수업으로 학생들이 주체가 돼 문제를 직접 풀어보면 잊어버리지 않고 더 빠르게 체득하게 됩니다. 결국 효율성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어요. 토론 수학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훨씬 효과적인 수업입니다.
Q5> 토론 수학이 수능시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A> 수능 문제를 살펴보면 단순히 답을 찾을 수 있는 일차원적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고난이도 응용문제가 꾸준히 출제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많은 문제를 풀고, 문제유형을 외우는 기존의 주입식 수업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지식의 양보다 수학적 사고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공부법을 바꿔야만 수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토론 수학은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면서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이런 과정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면 자연히 수학적 사고능력을 기를 수 있고, 수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Q6> 그렇다면 토론 수학은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봅니다. 공부는 습관이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식 또한 습관입니다. 토론을 하며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몸에 밸 수 있도록 가급적 일찍 토론 수학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능 시험에 직면해 있는 고2나 고3 학생의 경우 심적인 여유도 없고, 이미 공부 습관이 몸에 밴 상태라 토론 수학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주입식 교육으로도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내신이나 수능에서는 주입식 강의만으로 결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습니다.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생님의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토론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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